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상처들로 고통받고 있다면
*이 글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성찰입니다. 트라우마나 심각한 정신적 상처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권합니다.
내 과거의 흉진 부분들을 도려내고 싶었다. 매끈한 피부 위에 자리 잡은 흉터들이 옥에 티처럼 눈에 띄어서, 상처받았던 그때가 떠올라 나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타임머신을 타고 상처 하나 없던 순백의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게다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거라며 우둘투둘한 피부 위에 자라난 가시들은 내 주변을 찌르고 상처 입혔다. 결국 내가 가야 할 길들을 모두 엉망으로 만드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취미로 보컬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꽤 여러 강사들을 만났지만 이번에 만난 강사는 유독 잘 가르쳤다. 내가 소리를 낼 때의 문제점을 족집게처럼 잡아내고, 바른 소리로 바꿔 낼 수 있도록 가장 쉬운 방법을 알려줬다. 처음엔 그냥 보컬이든 가르침이든 실력이 타고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강사님은 스스로를 음치라 부를 정도로 노래를 못하는 편이었지만, 실력파 가수라는 꿈을 위해 10년 이상을 노력했다고 했다. 수백 번, 수천 번을 부딪히고 시도한 끝에 지금의 자리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동안의 경험들이 학생들이 겪는 문제점의 경우의 수를 꿰뚫는 탁월한 강사로 만들어 준 것이다.
원래부터 잘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어디서 막히고, 어떤 이유로 힘들어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타고난 재능은 좌절의 순간이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지 않아도 발휘되기 때문이다.
아픈 경험도 마찬가지다. 상처가 없는 사람은 누군가가 힘들어도 공감하기 힘들다. 또한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현실적인 대안을 내지 못한다. 반면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그 상황에 대해 자신의 일처럼 이해해 주고, 마음 깊이 스며드는 위로를 해줄 수 있다.
나는 내 몸에 돋아난 가시가 주변을 상처 입히고 망가뜨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시를 품은 선인장이 다양한 질병에서 약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되자, 나의 상처를 재정의하게 만들었다. 내가 과거에 받았을지도 모르는, 혹은 앞으로 누군가에게 건네줄 위로는 모두 상처라는 가시가 있는 선인장이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나의 상처를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나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회복하고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찢어지고 쓸린 곳을 치료하고 새 살이 돋게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겪었다. 이렇게 과거의 자신을 치유했던 경험이 상처 입은 지금의 나에게 가장 쉬운 치유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내가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생길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가 무조건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아니다. 상처를 억지로 받을 필요도 없고, 그런 상황을 일부러 만들 필요는 더더욱 없다. 단지 나처럼 가슴에 원치 않은 가시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당신은 가시가 있는 선인장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둘도 없는 약이 될 수 있다. 또한 그 가시가 있기에 스스로를 보호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용기가 생긴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가시를 다른 시각으로 보려고 하는 순간, “상처 투성이인 나”에서 “상처를 딛고 나아가는 나”로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