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보된 고독

에드워드 아디존, [작은 책방]의 삽화, 1955

by 서하루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바닥에 탑을 쌓을 만큼 많은 책. 내리쬐는 태양 빛. 중요한 건 책에 파묻힐 수 있는 충분한 시간. 책을 탐닉하는 데는 돈도, 공간도 물론 필요하지만 늘 가장 부족한 건 시간이었다. 야근이, 회식이, 피로가 나의 독서 시간을 빼앗아 갔다. 그때마다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다 읽지도 못할 책을 계속 사들였다. 그런 식으로라도 보상받고 싶었다. 누구에게 보상을 원하는지 그 대상도 불분명한 채로. 그렇게 책을 늘리다 보면 더 큰 책장이 필요하고, 책장을 넣을 더 큰 서재가 필요하고, 더 많은 돈을 벌어 부동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결국 더 많은 일과 회식과 피로를 선택하는 아이러니한 현실이 펼쳐진다.


책에 코를 박고 몰입하고 있는 이 아이의 집중력도 부럽지만 아무도 이 아이의 독서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 확보된 고독이 더 부러워지는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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