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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로하엘린 Sep 23. 2024

As Time Goes By

-싸이 감성




어제 엄마의 생일파티 겸 가족외식이 있었다.

다섯 식구가 모두 함께하는 외식은 오랜만이라 다들 업된 상태로 고고씽~~ 맥주라도 한 잔 해야 한다는 아빠말에 차는 두고 가까운 고깃집으로 향했다. 엄마는 의정부 XX오리구이가 못내 아쉬웠는지, 목발로 걷느라 힘들어 죽겠는 나에게 거긴 다르다면서 긴 긴 설명을 한다.

힘겨운 목발질 끝에 도착한 고깃집.

등심으로 먹자는 아빠의 선심이 있었지만 대충 소박하게 가자는 여론에 치여 돼지갈비와 삼겹살로 주문하고, 상석에 자리 잡은 엄마의 생일축하로 한 잔, 곧 있을 갱후니(막냇동생)의 시험을 파이팅 하며 또 한 잔으로 시작한다.


자글자글 고기는 익어가고, 아빠는 웬일로 항상 독점하던 고기집게와 가위를 직원분께 넘기는 여유도 부리신다.

주절주절 쫑알쫑알 풀어놓는 이야기보따리들.

아빠의 일장연설, 엄마의 신신당부가 이어지고 갱후니는 이때다 싶었는지 주는 술을 족족 완샷 한다. 숨겨진 다크호스.

갱후니의 눈부신 완샷활약에 힘입어 우리 가족은 맥주를 6병이나 비우고 모두들 홍익인간으로 거듭나셨다. 그래도 부모님 앞이라고 나름 자제를 했음에도 얼굴은 발글렝 발글렝~


2차는 노래방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나는 목발을 받아 들고 빵빵한 마이크가 있는 팝콘노래방으로 앞서 간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노래방에서 한 시간 동안 노래 부르고 춤추고 폰카도 찍고 신나게 놀았다.

엄마는 발라드건 댄스곡이건 무조건 탬버린을 흔들어대고, 아빠는 18번 곡 대신 새로운 노래들로 무장한 채 일취월장한 실력을 뽐냈다. 정체불명의 부모님의 댄스와 혁신적인 코러스.

나는 효도하는 마음으로 아빠가 좋아하던 "신사동 그 사람"과 "베싸메무쵸"를 불러드린다. 트로트적으로다 쥐어짜면서.

그리고 원곡이상으로 소화해 내는 갱후니의 노래 박명수의 "롱다리"가 이어지고 어쭙잖게 시도하는 시리(둘째 동생)의 발라드. 오늘 제법 올라간다?...

최고령자와 최연소자의 나이차는 무려 40년. 세대차이를 트로트로 메운다.-.-

18살의 갱후니가 부르는 "땡벌"은 가족 간의 돈독한 화합을 도모하고 나의 신들린 듯한 외다리댄스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역시 연장자순으로 지쳐간다...


힘겹게 막판 스퍼트를 내어 엄마의 닐리리맘보송에 근육 놀랄 지경으로 마무리를 해 주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들 zZZzz... 숙면모드돌입. 아직도 귓가에 엄마의 탬버린소리가 쨍글거린다.


오늘을 기념하며, 엄마아빠의 사진을 한 장 올려본다.

우리 가족의 평범한 어느 날의 저녁외식이,

먼 훗날 문득 돌아봤을 때 한 장의 사진처럼, 추억의 한 컷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살짝 감싸 안은 엄마의 어깨와 가볍게 기댄 아빠의 어깨가 영원히 따뜻하기를... 바라본다.      





As Time Goes By

아티스트 : Dave Koz

앨범타이틀: At The Movies     














여기는 군산. 군산이다. 오버.


어제 오후에 집에서 출발하여 태안을 찍고 오늘 군산에 왔다.

오전에 꽃지 해수욕장에서 바다 구경을 하고 군산으로 넘어와 물짜장과 짬뽕밥을 먹고 체크인을 했을 뿐인데 벌써 네시가 넘었다. 시간은 정말로 상대적이다.



사진 속의 엄마 아빠는 지금보다 한참 젊다. 자식들이 크면서(늙어가면서) 함께 하는 시간들은 줄어들었다.

어느새 70대인 부모님을 생각하면 한 번씩 가슴이 시큰하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았을까?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여행을 자주 다녔다. 여름이면 일주일씩 전국 팔도를 돌며 많은 것들을 함께 보고 느끼고 먹고 했던 기억들이 정겹다.


온 가족이 함께 한 번쯤이라도 다시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주말마다 엄마와 드라이브를 다니던 아빠는 언제부턴가 멀리 가기 싫어하고 막냇동생은 시간내기가 영 힘들다고 한다. 다들 소극적이다.

내 욕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한 번쯤 다시 가족여행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나는 이제 선유도에 간다. 야호~













여러분이 간직하고 있는 평범했지만 특별한 날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 상단의 글은 오래전에 싸이월드에 올렸던 글이다. 노래 제목은 글을 쓸 때 들었던 곡이니 싸이 감성을 증폭시키고 싶다면 틀어놓고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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