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내렸다. 최근에 다시 연락을 하게 된 공학박사님이 우리 집 근처에서 모닝커피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최근 회사에서 머리 아픈 일들이 줄곳 생겨 생리통까지 겹친 아침이다. 남편의 출근길을 마중하지도 못했으나
뒤늦게 확인한 카톡 메시지에 "네! 좋죠!" 해버렸다.
10분 안에 머리만 감고 운동복 차림으로 나간 자리에서 교수 임용에 있어서 출신 대학교의영향력을 이야기하게 됐다.
어디 교수 임용에서 뿐인가.
한국사회 어디에도 출신 학교가 중요하지 않은 곳은 많지 않다.
그래도 요새는 일반 직장이나, 공기업에서는 블라인드 면접을 많이 치루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학벌이 중요하냐는 사람들의 말에 딱히 공감하지는 않는다.
학벌이라는 용어의 부정적인 어감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유년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 대부분 12년을 공부해서 대입을 치른다. 각자의 상황이야 어찌 됐든 다들 노력해서 얻은 첫 번째 결과가 대학교 타이틀이다.
대학교 타이틀은, 그 사람이 12년 간 어떻게 준비해 왔냐에 관한 노력의 결실이다 생각한다. 그래서 그것을 폄하하거나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대학교도, 대학원도, 그리고 그다음 직장생활을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도 모두 각각의 스테이지에서의 결과물들이기 때문에 그 각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끔 소위 학벌 세탁으로 대학원을 오는 경우가 있다. 대체로 그분들은 그 대학교에서 학부를 나와서 대학원을 진학한 사람들을 진골이네 하면서,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출신 대학교에 따라 차별하는 것처럼 말씀들을 하시기도 했다. 실제 그런 일들이 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다만 그런 말씀만을 주로 꺼내거나 지나치게 왜곡하는 분들 역시 학벌 세탁과 같은 의도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마찬가지로 보였다.
나는 사실 상대방이 어디 대학교의 학부를 나왔는지, 대학원은 같은 대학교에서 하고 있는지에는 딱히 관심이 없다. 학교 다닐 때 딱히 몰랐던 관계인데 같은 학부였다는 것을 대학원에 와서 알았다고 특별히 친해지지도 않는다.
대학원이든, 직장이든, 각각의 장소는 그곳에서 새롭게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간이다.
과거를 목적으로 한 특별한 관계, 친분을 굳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드러나 보이게 친목할 필요는 없다. 특정 무리의 친밀감의 표시는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런 태도들로부터 쉽게 배제되고 외로워진다.
각자가 걸어온 길과 현재의 모습들을 인정해 주고 공부하는 것이 연구자의 기본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때론 대학원 입학과 수료, 졸업 등 타이틀을 원해서 진학하시는 분들도 그 나름 목적과 이유에 대해서는 인정해주고 싶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의 그릇 이상의 것을 포장하고 욕심내는 경우가 있다면 그 또한 안타까운 것 같다.
그냥, 좋아서 하기
나와 모닝커피를 나눈 박사님은 아마도 나처럼, 그냥 바람의 소리를 듣고 내가 졸업한 학교에 박사과정을 마치신 것 같았다. 나도 그렇고 그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