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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고 막막한 의자 더미

도리스 살세도, 8회 이스탄불 비엔날레를 위해 만든 제목 없는 설치 작품

by 서하루 Dec 28. 2024

말 그대로 의자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길을 지나다 이 작품을 봤다면 그 규모와 아슬아슬함에 압도당했을 테다. “작가는 왜 하필 의자를 무작위로 거대하게 쌓아놨을까?”라는 질문부터 시작해 본다.


의자는 아주 간단한 구조로 인체를 떠받치는 가구다. 저렴한 상품부터 고가, 초고가 맞춤 의자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상품이 있다. 내 신체에 맞지 않을 경우, 특히 장시간 앉아서 노동하는 이들의 건강을 해친다. 물리적인 인체의 구조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도 밀접하게 관련 있는 사물이다. 그래서 의자는 인생, 사회, 가치관 등 다양한 세계를 상징할 수 있는 사물이다.


여기에는 비슷비슷한 형태의 의자가 무더기로 쌓여있는데, 맨 아래에 깔린 의자는 모든 의자의 무게를 떠안느라 곧 부서질지도 모른다. 맨 아래 의자가 부서지기 시작하면 이 탑이 무너지는 사건은 순식간에 벌어지리라.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쌓여있는 채로는 아래 의자를 구하긴 불가능하다. 차라리 모든 의자가 무너져 내린 후, 다시 새로운 의자를 차곡차곡 쌓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이 작품에서 의자를 어떤 상징으로 보느냐는 각자가 살아온 삶의 길에 따라 모두 다를 테다. 하지만 결코 차분하거나 안정적이라고 할 수 없는 시각적 이미지를 보여주기에, 각자가 가진 문제의식 또는 불안함을 건드릴 게 분명한 작품이다.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작품을 보고 구제역이 떠돌던 시기에 살처분된 돼지 무덤을 떠올렸다. 당신은 이 의자 더미를 보며 어떤 답답함과 막막함이 떠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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