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死층 祀단 - 불법과 합법, 목숨 값은 얼마

#불법체류자 #악덕기업주 #아빠 #중국 #불법 #합법

by 별하
맛있는 걸 해주고 싶은
그런 사람이 난 생겼어
아직 요리는 잘 못하지만
나 연습하고 있어요
나 그댈 위해 몰래 감춰놓은
애교도 있는 걸
매일 지루하지 않게
웃게 해 줄 텐데
너는 내 맘 모르지
Ah Choo

(노래 : Ah-Choo (아츄), 가수 : 러블리즈)





오늘은 찬 바람이 많이 분다. 길거리도 스산하고, 그런데 뭐 그렇지, 그냥 평범한 항상 같은 점심시간,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무거운 시간. 휴대폰 배경 사진에 담겨있는 딸의 어릴 때 사진을 보며 사진 속의 딸의 얼굴에 뽀뽀한다.

(중국인 불체자) “ 이쁜 내 딸, 조금만 더 있으면 갈게”


갑자기 등 뒤에서 내 양 겨드랑이 쪽으로 뭔가 훅 들어오더니 내 두 발이 공중으로 붕 뜬다. 놀래서 몸을 흔들어본다, 그리고 마치 덫에 걸린 토끼가 덫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 듯이 몸부림을 쳐본다. 어떻게라도 벗어나기 위해 목숨을 건 치열한 몸부림을 친다.


(단속원)“바닥에 엎어, 조용히 안 해”

(단속원)“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가만히 있어”

(중국인 불체자)“놔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발 놔주세요”


단속원 두 사람과 중국인 불체자는 서로 몸을 부딪치고 바닥에 넘어지고, 달리다가 넘어지고를 여러 번 반복하면서 고함소리의 부딪침과 레슬링과 유도의 장면처럼 넘어짐을 반복한다. 바닥에 넘어진 불체자가 일어나지 못하게 단속원 두 명이 힘을 주며 수갑을 채우고 있다.


내 예쁜 딸, 보고 싶은 아내, 보고 싶은 내 가족, 이들을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빚도 갚아야 되고, 가게라도 차리려면 더 벌어야 하는데, 그리고 아빠는 배운 것 없어서 이렇게 살지만 내 딸만큼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게 공부도 시켜야 하는데, 그런데 이제 모두 끝난 것인가.


두 남자가 내 양팔을 각자 한 팔씩 잡고 나를 끌고 들어간다. 작은 버스 안으로, 그리고 버스 안은 앞쪽과 뒤쪽이 철문으로 분리되어 있고, 이미 뒤쪽에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외국인들이 자리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로 어디론가 각자의 나라말로 전화통화를 한다.


휴대폰 속의 내 딸, 이제 초등학생인데, 내 공주님, 아빠는 내 공주님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아빠는 배운 것이 없어서 힘들게 살지만, 내 딸만큼은 잘살게 해줘야 하는데, 그래서 아직 할 것이 많은데, 그런데 숨이 막혀온다. 너무 숨이 막힌다.

“아빠 아빠 한국 가면 언제 와”

“아빠가 돈 많이 벌면 오지, 우리 딸한테”

“아빠 아빠 한국 가면 언제 와”

“우리 딸이 학교 갔다가 오면 와 있지 아빠는”

“아빠 아빠 그럼 오늘 와”

“아니, 내 딸이 몇 밤 자고 일어나면 올 거야”

“아빠 아빠 그럼 내일 와”

“우리 딸 보고 싶어서 빨리 올 거야 아빠는”

“아빠 아빠 뭐가 먹고 싶어, 내가 아빠 좋아하는 거 해줄게”

“딸이 해주니까 너무 맛있겠다”

“아빠 아빠 그럼 내가 맛난 것 해줄게, 아빠가 다 먹어야 돼”

“..............”


서서히 내 딸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숨이 막혀온다. 숨을 쉬기가 힘들다, 숨이 막힌다.



따르릉따르릉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외국인 불법체류자 단속하고 이동하는 도중에 콤비 버스 안에서 중국인 남성 한 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급히 후송했으나 사망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직 형사였던 내가 나간다.


“어떻게 된 건가요”

“불체자들을 버스에 태워서 서울로 가던 중에 불체자 몇 명이 어떤 사람이 숨을 안 쉰다고 계속 소리쳐서 뒤로 가보니까, 숨을 쉬지 않고 있어서 심폐소생술 하면서 가까운 병원으로 왔는데, 죽었습니다”

“일단 경찰서로 다 가시구요, 나머지 불체자 외국인들은 제가 따로 출입국사무소로 가서 조사를 진행하겠습니다”


서울의 아침은 항상 바쁘다. 많은 직장인들이 각자의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사람. 모닝 라면을 먹으며 전날 몸에 담가 놓은 알코올을 해독하는 사람, 모닝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사람, 각자의 하루는 각자 스타일로 시작한다.


출입국 외국인 정책본부, 그것도 불법체류자들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은 단속반, 각 단속반끼리 실적 차이로 인한 성과 비교로 힘들다. 실적 거양. 오늘은 기필코 많이 잡아들인다.


“오늘 이 지역으로 가서 불체자를 검거할 겁니다. 보안 지키시고”

“우리 팀 실적이 별로 좋지 않으니까, 열심히 합시다”

“몇 개 정도 잡아오면 되는 건가요”

“버스에 실을 정도면 되지 않겠어”

“기사님은, 불체자를 잡은 위치로 바로 이동해서 차량에 바로 실을 수 있게 해 주시고, 막내는 카메라로 잘 찍어두고”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첩보는 주로 신고를 받는다. 불법체류자에게 일을 시키고 나서 월급을 주는 날, 회사 대표는 월급을 현금으로 봉투에 담아서 주고 난 후, 신고를 한다. 그리고 단속반들이 들이닥치면 자신의 월급도 챙길 시간도 없이 불체자는 사라진다. 사라진 후, 회사 대표는 불체자가 머물렀던 방안을 뒤져서 불체자가 가지고 가지 못한 월급을 다시 웃으면서 회수해간다. 가끔 계획대로 되지 않고 불체자가 월급을 챙겨가서 없으면,


“야, 이 새끼 돈은 챙겨갔네, 쌍놈의 새끼”


라고 거침없이 말을 한다. 도대체 누가 나쁜 건지.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약점을 이용해서 거머리 같이 피를 빨아먹는 악덕 기업주들이 상당히 많다. 한국에서는 영원히 ‘을’ 보다 못한 신분인 불법체류자, 악덕업주는 ‘갑’이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을’ 보다 못한 불체자를 이용하는 혈귀가 아닐까. 아님 밀림 속의 약육강식일까.


“대사관이죠, 중국인 남성인데요 사망하셨습니다, 누구 나오나요”

“아뇨, 그냥 처리하시고 결과만 통보해주세요”


중국 대사관에서는 어느 누구도 나와보지 않는다. 어떻게 자기 민족이 타국에 와서 일을 하다 불행한 죽음을 맞았는데, 대사관 직원의 말투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투다. 중국 인구가 너무 많아서인가. 우리나라도 외국에서 한국인이 죽으면 중국 대사관처럼 결과만 알려달라고 할까. 국격이라는 게 외국에서 얼마나 자기 동포를 잘 챙겨주는 것으로도 나타나지 않을까. 사망한 중국인 노동자는 중국에서 범죄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고, 한국에서 평범하게 일을 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불법체류자였다는 것 외에는 그냥 열심히 일을 하고, 사랑하는 딸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아버지였는데,

부검 결과 동맥경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사망. 중국인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몸싸움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혈관이 막히는 동맥경화가 발생되는 경우가 유독 많다고 한다. 단속반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 때, 동맥경화라는 안 좋은 시스템이 혈관에 작동이 된 것이다.


사망한 중국인의 부인이 사체를 인수하기 위해 입국했다. 어린 딸은 친척집에 맞긴 채로 왔다. 한국에 가기 위해 빚을 냈고, 이제 이 빚도 거의 다 갚았고, 조금 있으면 가게 자리 알아볼 정도로 돈을 모을 것이고, 곧 있으면 중국에 들어와서 가족이 모두 함께 살 수 있었는데,


‘을’ 보다 못한 외국인 불법체류자로 남으면서까지 가족을 위해서 헌신한 아빠. 얼마나 무서웠고, 얼마나 가족이 보고 싶었고, 얼마나 딸이 보고 싶었을까. 매일 저녁마다 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하루의 피로를 풀었던 아빠, 그리고 한 여자의 훌륭한 남편.


“하늘에서는 일하지도 말고, 불법이라고 도망 다니지도 말고, 불안해하지도 말고, 항상 가족과 함께 있어줘요, 딸이 커가는 것도 보면서 지켜줘요”


오늘도 많은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은 각자의 일터에서 일을 한다. 좋은 업주를 만나면 복이지만, 악덕업주를 만나면 항상 불안과 의심 속에서 살아야 한다. 이게 한국에서 지내는 외국인 불법체류자의 운명인가.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다. 사람을 합법이냐 불법이냐로 구분해서 본다면, 정말 슬픈 현실이다.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천국에서 마음 편히 딸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행복하시길 기도한다.



“아빠 아빠, 언제 와, 상에 아빠 좋아하는것 올려놨어 언제와서 먹을거야, 아빠 아빠 빨리 와”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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