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는 말 뒤에 숨은 진심
부모님은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갖기를 바라신다. 지금도 같이 식사를 하거나 티브이를 볼 때면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건 어때?”라며 넌지시 말을 건네고는 한다. 내 인생이 평탄하고 안전하게 흘러가길 원하시는 것이다. 당연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말이라는 것을 잘 안다. 그 마음 자체는 고마웠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면 좁은 어항에 갇힌 것처럼 갑갑함과 짜증이 몰려오고는 했다.
나는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다. 한 번 사는 인생 이것도 저것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미 안정적인 직장이 나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론 그런 권유가 나를 통제하는 틀처럼 느껴졌다. 이건 비단 나한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변을 보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선택, 안전한 선택을 하기를 바라며 말을 얹는 경우가 많다.
사랑하는 사람의 안전과 보호를 위해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고 하며 상대의 행동을 통제하고는 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내 감정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라는 무의식이 존재한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힘들다고 생각해 보자. 나 자신도 속상하고 슬플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아픔을 겪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타인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방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식이 새로운 사업을 하다가 망했다고 생각해 보자. 자식은 슬퍼하기도 하고, 후회도 하며 힘들어할 것이다. 그걸 보는 부모 마음은 어떨까? 자식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말렸다면 저렇게 아파하지 않았을 텐데.’ , ‘내가 더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네.’와 같은 후회와 무력감이 자신을 휩싸고, 다시는 이런 아픔을 겪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후에는 자식의 행동을 통제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내가 잘 모르는 타인에게 비슷한 상황이 오면 ‘인생을 살다 보면 그런 일도 있는 거지.’라며 대수롭게 넘길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는 부모, 자식 관계뿐만 아니라 연인이나 친구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계의 유형이 아니다. 바로 자신의 감정을 감당하는 것이 어렵다면 상대의 자율성을 억압하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감정이 허락하는 것이라면 “이건 괜찮아.”, 그렇지 않다면 “이건 안돼.”라고 하는 게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까? 나의 감정적 평화를 위해 상대는 내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무작정 억누르라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으면 차라리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낫다. 그리고 상대에게 선택할 자유를 주면 된다. 예를 들어 상대가 하루 종일 게임만 하는 것이 불만스러울 때는, “나는 네가 게임을 오래 해서 중독될까 봐 걱정 돼. 그리고 내가 소홀해지는 것 같아서 서운할 때도 있어.”라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나’를 주어로 하는 ‘나 전달법’을 사용해야 한다. ‘너 때문에 내가 외로워.’처럼 상대방을 탓하는 말하기가 되면 안 된다. 이는 내 감정의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내 감정을 잘 전달하고 나서는 상대에게 선택권을 맡기면 된다. 상대가 변하면 좋은 거고, 그렇지 않아 자신이 더 힘들어진다면 서서히 멀어지면 된다. 나도 내 삶을 위한 주체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전달하되 억압하지 않는다면 많은 관계들이 달라질 수 있다. 부모가 원하는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 수 있고, 연인끼리는 과도하게 기대지 않는 균형 잡힌 사랑을 할 수 있다. 친구 관계에서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을 존중할 수 있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적합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어떤 관계든 건강하게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문득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고 싶다면 스스로 생각해 보자.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해서 주는 도움인지, 아니면 내 불안함을 없애기 위해 하는 통제인지 말이다.
그리고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선택을 자주 막고 있었다면, 그것은 당신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을 많이 사랑하고 아끼기 때문에 자신이 받을 아픔이 더 두려웠던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보자. 진정한 사랑은 서로의 자유가 존중받을 때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