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해경 May 01. 2024

생각지도 않은 선물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적이 있는가?


비가 우두둑, 우두둑 떨어지는 토요일 오후였다. (4월 20일) 정말 오래간만에 남편과 공원 산책길에 나섰다. 그런데 날씨가 영 받쳐주지 않는 날이었다. 이런 비 오는 날에는 집에 틀어박혀 책을 읽거나, 아니면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며 빈둥대면 딱 좋은 날인데, 요즈음 내내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오래간만에 좀 움직이고 싶어 나온 날의 날씨가 신통치  않았다.  공원 산책 외에는 더 재미있는, 습관회된 행동이 없는 우리 부부여서, 우산을 받쳐 들고 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그런데 공원 입구에 천막이 쳐져있고, 사람들이 조금 모여있었다. 무슨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나 싶어, 남편과 나도 그곳을 기웃거렸다. 천막 플래카드에 "제52회 보건의 날 기념행사"라고 적혀 있다. 보건의 날이 언제인지 알아보기 위해 검색해 보니 4월 7일이다.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오늘, 4월 20일에 행사를 기획한 모양이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행사요원 중 한 사람이 지나가는 우리를 부르면서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러더니 손목에 종이팔찌를 채워주면서 행사등록표에 사인하라고 종이를 내밀었다. 비는 오고, 행사는 진행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많지 않으니, 지나가는 우리라도 참여하기를 원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서, 행사참여에 등록을 했다. 행사요원은 남편과 나에게 천 바구니 안에 무엇을 주섬주섬 넣어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쪽으로 가시면 중간중간에 또 다른 천막 두 개 더 있을 겁니다. 그곳에 들리시면 다른 선물들이 준비되어 있으니 꼭 받아가시기 바랍니다."

"무슨 선물요?"

"아~ '치매극복 걷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니, 참여하시면 여러 가지 선물을 드립니다."

치매검사! 지금 이 나이의 남편과 나에게는 꼭 필요한 검사라고 생각되었기에, 본래 우리가 산책하던 방향과 반대방향으로 걸으며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길인데, 비가 와서 행사참여자가 많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중간중간에 천막이 두 군데 있었다. 각 천막에 들릴 때마다 종이팔찌를 확인하고서, 선물을 한, 두 개씩 천 바구니에 넣어준다.


집에 와서 선물을 끄집어내어 보니 다음과 같다.

행사선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원을 그리며 이동

1. 멋진 천가방

2. 여행용 치약칫솔통

3. 크리넥스 2 봉지

4. 멋진 볼펜 2자루

5. 치실통

6. 손지압기구

7. 작은 밴드 한통

8. 생수 1병

9. 접이식 우산

10.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담은 천 바구니


자그마치 10가지의 선물을 받았다. 솔직히 남편과 나는 깜짝 놀랐고, 무슨 선물을 이렇게 많이 주는지 한편으로는 의아하기도 했다.


이때까지 살면서 '공짜는 없다'라는 생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복권을 산 적도 없고, 요행을 바란 적도 없다.

 

 이 기회에 그래도 내 인생에 무슨 대박이 있었나를 돌아보니, 있다! 한 가지가!

"딸 둘의 사위들이 너무 가정적이고, 잘한다."

솔직히 남편이 나에게 잘한 것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분명히 남편은 아니라고 항변할 것이다!) 즉 심어놓은 것이 거의 없는데, 이런 멋진 사위들을 얻게 되다니, 이건 세상말로는 요행이고, 믿음의 말로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그리고 오늘, '살다 보니 이런 요행도 있을 수 있구나!'를 경험했다!


작가의 이전글 공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