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비뚤어진 인생 스토리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A la Bastille (Jeanne Wen

by 서하루

화가 로트렉에 대한 사전 지식이 내겐 거의 없다. 그래서 그림을 비교적 오래, 지긋이 바라봤다. 그림 속 그녀가 나를 똑같이 쳐다본다. 한쪽으로 올라간 입꼬리. 살짝 치우쳐진 리본. 비스듬히 기울어진 자세. 대칭이거나 똑바로 자리한 요소는 없지만, 인물의 얼굴이 화면 가운데 위치하고, 또 그녀의 양팔과 앞치마가 삼각 구도를 그리고 있어서 이 그림은 매우 안정적이다. 로트렉은 작품을 안정적으로 그린 와중에 작은 요소들을 살짝씩 비뚜름하게 만들어 재미를 주고 있다.


그녀가 손에 쥔 술잔도 인생에서 살짝의 재미를 주는 ‘비뚜름’ 일 것이다. 내게도 술은 평범하고 올곧은 삶을 조금씩 흔들어 주는 재미일 때가 있었다. 지금은 지난 일로 추억할 만큼 술 마시는 횟수와 양을 줄였다. 이제는 흔들리는 재미보다는 삼각구도의 안정이 더 좋아 보였기 때문에.


그림 속 그녀는 자신을 그리도록 화가에게 허락했지만, 화가가 절대 본인의 인생을 다 알 수는 없을 거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로트렉은 그 표정을 정확히 ‘비뚤게’ 포착했다.


내가 술을 진탕 마시던 시절도, 술을 끊었던 시기도, 다시 조금씩 술을 즐기고 있는 지금도, 다 나름의 인생 비뚜름 스토리가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는 나 자신밖에는 아무도 모른다.


keyword
화, 목, 토 연재
이전 03화표현할 수 있는 권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