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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심으로 하지 않으면

못 베기는 사람들


11월, 4학년의 계절

올해도 너냐!

뉴스에선 첫눈이라고 떠들썩하지만, 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이 맘 때의 캠퍼스는 너무나 스산하다. 

3월이 따뜻하고 활기찬 신입생의 계절이라면,

11월은 이제 유예기간이 끝나서 등 떠밀려 교정을 나서야만 하는 4학년의 계절이라고 할까.

마침  심시간 무렵, 토크에 가까운 강의를 할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나의 20대의 흔들림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번 달 가장 중요한 일정으로 생각했는데, 똘망한 그들의 눈을 보니 조금은 나의 의도가 전해진 것으로 만족하며, 더 잘하지 못함을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지식이 아닌 인생의 경험을 전하는 일은 나에겐  더 조심스럽고 더 어려운 일이다.

학생들도 나도 같은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의 세상을 내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겸연쩍게도 먼저 걸어왔다고는 하지만, 오늘을 살아가는 이 길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계절에 확신이 없었던 것은 너희도 20대의 나도 마찬가지리라.

그런데도 변하지 않는 것은 "가슴 뛰는 단 한 가지의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이래놓고 저녁에 고민이 더해지자 이 명확한 것을 잊어버린다)

돌아보니 그때 아니면 못하는 것은 바로 '두려움 없이 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직 나도 젊지만, 손에 버릴 게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을 때의 선택은 다른 것, 이제야 안다.


시간이 지나 다음 수업을 위해 마저 못 먹은 도시락을 챙겨가는 아이들을 보 마음이 급해졌다.

아, 이야기를 좀 더 짧게 할 걸 그랬나! 싶다. 로스쿨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입시반 학생들만큼이나 짐이 무거워 보인다. 불확실한 시기지만, 확신을 갖고 살아가기를 응원했다. 어떻게든 된다라는 것은 없지만,

나침반이 흔들리는 것은 정확한 방향을 가리키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다.


학교 밖에서는 어른도 4학년에서 한참 유예한 졸업유예생이다.

다시 다른 출발선 앞에 서고 보니 지금의 나에게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스로 질문을 많이 하게 된다. 림길에서 좋은 질문을 하는 것은 언제나 중요했던 같다. 해가 수록 질문은 중요하다. 시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다.


나는 지금 어떤 질문을 나에게 해야 할까. 은 질문지가 있지만, 이것을 꺼내기 위해서는 세계와의 소통이 필요하다.

세상에 좋은 선생들 어디든 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의 태도가 내게 때로 메시지가 되고 있음을 알지 못하겠지만,

나는 간혹 그 선생들의 사회적 지위, 지식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오로지 "삶의 태도"를 보고 우곤 한다.


일정 전후로 바쁜 중에두 사람을 만났다.

한 사람은 한국사회에서 최고로 좋은 교육과 좋은 지능과 교양을 갖춘, 어디 하나 완벽하지 않는  는 엘리트다. 그녀는 불필요한 말을 삼가지만 솔직하다.  늘 단정한 옷매무새를 갖고 있다. 세상에 크게 반응하지 않아 자신의 할 도리를 한다.

또 한 사람은

가끔은 삶의 결정을 손바닥 뒤엎듯하고, 카페에서 목청 높여 떠들기도 하지만, 봄날의 햇볕처럼 스스로 돌볼 줄 아는

훌륭한 줌마 구다. 그녀는 전공이 아닌 영어를 배워 아이들을 가르치고, 두 아이를 자율적으로 키워내고 있다.


온 에너지를 쥐어짠 날, 두 사람을 보고 나니  둘은 내게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주었다.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지만, 우리는 모두 공통의 연결고리가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에 계산 없이 집중돼 있다. 


만약에 나에게도 오롯이 하나에 집중될 수 있는 여정이 허락된다면, 지금보다 나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도 그리해보고싶다. 진실로.


본질에 충실한 삶 갈구한다.

오늘 나에게 질문한다. 너의 질문은 어디서 시작하느냐고.

 엔 한 참을 전속력을 다해서 그냥 하는 것이기에 질문을 잘해야 한다. 나는 그것을 원하는 것일까.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피하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더 본질적인 삶을 위해일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지만, 가끔은 뒤로 한참.

앞으로 한 참 달음박질해 나의 나침반이 북쪽을 향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중이다.


2023. 11. 희봉의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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