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F층에 앉아 - 아빠의 전기통닭, 눈물은 소스

#전기통닭 #인력사무소 #공부 #딸내미 #사별 #꿈

by 별하
But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When I dream, I dream of you
Maybe someday you will come true


(노래 : When I Dream. 가수 : Carol Kidd)




지익지익..... 뚜뚜뚱뚱, 순찰차 안의 무전기에서 소리가 나온다.


“행패 신 발생”

“네 저희들이 가볼게요”


도착한 장소는, 인력사무소다. IMF로 인해 대한민국의 경제가 붕괴될 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인력사무소. 기술로 먹고살아야 하는데 불러주는 곳을 찾을 길 없는 기술자를 대신해서 일자리도 알아봐 주고, 쉴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 주는 곳이 바로 인력사무소다.

나도 경찰이 되기 전에 이른 새벽 여러 번 가본 적이 있다. 오늘 내게 일이 있어야 하는데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때로는 오늘 현장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데리고 가야 하는데라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래서 여러 번 가본 적이 있다.

새벽 일찍 닭 울음소리가 나기 전에 가야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왜냐면 괜찮은 공사현장 관계자는 일찍 찾아와서 마치 독수리가 먹이를 채가듯이 기술자를 컨택해서 데리고 간다. 그래서 모두들 빨리 나온다. 굿 초이스를 받기 위해서. 마치 아름답지만 살벌한 전쟁터와 같이.


기술이 있는 사람은 정말 기술자인데, 당시 일반 회사들도 무너지다 보니 건장한 남성들은 기술이 없으면서도 무조건 있다고 하면서 공사현장에 갔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건설 공사 현장이라고 해서 모든지 힘으로만 해결하는 작업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인력사무소 대표는 일용직 근로자를 대신해서 일자리를 알아봐 주고 기술에 맞는 일을 할 수 있게 소개해준다. 한마디로 인력 브로커다. 그러면서 일용직 근로자가 받는 금액의 10% 정도를 수수료로 가져가는데, 법정 수수료가 아니기 때문에 인력사무소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인력사무소는 사무실을 근로자가 쉴 수 있게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믹스 커피 등 음료를 무료로 먹을 수 있게 비치해두는 곳도 있고, 어떤 인력사무소는 음료 한잔당 금액과 사무실에서 쉬는데 시간당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서, 수수료가 약간씩 다르다.


술을 약간 마신 건장한 40대 후반의 일용직 근로자 아저씨가 인력사무소 대표를 향해 욕을 퍼붓고 있다.


“야 이 씨발놈아, 너무한 거 아녀, 수수료 떼는 것은 이해해. 긍데 너는 20%씩 떼어가잖아, 같이 먹고살아야 하는 거 아녀”

“그럼 다른 데 가믄 되지, 왜 술 쳐 먹고 여기서 지랄이야”

“뭐 지랄,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너 몇 살 처먹었어, 이 씨발새끼야”


폭행이나 말싸움 현장에 나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전형적인 특성이 나온다. 경찰인 내가 물어보기 전에 자기들끼리 나이를 물으며 호구조사를 자신들끼리 미리 해놓는다. 참으로 나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중요하다. 나도 가끔 나이 어린것이 반말을 툭툭 던지는 걸 보면 가끔 한 대 처박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아저씨 진정하고 나하고 이야기해요”

“아니 너무 한 거 아녀, 내가 똥꾸녕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배운 것은 별로 없지만, 경우는 있는 사람이여”


40대 후반의 건장한 일용직 근로자 아저씨,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갑자기 바닥에 푹석 앉아 자신의 삶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며 운다. 울면서 찢어지게 가난한 현실을 탈출하고자 어린 나이에 가출해서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며 기술을 배웠다고, 그리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먼지가 많이 묻은 작업 점퍼를 입은 채 우는 남자의 모습, 한때 먼지 묻은 점퍼를 입었었던 나, 내 마음도 왠지 울컥한다. 어떤 마음인지 아니까.


가난해본 자가 가난을 이해할 수 있다.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피고인은 왜 훔쳤나요”

“돈은 없고, 너무 배고프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돈 없고 배가 고파서 훔쳤다고 하니까 이해는 됩니다, 훔친 것도 먹을 거고 다른 것은 없으니까. 그래도 남의 물건을 훔치기보다는, 돈 없으면 라면이라도 사서 먹으면 되잖아요. 다음에는 훔치지 마세요, 이번에는 합의가 되었으니까 이렇게 나가는 거지만, 다음에 또 이러면 구속시킬 겁니다.”


예전에 내가 조사했던 절도 피의자가 검찰에 가서 젊은 검사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말이다. 돈 있었으면 검사 말대로 라면 사 먹지 물건을 훔쳤겠는가. 부모 잘 만나서 공부만 하다가 검사가 된 사람. 가난을 이해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 그러니 가난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배고픔이 얼마나 무서운지,


태어날 때, 부잣집 도련님이나 공주님으로 태어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삼신할매가 아이씨를 하늘에서 뚝하고 떨쳐줄 때, 어느 누구는 바다나 강에 빠져 태어나보지도 못하고 죽을 수도, 어느 누구는 늪에 빠져 평생을 힘들게 허우적거리는 인생을 살기도, 누군가는 휘황찬란한 침대에 떨어져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떵떵거리며 살수도, 참으로 인생은 그리 공평하지 않다.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은 안되고, 대강 한번 해도 성공하는 사람은 계속 성공하고,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자물쇠가 있고, 각자가 짊어지고 가야 할 숙제도 각자 산더미처럼 안고 사는 게 인생이라지만 너무나도 불공평하다.


“아저씨 그만 우시고 진정하세요. 어쩌겠어요 아저씨가 이해해야지, 인력사무소 소장도 나름 로비도 하면서 업체를 물어와야 하는 거고”

“나도 알죠, 술 마시다 생각해봉께 분하잖여, 수수료를 너무 떼는 거야, 일은 우리가 뼈 빠지게 하는데, 누구는 가만히 전화나 하면서 앉아가지고 돈 따먹고, 세상 너무 불공평한 것 아뇨”

“잠깐만, 긍데 어디서 이렇게 통닭 냄새가 나는 거야, 여긴 닭집도 없는데”

“아, 맞다. 내 가방에 전기구이 통닭 한 마리 있지, 일 끝나고 같이 일하는 형님이랑 술 한잔 했는데, 전기구이 통닭이 맛있드만, 그래서 집에서 나 기다리는 딸내미 같다 줄라고 한 마리 사서 가방에 넣어났제”

“그럼 식기 전에 빨리 가야죠, 딸내미가 기다리는데”

“못난 아빠 만나서 참으로 불쌍한 내 딸, 지 엄마는 죽고, 나 일 나가면 학교 갔다 와서 집 청소하고 빨래하고, 불쌍하고 미안하고, 나 같은 놈을 아버지로 안 만났으면 좋았을 텐디”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요, 이렇게 힘들게 일하면서 딸 생각에 닭까지 사가는 아버지가 훌륭한 거야, 다른 사람은 지 힘들다고 길바닥에 버리는 놈들도 있어. 아저씨는 훌륭한 아버지여, 닭 식기 전에 빨리 집에 가요, 내가 저 소장 대신 혼낼 테니까, 얼릉 가요 집에”


시멘트 바닥에 덥석 앉아 울었던 아저씨, 일어나면서 엉덩이를 손으로 툭툭, 배운 것 없고, 돈도 없고, 부인은 죽고, 오로지 딸을 위해 자신의 하루를 사는 아저씨. 그렇지만 통닭을 맛있게 먹을 어린 딸을 생각하면 행복감이 오늘의 피로를 씻어주었을 것이다. 바로 통닭은 오늘 저녁을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마법의 음식일테니. 그리고 행복한 마법의 음식으로 아저씨는 행복한 꿈을 꿀 것이다. 죽은 부인과의 아름다웠던 사랑의 추억도, 그리고 딸과의 행복한 미래도, 만약 이런 꿈도 꾸지 못한다면 인생은 퍽퍽해서 살기 어려울 거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꿈을 꿔야 살 수 있지 않을까. 평범한 사람은.


나도 행복한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모른다. 그래도 오늘 꿈속에서 행복한 미래를 누려보려고 한다. 이게 인생 아닌가. 그냥 버티면서 사는 거다.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라고 무한한 희망을 가지면서. 그러다 보면 정말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 마치 인디언 기우제처럼.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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