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에게는 웅크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다니엘 아르샴, <시트>, 2007

by 서하루

미술관 벽에서 갑자기 이런 작품을 맞닥뜨리면 어떤 기분일까? 사람 형체가 실물 크기로 있으니 무서운 기분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진으로 이 작품을 접한 나의 감상은 반대로 ‘따뜻함’이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수준으로 시트를 몸에 감고 있는 이 사람은 숨고 싶었을 것이다. 무엇으로부터?


내게도 숨고 싶고, 웅크리고 싶고, 동굴에 파묻히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심정이 딱 이 작품 속 사람이 되어 부드러운 천에 감싸인 채 눈과 귀를 모두 막고 싶었다. 나는 그때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까? 몸을 지치게 만드는 야근, 늘 긴장하게 만드는 상사의 날카로운 목소리, 책임감으로 나를 짓누르는 후배의 얼굴 등. 그 당시 내 주변에는 나를 숨고 싶게 만드는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작품 속 인물의 드러난 바지 밑단과 신발을 보아, 평소에 그는 평범하게 회사를 다니고 ‘멀쩡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일 것 같다. 작가는 이 시대에 평범하지만, 마음 한구석 외로움을 품고 살아가는 많은 ‘보통의’ 현대인들에게 시트를 덮어주면서 따뜻함을 선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우리 모두에게는 가끔씩 웅크리고 있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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