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공생관계

미래 전쟁 -1

by 이글파파


1. 제네레이션


로드리게즈가 이끄는 레지스탕스 부대는 시카고를 지나 시애틀 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와 폭파로 지금 2주일째 빅유닛이 2개 폭파되었고, 트럭에 실린 컨테이너 유닛들은 이미 수십 개를 폭파했다. 우리를 감시하던 드론들은 하늘에서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최근 며칠 동안은 아예 사라져 버렸다. 아마 중앙 컨트롤에서 문제가 생기니 드론에게 명령이 전달되지 않았던 것 같다.


수한이 냉동 캡슐에서 깨어난 후, 레지스탕스 팀을 쫓아간 후에 처음으로 톰 스캇이 방문했다. 그는 M 그룹의 수장일 뿐 아니라 모든 레지스탕스들이 존경받는 지도자다. 최근의 연이은 승리와 함께 지도자가 도착하니 진영이 모두 환호를 하였다.


”수한 씨, 그동안 잘 지냈오? “

”네, 유격 부대원 같은 느낌으로 잘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저도 이곳 생활에 동화되고 있네요. “

”하하, 다행이군요. “

”여기까지 오는데 힘들진 않으셨어요? “

”아뇨, 아뇨, 여러분이 데이터센터 유닛들을 하나둘씩 파괴해 왔기 때문에 저는 그 루트로 그대로 왔습니다. 오히려 안전했어요. “

”그랬군요. 저는 정말 물어볼게 많았어요. “

”아무래도 실제 현장을 보게 되니까 궁금한 게 많았을 겁니다. 그래요. 제가 며칠을 보내기로 하였으니 언제든지 물어봐요. 오늘은 회포를 풉시다. “


수한은 그렇게 헤어지고, 이튿날 오후에 다시 톰을 만날 수 있었다.


”톰, 질문이 있어요. 먼저... 가장 궁금한 것이 있어요. “

”그래요 물어보세요. “

”제가 생각할 때 A.I. 나 로봇이 인간을 모두 제거하려고 생각했다면 이미 인류는 멸망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허술한 데이터센터 방어진을 보고 놀랐거든요. 혹시 그들은 우리를 기다린 것은 아닐까요? “


잠시 생각에 잠기던 톰은 이내 말을 이어갔다.


”음... 먼저 그 정도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참 놀랍군요. 불과 2주일 레지스탕스팀을 쫓아다녔는데 상대방의 방어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는 거네요. “


한번 더 생각에 잠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지능과 다릅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을 두려워하지만, 사실 인공지능의 한계는 인간의 한계와 같다고 보면 됩니다. “

”어렵군요. 좀 더 쉽게 설명이 가능할까요? “

”간단히 얘기하면 이렇습니다. 인공지능의 창시자는 인간인고, 인공지능이라는 것은 빠른 계산이 목적입니다. 즉, 빠른 판단을 위해서 계산하고 결과를 도출하죠. 그런데, 그 계산이라는 것의 변수와 변량은 전부 인간이 만든 것들이기 때문에, 새로운 엄청난 창조물은 기대할 수 없어요. “

”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왜요? 왜 인간을 살려두는 거죠? “

”거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이군요. 인공지능은 로봇이에요. 인간은... 동물이고요. 하지만, 감정을 가지고 있고,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죠. 그런데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세대를 가르는 세월입니다. 인간은 80~90세까지 발전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10년, 많으면 15년을 넘지 못해요. 계속 발전해야 생존하죠. “

”발전하지 못하면요? 15년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서 나온 이론이죠? “

”하하하, 간단합니다. 반도체 기술, 전자통신의 기술의 발전이 로봇이 갈 수 있는 한계죠.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었고 그걸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최단기간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 로봇의 할 일입니다. “

”뭐, 당연한 말 같기도 합니다만, 여전히 제가 원하는 대답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네, 그렇죠? 저희는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서 이렇게 전쟁을 하는 겁니다. 지금 뭔가가 뒤집힌 것 같은 상황이 왔거든요. 인간은 어느 순간에 로봇의 지배를 받는 것에 대해서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이미 A.I. 로봇에게 졌다고 판단한 거 아닐까요? 자포자기? 그런 거? “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차이점은 인간의 세대는 기본 30년, A.I의 세대는 10년을 넘지 않는다는 겁니다. 새로운 기술이 과거의 기술을 다 뒤집는 거죠. 인간은 올드 제네레이션 즉 나이 든 사람들을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존경하는 마음을 갖죠. 그러나 A.I. 는 새롭게 태어나는 기술이 옛날 기술을 지배합니다. 필요 없는 지식이 많아지면 그냥 버리는 거죠. 인간과 A.I. 의 차이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


톰 스콧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인간의 역사를 보면, 전쟁이라는 매개를 통해 노예들을 데리고 지배자들이 편하게 살았습니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는 말이 생기기 전이었죠. 식민지배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대개의 경우 식민지배자층이 무력뿐 아니라 문화나 기술의 차이에서도 우위에 있었습니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백 년 동안 지배를 당한 계층은 처음엔 저항을 하지만, 어느 순간에 그 문화에 동화되어 따라가게 되는 점이 있었죠. 지금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 A.I. 가 부와 권력을 보장해 주니까 계속 A.I. 의 문화라고 해야 하나 그런 쪽으로 따라가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제네레이션이 지나고 나면 서로 퇴행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적 답보라고 해야 할까요? 서로 발전이 없는 사태까지 갈 수 있죠. “


수한은 뭔가 느낌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어느 순간 톰 스콧에 대한 경외감이 들기 시작했다.


”수한 씨, 저는 이만 다른 레지스탕스 쪽의 상황을 보러 가야겠습니다. 아무쪼록 몸 건강히 우리의 임무를 잘 수행하시기 바랍니다. “

”아니, 제가 더 물어볼 말이 많은데요. 좀 더 계시면 안 될까요? “

”아닙니다. 제가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고요. 그게 수한 씨가 반드시 이뤄야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더욱 본인의 몸을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수한 씨를 잃으면 우리 인간에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그리고 주위를 살피더니 일행과 함께 숲 속으로 사라졌다.




2. 역 전


그날 저녁 대장 로드리게즈와 같이 저녁식사를 하며 얘기를 나눴다. 수한은 현재 진행사항에 대해서 빠르게 스캔하며 로봇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드리게즈는 조금 이상한 얘기를 했다.


”수한 씨, 오전에 미스터 스콧 씨를 만났죠? “

”네, 2주일 만에 만났는데 정말 반가웠습니다. 아쉽게 금방 떠나셨네요. “

”아, 그랬군요. 저는 얼굴을 못 뵈었습니다. 그런데.... “

”네, 무슨 문제라도? “

”아! 아닙니다. 그냥 좀 이상해서요. 별거 아닙니다. “


그 순간 갑자기 밖에서 레지스탕스 멤버 2명이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바로 이어 로봇 1과 로봇 2도 같이 들어왔다.


”대장! 큰일입니다. “

”뭐요? “

”지금 밖에 공격용 드론이 새카맣게 몰려들고 있습니다. “

”무슨 소리요? 우리 위치가 발각되었다는 겁니까? “

”네 그런 모양입니다. “

”경계로봇을 데리고 왔습니다. 잠시 같이 녹화된 경계현황을 보시죠.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몰려왔는지 저희도 당황스럽습니다. “

”그래요 틀어봅시다. “


로봇 A는 가슴에 설치된 미니 화면으로 그날 오전에 녹화된 영상을 재생하였다. 재생된 숲 속의 화면은 그저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박쥐처럼 생긴 드론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곧이어 한대가 2대가 되고, 4대가 되고 숫자가 늘어났다. 낌새를 차리는 느낌이다.


대장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 지금 바깥 상황은 어떻습니까? “

”저희가 숲 속에 있긴 하지만, 원거리 확인해 보니 미사일을 실은 드론들이 이곳으로 날아오는 것이 보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발각된 거 같습니다.! “


말하는 순간


쾅!!!


입구가 공격을 받았다.

레지스탕스 대원들은 급히 몸을 구부렸지만, 이미 내부는 흐트러진 먼지와 부상자들의 울부짖음이 미친 듯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수한은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먼지와 피 냄새로 숨이 턱 막혔지만 어떻게든 버티고 있었다.


그 순간 밖에서 다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2차 공습이다 모두 엎드려! “


콰광!


아마 첫발은 방향이 맞는지 테스트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적중했으니 다른 드론 포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럴 때 인간은 무기력하다. 사람도 아니고 기계들이 알아서 공격하는 것이다. 표적을 찍어버리고 그냥 폭격이다. 몇몇 로봇들이 자신의 몸을 희생했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버렸다.


”무너진다!! “


동굴의 입구가 처참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돌들이 산 위에서부터 굴러내려오기 시작했다. 폭발 강도가 산을 무너뜨린 것이다. 입구가 그대로 막혔고, 어둠과 먼지 그리고 피비린내가 사방에서 피어났다. 이내 수한은 정신을 잃었다. 사실 첫 공격을 당했을 때 뭔가 자신의 몸에서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었다. 허리 쪽에 질펀한 액체의 느낌... 피였다.


누구도 자신한테 그것을 알려줄 리 없었고, 정신만 차리자는 생각에 자신도 신경을 못 썼는데 산소마저 부족해지니 정신이 희미해진 것이다.


그렇게 수한은 눈을 감았다.

눈이 저절로 감기니 아무 느낌이 없었다.




3. 배 신


”수한 씨, 수한 씨.... “


꿈이었을까? 누군가 자기한테 속삭이는 듯한 소리를 냈다. 아니다 큰 소리였다. 처음엔 모기소리처럼 작더니, 이내 큰 소리로 귀에 대고 소리를 친다.


”일어나시오, 일어나시오!!! 정신 차려요. “

”아~아... “


입에서 소리가 났다. 갑작스러운 고통이 몰려왔다.


”허리가 아프네요. “

”맞아요, 허리에 돌이 박혔습니다. 다행이에요. 그래도 신장 아니 다른 장기는 건드리지 않았어요. 피는 좀 났지만, 붕대로 감았습니다. 지금 장비가 없어서, 피부를 꿰매지는 못했습니다. “


레지스탕스의 의료를 맡고 있는 피터가 나를 깨운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을 파악하게 되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동굴 입구는 막혀 있었고, 5대의 로봇들이 남아있는 배터리로 조명을 비추고 있었다.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수한 씨, 일어나셨오? 다행이오 당신이 죽을까 봐 걱정했소. “


대장 로드리게즈였다.


”당신은 다치지 않았군요. 어떻게 멀쩡한 거죠? “


피터가 대신 설명했다.


”로봇들이 대장을 먼저 지켜주었어요. 폭발이 났을 때 두 대의 로봇이 대장을 감쌌고, 다행히 파편이 튀지 않았습니다. 대장을 지키라는 명령어를 잘 수행한 것 때문입니다. “


옆에 있던 대장이 이어받았다.


”미안하게 당신은 우리 로봇들이 지켜주질 못했어요. 그래서 돌파편을 막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 피해가 막심합니다. 이제 남은 로봇은 5대, 당신을 포함해서 인간도 5명만 남았군요. “


그러고 보니 5명 중에서 나를 포함해 2명은 붕대가 감겨 있었다. 대장과 피터는 내 옆에 있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대원은 동굴 깊숙이 들어가서 출구를 찾고 있다고 했다.

순간, 지난번 버팔로우에서 데리고 왔던 여자가 궁금해졌다.


”대장, 지난번에 데리고 왔던 그... 회심을 하고 우리 쪽에 합류했던 그 여자 생각나나요?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나요? “

”아, 그 사람... 사실 처음부터 그 사람을 의심했어요. “

”네? 무슨 말이죠? 그 사람을 의심하다뇨? “

”대화를 해 보려고 해도 잘 안되었고,... 표정이 뭔가 우울한 듯한 느낌이었는데, 쉽게 접근도 안되었죠. 그런데, 스콧이 왔다고 한 어제 오전부터 안보이기 시작했어요. “

”그럴 리가요. “

”정확하게 판단은 서지 않지만, 만약 우리 위치가 발각되었다면 아무래도 그 사람이 저쪽에서 심어놓은 스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 봅니다.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간이 인간을 배신합니까? “

”수한 씨, 인간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악한 일도 서슴지 않아 왔다는 것을 역사에서 말해 주잖아요. A.I. 는 엄청난 선동가들을 많이 섭외해 놨습니다. 그리고, 인간의 심리를 꿰뚫듯이 빅데이터를 활용합니다. 우리의 존재가 그들에겐 위협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교육한 것입니다. 버펄로 우의 대다수의 사람들 얼굴을 못 보셨어요? 우리한테 합류 안한다쟎아요. 그럼에도 그들은 우리를 신고하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까지 제가 겪은 인간들은 그랬습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연대감이 있어서죠. 하지만, 전 그 여자분은 잘 모르겠어요. 이번 폭격으로 죽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여전히 의심스럽습니다. “


그때 수색을 마치던 대원이 돌아와서 보고한다.


”대장, 반대편 쪽에 무너져 내린 돌무덤 사이로 공기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아마 산이 무너질 때 반대편도 같이 충격을 받아서 공간이 생긴 것 같습니다. 빨리 움직여야겠습니다. 아마 조만간 저들이 굴을 뚫으려 할 겁니다. “

”좋소, 로봇은 수한 씨를 부축하고, 나머지는 빨리 이 자리를 탈출합시다. 다음 목적지까지 아무래도 험한 여정이 될 거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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