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생활에서 배워가는 것들

7월의 토론토

일상에 센스 없는 삼식이


외국에서 동생 집에 머물다 보니 의도치 않게 삼식이가 됐다.

시차에 적응하느라, 원래도 아침형 인간이라...명은 여러 개만, 도대체 집안일이나 일상에 센스 있게 대처를 못하는 편이다. 어릴 때 꽤 야무진 학생인 나는 청소시간 만큼은 명확한 역할이 정해지지 않으면 주도적으로 뭔가 나서서 하지를 못했다. 걸레질 해야지!하면 누군가 이미 뙇! 창틀해야지!하면 이미 다 임자가 있었다. 그렇다고 이런류의 일을 등하시하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정리를 하는 편인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실은 삼식의 진짜 사정은 그랬다. 남의 집 주방에 나서기가 어렵기 때문이리라. 동생은 전혀 듣지 않았지만 꽤나 설득력있는 이유인데? 한다. 나는 널리 알려진대로 주방은 호스트의 신성한 영역인 것!라 믿던 것이다.


토론토에서는 아침 7시를 좀 넘기면 거실로 내려온다. 때마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존재는 이 집 개 포도! 식사 준비 중에는 자리를 옮겨와서 포크와 나이프, 제부가 내려준 따뜻한 커피잔을 가져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이다.


그래서 아참 식사는 각자 챙기는 것으로 선언해 보았다. 제부는 코로나 이후 재택을 하고 있는데 캐나다의 직장에서 재택근무 강도는 한국의 웬만한 직장의 그것 이상이었다. 잦은 화상 회의와 메신저 Comm. 이 중요해 보였다. 다른 층에 있는 그의 업무 공간을 나로선 최대한 지켜주면서 다니곤 한다.

@ 아침 식사 준비

물티슈가 없어 불안한 사람


불안해졌다. 화장실에 비치된 것 이외는 집안 어디에도 물티슈가 없었다. 늘 물티슈를 휴대하는 나는, 이런 상황에 적잖게 당황했고, 먼지나 얼룩, 식탁에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 난감해졌다. 식탁 정리는 삼식에겐 나름 그나마 노려볼 만한 가사일이지만, 그렇다고 보송보송 말려둔 행주를 들기에는 영 부담스러운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캐나다는 한국과 달리 생활용품, 공산품 물가가 비싸기도 하거니와 일회용 분리수거가 잘돼 있지는 않다. 대신에 사람들은 텀블러를 많이 사용하고, 커피 컵을 제외한 종이컵을 많이 쓰지 않는 눈치다. 내 눈에는 공용물품이라도 낭비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 관리를 잘해서 어딜 가나 산뜻한 한국이긴 하지만, 스레기통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를 보면, 캐나다 사람들이 그 점에서는 한수 위다.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스타벅스 매장 내에서 잠시 머무르다 곧 나가더라도 일회용 컵을(죽어도!) 제공하지 않는 정책은 없다. 어쨌든 물티슈와 같은 이런저런 일회용 생활용품을 많이 사용하거나 흥청망청 쓰지 않게 되는 문화가 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물티슈는 쉽사리 자연에서 분해가 안 된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가면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티슈, 종이컵 등 생활용품이나 옷가지 등을 규모 있게 사용하고 아낄 수 있을 것 같다.

도시락 문화와 비데 실종


토론토에는 직장과 학교에 대부분 도시락을 싸간다. 쉽게 입에 맞는 음식을 파는 곳도 제한적이지만 외식물가가 엄청나다. 셋이서 음료 없이 햄버거에 프렌치프라이를 먹고나니 한화로 4만원 돈이 나왔다. 타이음식은 4인 방문에 20만 원대, 이탈리안은 35만원 대! 외식의 만족감이 그렇잖아도 낮은 판국에 가격을 보면 그 만족감은 더 떨어진다.


요새는 중국마켓, 일본마켓과 함께 한국 식료품을 파는 곳이 이전보다 큰 규모로 있지만, (예를 들어 갤러리아!-갤러리아라고 해서 압구정 백화점을 떠올린 것은 나뿐만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꼭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가격도 만만찮고, 지구 반바퀴를 건너야 가져오는 것들이거나 아님 이쪽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해외용이라 제맛이 안 날 수도 있으니, 어쨌든 모두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에서 간편하고 효율적이라 여차하면 "사면 돼지"했던 생각들 이 참에 돌아보게 된다.


좀더 덧붙이면 한국에 비해 좋은 것도 많은 토론토이지만, 한국인에겐 더 맞는 제품은 한국에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짭쪼름한 생수와 당도 높은 딸기, 쌍화탕...뭐 가슴을 시원해주게하는 그런거 말이다. 그래도 내가 캐나다에 머물던 때와 달리 생리대와 같은 여성용품의 질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

그런데 가정이나 백화점 등에도 비데를 설치한 곳은 보이지 않는다. 흙흙. ㅜㅠ

그래도 괜찮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다시 한국에 돌아가면 한국의 너무 편리한 시스템에 동조해서 물품을 함부러 쓰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물티슈도, 티슈도, 볼펜도...생각 없이 마시는 프렌차이즈의 커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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