존재만으로 가치가 있을까

고양이가 내게 알려준 존재의 가치

by 담해윤






언젠가 나를 반기며 마중 나오는 고양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나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이전까지 나는 내가 어떤 외모든, 직업을 가졌든, 부자든 그렇지 않든 고양이가 나를 ‘존재’ 자체로 좋아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내가 매일 제공하는 사료와 간식, 사냥놀이, 애정 어린 스킨십 등을 떠올리고 나니 고양이는 내 ‘존재’가 아닌, 내가 했던 ‘긍정적인 행동‘들이 좋은 경험으로 쌓여 나를 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고양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치했다면(절대 그럴 일은 없다.) 지금처럼 나를 반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저 ‘살아있는 존재’만으로는 의미가 없는 걸까?



내가 고양이를 보며 나의 ‘존재’에 의문을 품었던 이유는 이미 인간관계에서는 오고 가는 것이 있어야 가치가 생긴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구성원으로서 1인분의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입히면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이들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며 ‘그래도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게 어디야.’라는 소리가 쉽게 안 나오는 걸 보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이 관계에 기여하는 바에 따라 존재 가치가 정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단정 지어 버리기에는 바로 곁에 있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안정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나한테 좋은 일이 생기면 축하해 줄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생각해 보자. 한 명, 두 명, 많으면 수십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사람들이 진짜 축하해 줄지는 실제로 모르지만, 내 마음속에서 ‘축하해 줄 사람’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다.



또 ‘힘든 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 ‘웃긴 일이 생기면 당장 말해줄 사람’ 등 내가 그 순간에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존재만으로 의미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다는 건, 누군가의 마음속에도 내가 존재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건 ‘내가 누군가의 마음에 존재하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사실 이러한 관계는 과거의 경험(행위) 위에 쌓이는 것은 맞다. 내가 그들에게, 혹은 그들이 나에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면 우린 그저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소소한 대화, 작은 선의, 때로는 깊은 위로가 우리들의 관계를 만들었고, 그 안에서 나는 ‘존재’하게 되었다. 이런 관계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존재만으로 괜찮다.’는 말을 완벽히 받아들일 수는 없다. 하지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사람들, 나를 떠올리며 안심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내가 현재 어떤 모습이든 존재만으로 의미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믿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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