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값 바꾸기
만약 우리가 신이어서 생각과 말이 그대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그래도 우리는 생각과 말을 내버려 두게 될까?
나쁜 말을 할 때 딱 그만큼의 부정적인 일이 찾아오고, 이상한 생각을 할 때 그에 맞는 일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어떻게 든 말을 고르고 생각을 다스리려 하지 않을까?
사실 신이 아니어도 우리의 말과 생각은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
외부로만 향하던 주의를 내면으로 돌리고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진짜 원함이 아닌데도 자동적으로 행동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자동적으로 행동할수록 눈은 뜨고 있으나 잠자는 상태와 같다.
꿈에서는 의식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꿈이 이끄는 대로 행동한다.
드물게 꿈이란 걸 알아차리고 마음껏 날아다녔다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이를 ‘자각몽’이라고 한다.
‘타인에게는 나 자신이 상황이다’라는 인식을 갖는 것.
다른 사람의 행동이 그 사람의 내면이 아니라 바로 ‘나’라는 상황 때문에 기인한다는 깨달음.
그것이 지혜와 인격의 핵심이다.
- [프레임] 최인철 -
’나’는 상대에게 프레임으로 작용한다.
나의 말과 행동에 따라 상대의 태도와 선택이 달라진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영향력은 커진다.
내보내는 말과 행동에는 반드시 반응이 돌아온다.
그것이 상대방의 반응이던 동물과 식물의 반응이던, 혹은 내 마음의 반응이던 예외는 없다.
이렇게 볼 때 양자역학이나 영성의 개념까지 가지 않아도, 생각과 말은 현실에 반영되고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기억 속을 걷는다.
과거의 경험, 과거의 반응과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
그러니 새로운 일이 올 수 없다.
전혀 다른 상황도 기억으로 해석하고 행동하면 과거와 비슷한 상황으로 남게 된다.
나의 작용에 상황은 언제나 그에 맞게 응답한다.
얼마 전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다.
보통 머리만 자를 때에 헤어 디자이너는 유난히 얇은 머리카락을 걱정해 주며 클리닉이나 펌을 추천해주곤 한다. 이번에 만난 디자이너는 아무 말없이 머리만 잘라주었다.
나도 침묵으로 잘 있다가는 드라이로 머리를 세팅해 줄 때 뜬금없이 물었다.
“이런 스타일이 되려면 어떤 펌을 해야 해요?”
“그 펌을 하면 드라이 안 해도 모양을 유지할 수 있나요?”
파마하는 시간을 싫어하는데도 의지와 상관없이 이런 말들이 튀어 나갔다.
말하면서도 ‘왜 이러지?’ 싶었다.
패턴에서 벗어난 상황을 자동적으로 끼워 맞추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이 계속 씁씁했다.
나의 말과 행동인데 조절이 안 되는 게 이상했다. 희미한 절망감마저 느껴졌다.
그날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여전히 침묵과 무표정을 어려워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좀 더 침묵하고, 담백하게 살고 싶다.
침묵과 무표정을 불편해하지 않겠다.
나는 고요 속에서 많은 것을 들으며, 침묵 속에 자유롭다.
재미가 아닌 기쁨을 추구하는 것으로 설정 값을 바꾼다.
보아서 감사합니다.
마음이 좋지 않을 때,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원함에 맞게 설정 값을 바꾸겠다는 선언을 기록하곤 한다. 효과가 좋다.
어린 시절의 감정과 기억이 만든 고정 값들이 많다.
습관이 된 감정과 자동화된 행동들을 여전히 보고 있다.
이런 일이 생길 때면 기록한다.
글로 쓰는 것은 관념을 눈앞으로 끄집어내는 일이다.
과정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잘 되던 되지 않던 꺼내어 바라보는 것이다.
모든 행동과 말에 깨어있기란 오히려 꿈같은 일이지만, 내 몸인데 내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 이상해서 꾸준히 하고 있다.
무의식이 만드는 현실이 아니라, 말하고 생각한 것들이 이루어지는 현실이 있다.
종종 생각했던 것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신기한 일이 아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진짜 원함과 생각, 그 생각과 행동, 행동과 말이 일치할 때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