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하기 전 3초 멈추기
누구나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상황이 있다.
A로 찌르면 B, C로 찌르면 D가 튀어나오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자동적인 반응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넌 몰라도 돼” 같은 말엔 영락없이 “죽을래?”라는 말이 튀어 나가곤 했다.
0.1초의 틈도 없이 발사되는 말.
이 과격한 언어를 뱉고 나면 마음이 서늘한데도 꼭 그렇게 되곤 했다.
일종의 조건 반사였다.
조건 반사는 후천적으로 학습된 반응 방식이다.
특정한 자극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파블로프의 개’로 유명한 침 분비 실험에서 정의되었다.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소화에 관한 실험을 진행하던 중 개가 먹이를 먹지 않고도 침을 분비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개가 먹이를 먹으며 침을 흘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는 종소리를 들려준 후 먹이를 주는 과정을 반복했다.
개는 종소리가 난 뒤에는 먹이가 나온다는 것을 학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개는 종소리만 나도 침을 흘렸다.
‘종소리 = 먹이’로 조건화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종소리와 함께 파란빛을 비추고 먹이를 주었을 때, 개는 파란 불빛만 보고도 침을 분비했다.
이처럼 본능적인 반응에 특정 조건이 반복적으로 결합되면, 조건만으로도 반응이 일어난다.
음식이라는 ‘사실’이 아닌 부여된 ‘조건’에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하면 응답을 해야 한다.
살아있는 존재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데 ‘어떤 반응을 하느냐’를 부여된 조건이 결정한다.
나의 경우, 무안한 상황에서 어김없이 ‘죽을래?’란 말을 했었다.
무안한 상황에서 모두가 같은 반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
반복되는 이 반응이 불편했다.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무서운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알아차린다고 해서 쉽게 고쳐지는 것은 아니었다.
말하고 서늘함을 느끼고, 말하고 허탈함을 느끼는 것을 반복하며 고칠 수 있었다.
무안함에 대한 반발로 자동 반응했던 것이다.
여전히 반응이 먼저 나가서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지혜는 반응하기 전에 3초 멈추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다. 나처럼 반응이 늘 빨랐던 사람에게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사람이기에 멈출 수 있다.
계속 인식하고 노력한다면 반응하기 전에 멈출 수 있다.
파블로프의 실험에도 조건 반사를 해제하는 과정이 있다.
종소리만으로 침을 흘렸던 개에게 종소리를 들려주고도 음식을 주지 않았다.
일정한 반복과 시간을 지나자 종소리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
조건이 풀린 것이다. 하지만 잠재의식에 남은 기억에 개는 가끔 종소리에 침을 흘리기도 했다.
나도 어느 날, 비슷한 자극에 또 반사적으로 “죽을래?” 할지도 모른다.
그때엔 이 사실을 기억하고 ‘아직 잠재의식에 남아 있구나 토닥~’ 해줄 것이다.
살아있는 한 반응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잘 반응하고 싶다. 내 마음도, 다른 사람의 마음도 불편하지 않게.
우리는 환경 속에서 많은 것들이 조건화되었다.
그 조건 값으로 반응하며 살아간다.
과거의 경험이 만들어낸 자동 반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엇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야 한다.
조건과 반응을 인식하고 해제하여야 한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 앞에서 딱 3초 멈추는 연습으로 시작할 수 있다.
자동적인 반응에서 벗어나 어느 순간이라도 원하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자유인이다.
자신을 이해하고, 말과 행동을 선택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당연하게 걸어야 할 사람 다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