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협한 세계로부터 나를 구출해 주는 작품

아니카 이,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리움 미술관

by 서하루

음침한 소리, 거슬리는 기계적 움직임, 결코 향긋하다고 할 수 없는 냄새까지. 왜 우리에게 이걸 보여주느냐 이전에 ‘작가는 왜 이런 것들에 매료될까?’라는 질문이 앞섰다. 변종, 하이브리드, 분화, 변이 등등. 내 취향과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어떤 이들은 심지어 소름 돋는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미지들 말이다.


그런데 나는 내 평소 취향과 거리가 먼, 이 전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내가 평소에 경험하고, 느끼고, 사고하던 세계를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주 확- 넓혀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루틴을 좋아하는 나는 일상이 바뀌는 여행을 즐기지 않고, 일주일치 식단을 미리 계획해 둘 때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 내가 겪는 삶은 늘 한계가 있다. 그나마 독서라는 취미가 나의 세계를 균형 잡아 주고 있지만. 사람이 너무 먹던 것만 먹고, 보던 것만 보면 편협해지고, 그 편협함을 지적해 주는 주변인이 없으면 결국 스스로가 스스로를 우물에 가두게 된다. 콩알만 한 세계를 태양과 같이 착각하니 실수가 생길 수밖에.


그래서 나는 내 취향과 한참 다름에도 불구하고 ‘아나키 이’의 이번 전시 같은 현대 미술을 너무 사랑한다. 이런 작품이야 말로 나를 편협한 세계로부터 구출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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