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카톡으로 유튜브를 검색하다가 "새롭게 하소서"의 프로그램을 잠시 보게 되었다.
한 선교사님의 아내 되시는 사모님이 나오셔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기도하다가 하나님의 손을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손이 온통 긁힌 자국과 멍든 자국, 심지어 핏자국까지 있었어요. 제가 이게 무슨 손이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하나님이 말씀하셨어요.
'얘야, 이 손은 나의 손이란다. 너는 내가 너를 빚을 때마다 아프다고 절규하지 않았니? 나의 손도 너만큼 아팠단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의 철부지 같은 모습이 주마등처럼 내 눈앞을 지나갔다. 이기적이고, 나 자신만을 사랑하고, 나 자신에게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야박한, 하나님의 형상이 하나도 없던 모습들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 것이다.
그 사모님은 아프리카 오지로 남편과 함께 선교사로 파송받았다. 그런데 남편선교사님이 현지 적응기간에 현지인을 돕다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엄청난 일을 당하셨다. 사모님은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현실 때문에 너무나 비통하셨다고 한다. 어떤 교회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남편을 만난 첫 순간부터 그렇게 열렬히 하나님을 사랑하던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울부짖으며 기도했다고 한다.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남편의 펼쳐진 성경책에서 "에녹이 하나님과 동행하더니 하나님이 그를 데려가시므로 세상에 있지 아니하더라(창세기 4:24)"란 글귀에 색연필로 빨갛게 줄 쳐져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말씀에서 그나마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에 닥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인간인 우리는 왈가왈부를 할 수가 없다.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 이는 하늘이 땅보다 높음같이 내 길은 너희의 길보다 높으며, 내 생각은 너희의 생각보다 높음이니라(이사야 55:6~9)"
오래전, 경제적으로 아주 힘든 시기가 있었다.(지금도 넉넉하지 않지만) 전세로 있는 아파트의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중이었다. 이사를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기도 중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전도모임에서 만났던 권사님이 우리를 방문하셨다.
"고향교회 집사님의 아들이 지금 방을 구하러 왔어요. 여기 가까운 대학에 합격했는데, 방 구하기를 저에게 부탁했네요. 이 주위에 하숙할 방이 없나요?"
"모르겠어요. 저도 정보에 빠른 편이 아니라서. 이 주위의 공인중개사에게 연락해 보면 어떨까요?"
"아이고, 힘드네요. 그런데 지금 이 아파트에 두 분만이 살고 계신 건가요?"
"네. 큰 아이는 서울에 있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고, 둘째는 지금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요? 그럼 이 집에 지금 방이 두 개나 비었네요. 하숙하면 어떠세요? 돌아다니기도 지쳤어요."
"네? 하숙요? 무슨 말씀을. 저 요리, 못 해요."
"괜찮아요. 남자애라서 아무거나 잘 먹어요. 더 돌아다닐 것 없이, 이 집에서 하숙생을 받아주세요. 부탁이에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울며 겨자 먹기로 갑자기 하숙을 하게 되었다. 먼저 들어온 남학생이 같은 학교의 또 다른 남학생을 데리고 와서, 두 방이 다 찼다.
나는 남편에게
" 나, 시집와서 하숙 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이게 무슨 일이에요? 대학원까지 나와서 먹고사는 것은 걱정 없을 줄 알았더니, 이렇게 먹고살기 어려울 줄 몰랐어요!"
눈물을 흘리며, 내 처지를 호소했다. 남편은 미안하다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요리책을 찾아가며 지극정성으로 반찬을 만들었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하찮은 솜씨였을 것인데, 두 남학생은 아주 맛있게 먹어줬다. 생각하면 참 고마운 학생들이다. 그런 세월이 1년 6개월이 지나자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또 생겼다. 한 남학생은 군대에 가게 되었고, 한 남학생은 여자친구가 생겨서인지 엄마에게 자취하겠다고 졸라대더니, 두 명의 남학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가까운 지역의 작은 아파트에 입주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그곳으로 전세를 옮겼다.
뒤돌아보면 하나님의 절묘한 손길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소형 아파트가 지어지기까지 하나님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그 날짜가 되기까지 있던 아파트에 발을 묶어 두셨고, 분양시기가 되자 안개같이 두 명의 남학생을 사라지게 만드셨다.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이 하신, 하나님의 방법이었다.
그리고 또한 그 하숙을 통하여 나의 음식솜씨가 향상되었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나님의 생각은 나의 생각보다 높다.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마태 10:30~31)"
인생의 여러 가지 사건을 만날 때마다 지난날의 이 사건이 생각이 난다. 사건, 사건마다 하나님은 우리를 불꽃같은 눈으로 지켜보고 계시면서, 우리를 사랑하시고, 보호하시고, 인도하시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우리를 빚고 계신다.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 나의 이기적인 견고한 자아는 깨어지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조금씩 나를 변화시키신다.
내가 아픈 만큼 하나님의 손도 아팠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하나님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으셨을까?
그래서 눈물이 났다.
하나님의 그 사랑이 너무, 너무나 크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