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감상의 차이 즐기기

로즈 핀켈시, <쉬지 않는 이미지: 경험하는 입장과 보는 입장의 차이>

by 서하루

1975년 작


해수면이 간조일 때 물구나무를 서는 인물이 있다. 치마가 얼굴을 온통 가리고 있고, 주름치마가 바람에 펄럭인다. 간조 시기인 바다는 정적이고, 인물은 역동적이라 대비된다. 이 작품의 제목은 경험과 보기의 차이에 대해 짚고 있다. 그 차이가 조용하고 건조한 바다와, 잔주름이 물결치는 거꾸로 선 치마로 표상되는 듯하다.


요가를 해보면 ‘머리서기’라고 불리는 아사나가 결코 간단치 않은 동작임을 알게 된다. 그러니 팔을 삼각형으로 받치지 않은 이 거꾸로 선 동작은 더욱 어려웠을 테다. 모델은 평온하고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어느 풍경을 배경으로 매우 힘든 동작을 하고 있고, 작가가 원하는 찰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여러 번 이 자세를 취했을지 모른다.


대비, 차이, 뒷모습, 거꾸로… 이미지는 정지해 있는데, 이 사진을 바라보는 내 머릿속은 반대로 복잡하게 굴러간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을까? 창작물과 감상자의 감상 경험 간의 무게가 차이 나는 이 순간을 알아차릴 때, 나는 무척 재미있다. 때로는 창작에 드는 노동력의 수준과 그 결과물의 무게가 극명하게 다른 경우도 있다. 개념미술이 대표적인데, 작가가 엄청난 사고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하얗고 빈 캔버스 하나일 수 있는 게 개념미술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주 가벼운 아이디어 하나를 보여주기 위해 굉장히 노동집약적인 창작 행위를 펼쳐야 할 때도 있다. 나는 이런 대비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즐기길 좋아하고, 그래서 현대미술이 좋다.


결국 이 흑백 사진이 의미하는 바를 깨닫지 못해도 그만이다. 시각적 대비와 함께, 이 사진이 찍혔을 당시를 상상하는 재미를 함께 누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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