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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달 Jan 05. 2021

95일 차

내 몸은 내가 돌봐야지

 우리 집에는 정체 모를 병들이 여럿 있다. 주로 어두운 빛의 액체류를 품고 있는 병들.작년에 부모님께서 나의 목 건강을 생각해서 사주신 도라지 배 조청도 아직 그대로 남아있고, 꿀단지도 있고, 홍삼진액이 담긴 것도 있다. 공통점은 한 번도 그 병의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꾸준히 끝까지 먹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을쯤부터 먹기 시작한 유산균 보조제가 있다. 내겐 다소 비싼 가격이라 꾸준히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리뷰를 읽고 서너 달을 복용했지만 전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 보조제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공동구매 알림이 떴을 때도 신청하지 않았다. 든 자리는 티 나지 않아도 난 자리는 보인다고 했던가. 늘 먹던 것을 먹지 않으니 당장 배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느껴졌다. 역체감을 여기서도 느끼다니.


 꾸준함의 효과를 체험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작년부터 먹기 시작한 홍삼진액을 다시 들여다본 것이다. 공복에 따뜻한 물을 준비해서 홍삼 진액 작은 숟가락 하나를 타서 꿀꺽꿀꺽 마신다. 많은 양의 물에 희석한 것이라 먹기 어렵지 않지만 꾸준함의 힘을 믿으며 병의 바닥이 드러날 때까지 열심히 먹을 작정이다. 다 먹으면 그다음엔 또 다른 영양제를 찾아보려 한다. 재작년에 일을 다시 시작하고 온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 고생했던 것이 면역력 저하 때문이었음을 알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해서 맞서고 싶다.


 나는 엄마다. 그리고 아내다. 나 이외의 다른 가족이 아프면 내가 돌볼 수 있지만 내가 아프면 나를 돌봐 줄 이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하여 내 몸은 역시 나 스스로 지켜야 함을 다짐하고 명심해야 한다. 우리 엄마가 그러셨던 것처럼 속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순환. 작은 변화를 만들려면 나부터 시작해야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나에게 거는 주문. 잊지 말고 또 기억하고 행동하자는 나를 향한 응원. 그러니 글쓰기 프로젝트가 끝나도 잊지 말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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