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전쟁-1
위스콘신은 세계적인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회사가 있는 곳이었다. 겨울엔 워낙 춥기도 한 동네다. 그리고 유명한 슈퍼컴퓨터 회사 크레이가 있는 곳이라서 위스콘신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파괴하고 역시 크레이가 새롭게 둥지를 틀기 시작한 시애틀로 향하려던 계획이었는데, 아무래도 작전이 새 나간 것 같았다.
하루 종일 걸었던 팀원들은 조그만 동굴을 발견하고 잠시 쉬기로 했다. 그리고 긴급회의를 했다.
“미국의 유명 IT회사들이 A.I. 에 넘어갔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그쪽 회사들의 본거지 공격을 시도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런 루트를 파악한 거로 생각했던 것이었다. 로드리게즈팀이 아니더라도 다른 레지스탕스도 그런 식의 접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 우리는 서쪽이 아닌 남쪽으로 갑니다. 로키산맥을 그대로 통과하겠습니다. 이쪽은 도로도 거의 없고 산길이기 때문에 중간에 들킬 확률이 적습니다.”
”그럼 어디까지 내려간다는 건가요? 로키산맥은 미국을 종단하는 큰 산맥인데요. “
수한이 바로 물어봤다.
“미안합니다. 그건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네요. 어제 잃은 동료들을 생각하면... ”
이해가 되었다.
허리를 쑤시고 들어왔던 돌멩이로 인해 지혈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체력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계속 걸었다. 거의 모든 지형이 산이고, 하늘을 가릴듯한 울창한 나무만 있는 숲길이 었다. 가끔 곰과 사슴이 튀어나와 깜짝 놀라긴 했지만, 드론이나 위성에 걸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길이었다.
며칠을 내려갔다. 다행히 허리에 상처는 곪지 않고 조금씩 아물었다. 계속된 걸음은 몸을 지치게 한다. 특히 도심에서 많이 벗어났기 때문에 어두운 숲 속 길에서 태양광으로 충전하는 로봇들은 전력이 약해서 마음껏 완전히 충전을 못하고 움직이다가 가끔 멈추는 일이 반복되었다.
위기는 있었지만 그래도 대장만 믿고 따라갔다.
“궁금하죠? 지금 어디로 가는지... 1주일이 넘게 걸어왔는데 아직 드론도 따라오지 않고 있어요. 아마 우리 안에는 스파이가 없는 거 같아요.”
“만약에 제가 대장이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누구 한 명 믿을만하지 못한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동안 우리 팀은 어느 누구도 질문은 하지 않았고, 무조건 대장의 명령만 따랐다. 쉬라고 할 때 쉬고, 가자고 할 때 갔다. 덕분에 서로를 신뢰하는 것이 더 커졌다.
수한은 참고 참았던 질문을 할 수 있었다.
“대장, 여전히 의문은 있어요. 왜 지금 시대에는 원전 같은 발전시설은 없는 거죠? 지금 우리가 계속 파괴했던 곳들은 대체로 수력발전이고, 지나오면서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은 무수히 봤지만, 원자력이나 핵으로 발전하는 시설이 있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 ”
“좋은 질문입니다. 이미 한참 전에 끝난 얘기이지만, 지금이라도 말씀드릴 수 있게 되었군요. 로봇이 득세를 하게 되면서 인간에게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리 레지스탕스 같은 조직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소위 ‘같이 망하는’ 길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었지요. 전 세계 핵시설을 모두 없애는 작업을 먼저 했습니다. 로봇과 인간이 싸움을 하면 절대 유리한 것이 로봇입니다.”
“그럼, 핵시설을 만들면 되잖아요.”
“하, 그게 또 어려운 게, 엄청난 자본과 함께 시설이 워낙 커서 금방 들킬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인간도 살아남기 위해 이런 전쟁을 하는 거지 같이 죽자고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수한 씨, 지금 우리는 후버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렇죠? 제가 질문을 드린 이유가 그거입니다. 발전소를 주로 타깃으로 삼고 있는데, 후버댐이 상당히 큰 발전시설을 보유하고 있잖아요.”
“맞습니다. 그리고 콜로라도강이 와이오밍, 네바다, 캘리포니아 모두의 젖줄인데, 최근 캘리포니아 쪽에서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된 적이 있었어요. 캘리포니아로 향하는 물길이 막히고...."
이어서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엄청난 물이 캘리포니아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사용된다는 것이죠. 전 예전부터 후버댐 근처에 대규모 시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라스베이거스 근처면 인간도 로봇도 많은 장소일 거 같은데, 대규모 데이터센터 시설을 그렇게 노출하게 두었을까요?”
피식 웃으면서 이런 질문이 올 것을 예상했듯이 답한다.
“로봇들도 인간의 감정을 이용한다고 했죠? 인간이 돈을 벌면 가장 먼저 뭘 할거 같아요?”
“돈을 쓰거나, 더 벌려고 하거나...”
“그렇죠? 라스베이거스에는 엄청난 도박장이 있죠. 도박이라는 게임은 절대 승리할 수 없는 게임입니다. 예전에 이런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슬롯머신 하나가 하도 터지지 않아서 확인해 보니 잭팟이 터질 확률을 너무 낮게 설정했다는 거예요. 그러고 나서 운영자들이 뭐라고 변명했는지 아세요? 저희는 이길 확률을 51%, 질 확률을 49%로 맞춰두었습니다. 여러분은 절대 질 수 없습니다.”
헛웃음이 났다.
“그럴듯한데요?”
“네, 반대의 경우죠... 이길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하지만, 그건 남들이 보기에만 그렇다는 거죠. 결국 운영하는 사람만 이기는 게임이 그런 도박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쉬운 마음에 불나방처럼 도박장을 찾죠. 그리고 거기에서 나오는 돈과 자원으로 로봇이 사람들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제 새벽이 오고 있었다. 밤새 이동한 피곤한 몸을 좀 쉬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자! 오늘 저녁 이동으로 곧 콜로라도 강유역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랜드캐년도 나올 거예요. 우리 몸을 숨길 숲은 없어질 거고... 앞으로 가능하면 계속해서 밤에 움직일 거고, 낮에는 로봇들의 충전만 할 정도로 이동할 것이니 쉴 수 있을 때 체력을 비축해 둡시다."
인간들은 식민의 속박에서 벗어나 이곳에서 맘껏 놀고 돌아갔다.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장소다. A.I는 인간들이 서로 죽이는 살인만 하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 것을 풀어놓았다. 치안 수준도 타 도시보다 훨씬 약하다. 인간은 도시에서 벌어들인 돈을 잔뜩 들고 오기만 하면 되었다.
과거 라스베이거스는 공연과 도박 외에 세계 최대 전시회가 열렸던 곳이었다. 세계적인 회사들이 최신의 장비와 기술을 놓고 기술 다툼을 벌였던 곳이다. 그런데 이곳이 20년 전부터 세계 최대 호텔로 바뀌는 역사적인 건설을 시작했었다. 무려 5년의 건축기간일 걸렸다. 로봇들이 동원된 건설치고는 아주 긴 기간이었다.
그 후에 캘리포니아 쪽에서 사막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콜로라도 물길이 막히고, 어디에선가 그 물들이 수증기로 기화되는 것이 곳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대장 로드리게즈는 미국 전역의 상황을 예의 주시했었다. 아무래도 그 건설 이후에 나타난 자연재해 현상이 원인과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로드리게즈팀은 후버댐 근처로 돌아갔다. 후버댐으로 바로 공격하지 못한 것은 아무래도 엄청난 경계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던 것이다. 대신, 곧바로 신시티 라스베이거스 안으로 잠입을 시도했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최대의 도박도시답게 치안이 허술하다. 살인만 하지 말고 모든 나쁜 짓을 다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라스베이거스 안에 들어왔다가 제정신으로 집에 돌아간 사람이 오히려 적을 정도였다.
화려한 호텔 불빛과 상점들은 오랜만에 대원들의 눈을 호강시켜주었다. 죄를 짓는 것을 방조하기 위해서였는지 모르겠지만, CCTV도 거의 없는 이곳이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라스베이거스로는 인공위성으로도 감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로드리게스팀은 주변 상점에서 가벼운 옷을 훔쳐서 갈아입고 다른 관광객들과 같은 모습으로 복장을 정비했다. 야구모자, 벙거지 모자, 카우보이 모자 등 혹시나 위성으로 자기들을 감시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가릴 수 있는 것은 가려보려고 애를 쓴 것도 그런 이유다.
잠시 도심 근처를 배회하다가 바로 올드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올드 라스베이거스는 뉴라스베거스가 건설되기 전에 도박장을 열고 공연을 하면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던 곳인데, 이미 슬럼화가 되어 버렸고, 화려한 신도시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돈을 잃고 마약으로 쩌들어 배수로 근처에서 노숙자로 살고 있었다.
배수로는 인공위성의 영향 밖이기도 하고, 노숙자들에게는 가끔 종교시설에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서 방문할 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로드리게즈는 이곳이 반격의 시작점이라 곳 생각했던 것이다.
겨울에도 섭씨 10~15도 정도 될 정도이니 노숙자가 살기에 더없이 좋기도 하다. 반대로 여름은 엄청난 더위가 몰려오지만, 사막기후 특유의 건조한 바람의 영향으로 건물 그림자나 배수로 같은 곳에 들어가 있으면 땀이 식을 정도로 시원함도 느낀다.
그런데, 어느 순간에 배수로에서 흐르는 물이 매우 뜨거워졌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었다. 로드리게즈는 배수로에서 8년째 생활한다는 사람을 붙잡고 이것저것 묻고 있었다. 8년 전에는 별로 뜨거운 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5년 전부터 무척 뜨거운 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자기 생각엔 그 물이 도시 전체를 돌고 다시 한 곳으로 모이는 것 같다고 했다.
수한과 로드리게즈는 잠시 생각하더니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보며 소리쳤다.
“쿨링 시스템!!”
그렇다. 도시 전체를 컴퓨터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무래도 계속 의심을 해 왔던 옛 컨벤션센터가 데이터센터 즉 중앙 CPU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와 그래픽카드 같은 CPU는 내부에서 전자의 이동이 워낙 활발하기 때문에 칩의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이 있다. 보통 정션템퍼리쳐(Junction Temperature)라고 불리는 관리기준을 스펙(Spec.)이라고 부르는데 이 스펙이 100도를 넘어가면 미세회로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어 있다.
콜로라도 강을 쿨링 시스템의 냉매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라스베이거스 전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자체적으로도 수랭식 쿨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노숙자들을 수소문해서 과거 시 공무원, 특히 수로 관리를 해 왔던 공무원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한 명을 찾게 되었는데, 그의 말을 빌리면, 15년 전에 강제 은퇴를 경험했다고 했다. 즉 컨벤션센터를 건설하면서 대대적인 지하 수로 정비사업도 같이 시작되었는데 새로운 배관을 전부 황동으로 바꾸는 작업도 병행되었다고 했다. 이후 직접적인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돈을 주면서 명예퇴직을 유도했고, 이 노숙자는 그것을 판돈으로 계속 도박을 하다가 이렇게 노숙 생활로 오게 된 경우였다고 했다.
둘은 다시 머리를 맞대어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컨벤션센터에는 허락된 인사들 외에는 인간들이 들어갈 수 없다. 그럼 외부에서 안쪽을 파괴하는 작전을 짜야한다.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차가운 냉매가 들어가지 못하게 물이 들어가는 입구를 막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차가운 냉매가 아닌 뜨거운 냉매로 바꿔서 들어가게 만드는 것이다.
수한과 로드리게즈는 노숙인들 중에서 과거 공무원이었다가 물러난 사람들을 좀 더 찾아보기로 했다. 15년 전에 명예퇴직한 사람들 중에서 여러 명이 갑작스러운 돈을 관리하거나 투자에 실패해서 가족과 불화, 또는 도박으로 인해 노숙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컨벤션센터 재건설의 초기 사업을 진행했던 사람들이었다. 최종 모습은 몰라도, 처음의 청사진은 너무나도 정확하게 기억했다. 그 청사진을 보고 건설공사를 하기 전에 퇴직을 했으니 그들의 머릿속에서는 가장 충격적이고 또렷한 기억이었으리라.
수로를 통한 내부로의 진입은 그렇게 계획되었다.
변수는 라스베이거스가 인간들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비록 로봇 치안이 약하고, CCTV도 많이 없는 도시이지만, 도박과 공연이 주 산업이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기 때문에 눈에 띌 수 있는 가능성이 너무 컸다.
그럼에도 밖으로 드러난 로봇들의 방어 시스템은 거의 없었다. 상대적으로 다른 데이터센터들은 외부에 엄청난 드론 수비대가 준비되어 있지만 이곳은 달랐다.
‘만약 우리가 데이터센터라고 생각해서 무작정 쳐들어갔는데 그냥 공연장이라면...’
수한의 머릿속에는 벌써 두려움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레지스탕스가 인간의 최후의 스트레스 해소 장소를 쑥대밭을 만들어 버려서 더욱 인간과 A.I. 간의 사이를 벌려 놓는다면, 지금껏 평화유지 관계가 깨질 수도 있는 오판을 하게 된 것이다.
강제 퇴직당한 공무원들과 함께 수로를 따라 들어갔다. 워낙 오랫동안 발전해 왔던 도시였기 때문에 배수로는 비교적 잘 정돈되어 있다. 그리고, 수 킬로미터 정도 들어가니까 노숙인 공무원이 얘기한 구리 즉 황동으로 만든 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관은 뜨거웠다.
“로보-A, 저 동관의 온도가 몇 도인지 한번 체크해 보게”
측정된 온도는 약 섭씨 70~80도 정도 되었다.
“여기의 온도가 70~80도라면, 이 길을 쫓아가면, 중심부의 온도는 분명 100도 정도일 텐데 생각 외로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거의 사우나 같은 환경이 될 거 같네요. 버틸 수 있겠어요?”
“물이 직접 닿는 것이 아니니까, 버텨봐야죠.”
“좋습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바로 가시죠.”
여기까지 이끌어준 노숙인 공무원들과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동관을 따라서 계속 전진해 갔다.
어느 정도 들어갔는데, 점점 수증기처럼 뜨거운 환경으로 인해 온 몸과 얼굴에는 땀이 비처럼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물이 흐르는 관이 여러 개로 나뉘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안쪽에 있는 여러 개 관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었다.
거의 다 들어온 것 같았다.
“수한 씨, 이제 위로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지상으로 올라가서 건물을 폭파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로봇들은 우리가 올라간 뒤 약 10분 뒤에 여기 동관을 부숴버리시오. 그렇게 되면 물은 빠지고, 동관의 온도가 100도가 훨씬 넘어갈 겁니다. 그리고 데이터센터 내부의 온도가 올라가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데이터센터가 과열하면 자동으로 셧다운 하는 것을 노리는 거군요.”
“맞습니다. 그때 우리는 건물 내부로 들어갑시다.”
모든 대원들은 각자의 일을 맡았다. 로봇 하나는 남고, 나머지는 C-4 폭탄과 개인화기점검을 하고 맨홀이 있는 지상으로 올라갔다.
맨홀 위쪽은 다행히 호텔 (구 컨벤션센터)의 식당 뒤쪽으로 나왔고, 호텔 직원들의 세탁물도 말리고 있는 중이었다. 대원들은 세탁물에서 유니폼을 몇 개 골라서 갈아입고, 식당 후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갔다. 정신없는 사람들 사이로 누가 들어온 것에 대해서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는 요리사들이고, 살짝 옆길을 통해 복도로 향할 수 있었다.
유니폼을 입어서인지 지나가는 종업원이나 손님들이나 다들 별 상관하지 않은 거 같은 눈치다. 엄청나게 큰 대형 도박장은 유리로 벽을 형성하고 있었고, 로봇 웨이터들은 손에 술과 음료를 들고 돌아다녔다. 사람들은 슬롯머신을 하다가 답답할 때마다 술을 들이켰고, 술은 공짜였다.
“도박하는 곳에서는 왜 술이 공짜인 줄 아세요? 호텔비도 도박하는 사람들에게는 엄청 쌉니다.”
로드리게즈가 문득 질문을 한다.
“글쎄요?”
“도박하는 사람들은 도박을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계속 돈을 걸게 하기 위해서는 도박판 외에 다른 것은 무조건 싸게 해 줘야죠. 마치 왕 대접하듯 하니까 자존감이 엄청나게 올라가죠... 그래서 술도 싸고... 호텔도 싸고... 사실 호텔에서는 잠시 눈을 붙일 뿐 머리속에서는 돈 따는 생각밖에 나지 않으니 다시 도박판으로 나오는 게 사람의 심리입니다.”
“아 그래서 우리들한테 신경을 쓰지 않는 거군요.”
“그러나 조심해야 합니다. 도박장 안에서의 불법... 사실 이게 불법일 수는 있지만... 불공정한 것에 대해서는 인간들이 엄청나게 민감하니까, 외부와는 다르게 내부 곳곳에 CCTV가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하에서 올라온 지 약 30분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식당을 지나서 입구에 들어선지 10분도 안되어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에이 제길... 뭐야..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이게 뭔 짓이야!!”
여기저기 도박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방송이 나왔다.
“죄송합니다. 오늘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영업을 중단합니다. 여러분의 재산은 안전하게 지켜질 것입니다. 오늘은 영업장 밖으로 나가시기 바랍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긴급으로 로봇 웨이터들이 배터리 모드로 나오는 조명으로 비상구 쪽을 비춰주고는 있지만, 영 불편하고 내부는 질서가 없는 상황으로 변했다.
“지금이요, 데이터센터가 과열되어 지금 열을 식히느라 일부러 절전 모드로 돌아간 것 같소. 지금 바로 저쪽으로 들어가십시다. 우리가 원하는 데이터센터 핵심 장소로 들어가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