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명이 수천 년을 지속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동구 밖 마을 어귀에 있는 수백 년 묵은 느티나무에도 인간이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신성성을 부여한다. 백 년이라는 시간도 채우기 힘든 사람들이 수백 년의 세월을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일까?
캘리포니아의 세쿼이아 국립공원이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는 2천 년에서 3천 년에 이르는 생명을 살아온 거대한 나무들이 있다. 그 나무들은 깊은 산속에 있어서 그들이 사람들의 삶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온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오랜 생명체를 보고 신비한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어떤 신성한 기운 같은 것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나무 밑에 서서 밑동부터 머리 위까지 올려다보면 거대하다는 말도 부족함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수천 년 살아온 나무가 마을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숨 쉬고 살아왔다는 것은 깊은 산속에서 사람들과 떨어져 살아온 것과는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마을 사람들은 그들이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전해온 나무의 이야기를 그들의 손자의 손자에게도 전해 왔다.
마을에 무슨 큰일이 일어나면 나무에게 먼저 고해야 했다. 오랜 세월을 그들의 조상 때부터 살아온 나무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호해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마을 어귀나 마을 안에 있는 나이 많은 큰 나무들은 그래서 마을 사람들의 신이 되었다. 그리고 나무가 서있는 곳은 신성한 지역이 되었다.
한 남자가 나무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신이 된 나무
사람들의 나무에 대한 신앙은 세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의 조상인 단군이 신단수 아래에 나라를 세웠다는 것도 그런 나무 신앙에서 나온 것이다.
이곳 멕시코 와하카에서 가까운 산타 마리아 델 툴레 마을에 있는 몬테주마 사이프러스 종류의 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하며 마을 한 복판에 있다. 그래서 그 의미는 산 속의 나무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이곳 사람들은 이 나무를 그냥 툴레 나무라 부른다.
나무의 나이에 대해서는 어떤 사람은 2천 살이라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6천 살이라고도 한다. 과학자들은 천사백 년에서 천육백 년이라고 하는데 이 나잇값은 나무에 얽혀있는 전설과 부합하여 신빙성 있게 들린다.
나무의 영역은 아스텍인에게 신성한 곳이었다. 그러나 그곳도 스페인인들의 교회가 차지하고 말았다.
이 곳에 사는 사포텍 족 사이에는 약 천사백 년 전에 아스텍인들이 그들이 모시던 바람의 신을 모시던 페초차라는 사람이 심었다는 전설이 전한다. 천사백년인들 짧은 세월인가? 나무는 스페인 사람들이 쳐들어온 것도 보고 그때까지 나무를 신으로 모시고 나무의 영역을 신의 영역으로 받들던 아스텍인을 내모는 것도 보았다.
또 그 자리에 유럽 사람들의 신을 모시는 교회를 세우는 것도 보고 멕시코가 스페인과 독립투쟁 끝에 독립을 쟁취하는 것도 보았다. 마을 사람들은 이렇게 독립을 쟁취할 수 있었던 것도 나무의 덕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이 나무 이름을 생명의 나무라고 부른 것은 이처럼 힘든 고난의 역사와 또 영광의 역사를 생생하게 지켜보고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 할 것이다.
나무는 여기저기 사람이나 동물 같은 형상들이 보인다.
천년은 더 살아야
2005년에 잰 나무의 몸통 둘레는 42미터, 지름은 14미터였다. 1982년도에 잰 나무의 지름이 11.4미터였다고 하니 23년 동안 지름이 3미터가량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적어도 천 수백 년 또는 2천 년 인지도 알 수 없는 엄청난 세월을 살아왔으면서도 아직도 왕성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이 나무가 앞으로도 천년은 더 살 것이라 생각되는 이유다.
그런데 천년을 더 산다는 것은 나무가 생명을 유지하기에 적합한 환경이 유지될 경우에 한 해서다. 1990년 이후 나무는 공기의 오염과 물 부족으로 인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나무 근처를 지나는 고속도로에는 매일 8천대가 넘는 차량들이 지나다니고 그들이 뿜어내는 매연이 공기를 더럽히고 있다.
나무가 땅 속에서 물을 빨아들이고 공기 중에서 숨 쉬는데 지장이 없어야 앞으로 백 년이든 천년이든 살 수 있을 것이다. 나무가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할 지경이면 사람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