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논문의 부담감

대학원에나 가볼까

가방끈 길이보다 긴 학위논문의 부담감


최근 한 선생님의 박사 학위 논문을 봐드리고 있다.

그는 실무에서 능통하신 마스터급 전문가이시나, 아무래도 글로 조리 있게 설명하시는 것에는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하셨다.

나 역시 학계의 선배 연구자님들에 비해서는 아직 한참 배워가야 할 어린 학자일 뿐이다. 다만 내가 할 줄 아는 것 중에 마음의 장벽이 가장 낮은 것이 글쓰기이고 나는 논문에 대한 부담감이 조금은 덜 한 성향인 사람이다.

아마 그런 배경에 내게 도움을 요청하셨으리라 생각한다.


각 케이스별로 다르지만, 어쨌든 학술지 논문, 연구논문과 다르게 학위 논문은, 꼭! 써야만 하는 것이므로 그 부담은 대학원을 졸업할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스승의 날, 그리고 과거에 있던 매 해 있었던 스승의 날마다 연구실 사람들은,

"고변호사, 올해는 논문을 쓸 건가?"

"최대표, 올해는 논문을 써야지?!"

"김판사, 논문 주제는 이미 다 있지 않아? 이제 쓰기만 하면 되네!"라는 교수님의 인사말 아닌 인사말에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그래도 다들 유연한 사회인들이라, 그 자리에서는 마치 당장이라도 내일부터 학위논문 집필에 들어갈 것처럼 교수님 말에 수긍하며, 맞장구를 치기도 한다.

@ 낑낑, 당신이 졸업하기까지 등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테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일들도 많았다. 교수님과의 자리를 마련할 때마다, 아직 학위논문을 쓰지 않으신 분들은 "아, 아직 논문을 안 썼는데 교수님 만나 봬도 될까?" 이런 말씀을 하곤 했다. 스트레이트로 학위논문을 진행한 나로서는 그 말을 유심히 듣지는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 정도로 학위논문의 부담감은 상상할 수 없는 무게가 있나보다.


나는 석사 3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부터 논문으로 준비했고, 마지막 학기에 논문 심사 과정을 거쳤다.

박사 논문 준비로 처음 교수님께 휴직 상담을 했을 때, "최소 일 년은 내야지?"라는 답변을 얻기도 했다. 흔히들 학위논문을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이나 입학하면서 정하고 매 학기 코스웍을 거치며 수업시간에 자기 논문을 주제로 한 편씩 발표문을 만들라고 하는데, 나로서는 크게 와닿는 말은 아니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학기마다 쓴 글을 엮기만 하니 학위논문이 됐다고 하시는데, 나 역시 몇 번의 수업에서의 발표문들을 박사학위 논문에서는 참고를 하긴 했으나 오히려 코스웍 과정에서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공부를 즐기는 포인트들을 찾는 것이 나중에 학위논문을 쓰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현실적으로는 법학과에서는 처음 박사학위 논문을 정했다 하더라도 필수로 들어야 할 과목들이 많이 줄줄이 진을 치고 있었고, 본인 논문과 수강 과목을 연결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끝까지 갈 수 있는 의지가 있는지?


생업이 있고, 특히 지금 그것을 잘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는 학위논문을 진행하기 어렵다.

착수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서, 초안을 쓰고 그다음까지 갈 수 있을지를 이성적으로 계획해 보기 바란다.

특히 공부 말고도 다른 일이 있는 분들은 늘 논문작업을 방해할 수 있는 "변수"를 감안해야 한다.

나 역시 변수가 있었다.


특히 석사 논문 진행 중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놓인 처지라 이도저도 못할 상황에서 주경야독을 하면서 이러다가 죽겠다 싶을 정도로 밖에서 도전해 오는 스트레스를 마주하며 집중했다. 퇴사를 하고 싶어도 사직서를 내고, 면담을 하고, 뭔가를 정리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하지만 내 눈앞에는 모든 상황에서 "학위논문"이 1순위였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큰 굴욕감을 학위논문을 진행하면서 겪어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어쩔 텐가. 비바람이 몰아쳐도 진행할 것인가?

바로 이 생각을 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물론 모든 사람이 이 정도로 질풍노도의 상황에서 학위논문을 쓰고 심사과정을 밟지는 않는다. 나의 경우는 석사 논문의 시기가 엄청나게 힘든 고난이었던지라 오히려 박사학위 논문은 비교적 행복하게! 즉 심사위원들의 챌린지에도 기죽지 않고 맘껏 할 말 있으면 하면서 진행할 여유가 생겼다.


그만큼 의지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학위논문은 사람마다 그것이 가져다주는 의미가 다르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다. 나의 상황을 보고 결정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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