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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도리진 Dec 17. 2023

국어를 가르치다가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생이란 참 알 수가 없습니다

살아오면서 늘 효율적인 것보다는 인간적이고 감상적인 면을 소중히 해 왔었습니다. 또한 저와 다르게 경제적인 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속물'이라고 생각했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의 나이에 이르고 보니, 주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도움을 드리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는 제가 경시했던 그 '경제적인 면'이라는 것이 엄청나게 중요한 것임을 이제는 압니다.


대학 다닐 때, 전공서적이나 인문학 책 등을 보지 않는 친구들을 보며 어리석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정수를 모르고 영어나 시사 교양을 공부하며 각종 시험이나 면접만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너무 낭만이 없다고 여겼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사실 제가 철이 없고, 현실 도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영어 정교사 2급을 따게 된 저는 그냥 임용고시를 준비하거나 다른 길을 가도 되는데,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넋놓고 살았습니다(사실 하루하루를 견.디.는. 나날이었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좀 심했습니다). 그러다 몇 군데의 회사를 다니다 그만 둔 후 27살 이후로 보습학원/전문학원 국어강사를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르바이트의 개념이었지만,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책읽는 것과 말하는 것(필요할 때만)밖에 없어서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독한 야행성이며 제멋대로였던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상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강사일이 적성에 맞았습니다. 더군다가 남에게 뭔가를 강요하거나 지시하는 일도, 당하는 일도 극도로 싫어하는 성격을 가진 저로서는 아이들에게 많은 학습량을 주면서 강한 책임감을 느껴야 하는 영어, 수학 과목보다는 아이들을 보듬고 웃겨줄(?) 수 있는 국어 과목이 좋았습니다. 제가 강사를 처음 하던 시기에는 중고등 국어 교과서가 1종이어서 시험문제 찍어주기도 무척 편했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교과서가 좀 어려워서 설명해 줄 부분은 많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 순간부터 과목을 영어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하게 됩니다. 오랜만에 친척 영어 과외를 하면서 잠깐 들었던 생각은 점점 강해져서, 결국 저는 이 생각을 실행에 옮기고 맙니다.


사실 그 전부터 제 안에서 이런 생각은 꽤나 오래 있어 왔습니다. 학원 내에서의 입지나 나중에 독립(공부방이나 교습소로)을 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 당연히 영어로 전과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다만 이것을 실행할 용기도, 자신도 없었습니다. 비문학 독서를 하기 전까지는요.


하지만 전에 발행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비문학 독서와 글쓰기는 저라는 나태하고 비현실적 회피주의자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힘이 있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저질렀습니다. 어차피 공부하면서 가르치면 된다,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미리 공부를 완벽하게 해놓고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 이야기니까요. 또한 아이들의 심리파악이나 티칭 스킬적인 것은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습니다. 영어나 심지어는 제가 싫어했던 수학과목도 아이들이 해당 선생님들보다 제가 더 잘 가르친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가끔 땜방 수업을 할 때나 교무실에서 아이들을 우연히 가르쳐줄 때 듣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결국 무척이나 늦어버렸지만 요즈음은 영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척 망가져있는 교실을 받아 살리기 위해 애를 썼고,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현재는 다른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뭐 학습적인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하여 결론은, 비문학 독서와 글쓰기는 정체성 변화와 생각의 실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뭐, 좀 허무하지만 사실이니까요. 제가 장담하는데, 위의 두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변화없는 인생을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생각이 났는데요, 국어를 너무 오랫동안 가르쳐서 전과를 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정말로 뭔가 새로운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직업적인 면에서는 보다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아이들의 확연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영어라는 과목 특성상 성취감과 짜릿함도 좀 더 맛보고 있으니까요)


지금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데, 실행할 용기가 나지 않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냥 저질러 버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결혼은 예외입니다. back이 무척 어렵습니다). 일적인 영역에서는 성공하면 두말할 나위가 없이 좋은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이 결국은 성장과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되니까요. 당연히 모두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한 번 살짝 말씀드려 봅니다.



지금 명상 음악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2~3주 몸이 아팠다가 1주 반짝 하더니 지난 한 주 또 지독히(?) 아팠습니다. 정말 건강이 제일입니다. 이 추운 날씨 속에서(내일은 영하 14도라고 하네요) 감기 몸살 조심하시고 몸과 마음 모두 따뜻한 나날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독자님들의 건강과 행복과 자유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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