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 <노스탤지어 11>, 2008
반듯한 수직, 수평선으로 그려진 실내 풍경에 무의미한 둥근 테이블이 균형을 맞추고 있고, 벽이 없는 정면으론 푸른 바다가 보인다. 작가의 고향이 바다일까? 혹은 도시인이 자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노스탤지어라는 단어로 상징해서 보여주는 걸까? 둘 중에 뭐가 됐든 주제가 상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그림은 전혀 뻔하지 않다. 그 이유를 알고 싶다.
이 공간에는 수상하리만치 인간의 흔적이 없다. 테이블 위에 물 잔 하나 놓여있지 않고, 벽에 걸린 그림도 텅 빈 검은색이다. 인간의 흔적이 지워진 실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하다. 주인 없는 공간. 꿈속 한 장면 같다.
나는 매일 꿈을 꾼다. 꿈에 나오는 공간은 최윤정의 그림처럼 현실의 요소요소를 조합한 곳이지만 묘하게 현실성이 없다. 이럴 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기묘함’이다. 이 기묘함 때문에 아무리 즐거운 꿈을 꾸어도 에너지가 쓰인 느낌이고,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이 작품을 바라볼 때도 에너지가 든다. 단순히 시원한 바다 풍경을 볼 때와는 다른 이질감이 느껴지고, 이때 감상자는 새로운 감정을 생산한다. 감정을 만드는 데에는 품이 들기 마련이다.
이런 풍경을 창조할 수 있는 작가에겐 특별한 재능이 느껴진다. 치밀한 묘사나 아름다운 색채의 향연 없이도 사람의 마음에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재능이 보인다. 녹아내리는 시계 없이도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는 작가의 기묘한 힘이 느껴지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