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념. 버리고 싶기도, 갖고 싶기도한 태도

키스 해링, <투토몬도>, 1989

by 서하루

Tuttomondo : 이탈리아어로 ‘모든 세계, 모든 세상’이란 뜻

꾸룩꾸룩, 구불텅, 흔들흔들, 피융. 키스 해링의 작품은 보자마자 다양한 의성어, 의태어가 바로 튀어나오는 그림이다. 그래서 흔히 키스 해링의 작품은 ‘천진난만함’으로 설명되곤 한다. 그런데 아이도, 천사도, 괴물도, 동물도 존재하는 벽화지만 모든 세계를 담기엔 벽이 너무 비좁다. 애초에 한 점의 그림이 모든 세계를 담아낸다는 게 가능할까? 누군가는 점 하나를 찍고선 세상 만물을 표현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 게 현대미술이지만, 키스 해링은 이 작은 교회 수녀원 뒷벽에 정말로 모든 걸 담고 싶었던 듯 그림에 빈틈이 없다.


‘집념’ 오늘 조예은 작가의 공포 소설책 한 권을 읽으면서 이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무언가 한 가지 일에 지금까지 집념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래서 연예인을, 게임을, 만화를 덕질하는 덕후들을 늘 부러워했다. 그런데 30대 후반이 되고 보니, 무언가에 매달려 마음을 쏟는다는 개념이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만약 집념을 가지고 있었다면 버리고 싶어질 나이가 된 걸까.


키스 해링은 왜 그림 하나에 모든 세상, 모든 세계를 담고자 했을까? 언뜻 유머러스해 보이는 그림 속에서 너무 가득 차 더 이상 무엇도 비집고 들어갈 수 없게 만든 ‘집념’이 내게는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이 집념은 또 한편 용기이기도 하겠다. 세상을 모두 담은 창작물을 만들겠다는 생각은 보통의 용기 없인 불가능할 테니. 나에겐 없는 집념과 용기가 부러워지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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