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진리를 지킬 인간의 능력이란 무엇인가
AI는 더 이상 먼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이미 우리의 검색 결과를 정렬하고, SNS 피드를 구성하며, 정책 입안부터 교육 콘텐츠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겉보기에 중립적이고 논리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리즘은 인간이 설계한 만큼의 편향을 담고 있으며, 때로는 그 어떤 정치적 선동보다 더 강력한 ‘설득력’을 갖는다.
이러한 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단순한 정보 해석력이 아니다. 진리를 추구하는 총체적 관점, 그리고 비판적 사고력이다.
AI가 필터링한 정보를 우리는 ‘추천’이라 부른다. 유튜브, 구글, 인스타그램, 뉴스 앱까지, 개인화 알고리즘은 효율성을 앞세워 우리의 선택을 유도한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이 인간의 취향과 의견을 ‘거울처럼 반사’하는 것이 아니라 ‘틀 안에 가두는 렌즈’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이 알고리즘적 렌즈는 어느 정치이념에 편향되었든, 또는 어떤 윤리관을 우선시하든, 스스로는 이를 ‘중립’이라 믿고 구조화한다. AI가 추천하는 결과가 곧 객관적 진리라는 착각은 점차 뿌리 깊은 인지적 오류로 굳어간다.
이러한 세계에서 인간이 세뇌되지 않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은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능력’이다. 즉, 진리를 질문하는 힘, 의심하고 구조를 파악하며 배후의 설계를 감지하는 통합적 사유가 필요하다.
굳이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처럼 복잡한 이론을 도입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단편적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다양한 지식의 연계, ‘정답’ 중심 사고가 아니라 ‘문제 제기’ 중심의 사유 습관, 결과적 사고가 아니라 맥락적 이해. 이런 사고력은 단기 속도전으로는 배양되지 않는다. 꾸준한 독서, 다양한 관점의 토론,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질문을 품고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문제는 현재의 공교육 시스템이 이와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고등교육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 정답 중심 평가. 다지선다, 단답형 중심으로 문제 해결력보다 암기력을 평가한다. 경쟁 중심 학습. 친구와의 협업보다 개인 성취를 강조한다. 실패에 대한 비관용성. 질문과 도전이 아닌, 복종과 순응을 장려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AI의 결과물을 ‘객관적 정답’으로 받아들이는 데 최적화된 인간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질문하지 않는 시민은, 알고리즘이 설계한 진실에 가장 쉽게 동화되는 시민이다.
우리는 더 이상 인간 중심 사회가 아닌, 데이터-중심 사회에 진입했다. 데이터는 설계자에 따라 해석되고, 그 해석이 AI에 의해 자동화된다. 그 속에서 인간은 수동적 소비자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자기 질문을 던지고, 진리의 다면성을 추구하는 능동적 존재로 성장할 것인가.
AI 시대에 진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질문하는 인간’뿐이다.
#2025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