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삶, 마음은 이미 로그아웃

서울 체크인 중에

"곧 정리하고 따라갈게. 먼저 가 있어"

드라마에서 먹고 살기 어려워져 고아원 앞에 어린 자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자리를 떠나는 엄마처럼

제주에 다리 하나 걸친 2018년

본의 아니게 남편을 제주에 보내게 됐다.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싶지만

그땐 피로에 지친 몸을 노천탕에 담가 내듯

제주의 집이 큰 위로가 됐다.


처음도 나중에도

쨍한 트로피컬 바다와 흙갈색 밭, 알록달록한 산의 색감은

내 마음을 너무나 사로잡는다.


다시 한번 가고 싶다.

이 정도면 재발 증세인가도 싶지만,

다시 떠나고 싶다.

여행 말고 살러.


남편과 십 년 뒤에는 무리하지 말고 둘이서 제주살이를 해보자고 하나,

우리는 안다.

이곳은 정해진 기간은 가능해도 몸이 불편하면 쉽지 않다는 것을.

제주의 도시가스 시설, 병원 등 인프라는

서울에서 적응된 사람들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이렇게 끌리는 제주

나는 여전히 너를 보면 설렌다.

@ 간질간질 곧 새싹이 나올 것 만 같은 어느 집 마당

십 년을 계획하여 초가삼간을 지어내니


나 한 간, 달 한 간, 청풍(淸風) 한 간 맡겨 두고


강산(江山)은 들여놓을 곳 없으니 둘러놓고 보리라


-송순 (宋純, 1493년 ~ 158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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