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있어 뱀이 가지는 함의 (1)

by 누두교주

쑤통이 이러한 역할을 뱀에게 맡긴 이유는 중국 사회에 뱀이 차지하고 있는 특별한 기호적 의미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있어 뱀은 태고의 전설부터 출현하는데, 뱀의 몸에 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 종산(钟山)의 촉룡(烛龙)이 그것이다. 역시 신화시대인 전욱(颛顼) 시대에 있었다는 비유(肥遗)는 다리가 여섯 개에 네 개의 날개가 달려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며 뱀은 신격화된 형태인 용(龍)으로 나타나는데 중국인들의 조상으로 추앙하는 황제(黄帝)때 물을 모으고 비를 내리는 능력을 가졌다는 응룡(应龙)이 있었다고 한다. 하(夏) 나라 시대에 이르러서는 활을 잘 쏘는 것으로 유명한 예(羿)의 신화에는 코끼리를 잡아먹는다는 동정호(洞庭湖)의 큰 구렁이(蟒蛇) 파사(巴蛇)의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중국 고대에 뱀을 이야기하려면 무엇보다 인간을 창조한(낳은) 태초의 위대한 어머니 즉 대모신(大母神)인 여와(女娲)와 그의 남편이자 남매 사이인 복희(伏羲)를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화하(华夏, 중국) 민족 인문의 시조이며 사직을 보호하는 바른 신 (华夏民族人文先始,福佑社稷之正神)'으로 여겨지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의 상반신은 사람이지만 하반신은 뱀이라는 점이다. 이 들의 그림을 보면 한 팔씩으로 서로를 안고 마주 보고 있으며 하반신은 나선형으로 꼬여있다. 여와의 오른손에는 컴퍼스(그림쇠, 规)를 들고 있고 복희는 왼손에 곱자(矩)를 들고 있는 데 각각 음(阴)과 양(阳)을 나타내 우주의 원리를 표현하고 있다. 즉 여와와 복희는 원칙(规矩)을 상징하는 컴퍼스와 곱자를 들고 서로의 하반신을 착종시켜 중국 민족의 조상이 된 것이다. 이는 중국이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착종되어 '경제 발전 우선'이라는 원칙(规矩)에 수십 년간 몰입한 것으로 패러디 (parody)될 수 있다. 쑤통이 인식한 현실은 원칙(规矩)은 실종되었고 사람과 돈이 착종되어 오로지 '돈'만을 탐닉하는 처참한 삶을 직면(直面惨淡的人生) 한 것이다.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용의 후손(龙的传人)'으로 자칭하는 데는 여와와 복희의 전설 외에 지금의 중국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汉)고조(高祖) 유방(刘邦)과 뱀(용)이 관련된 고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고조 유방의 모친)인 유오가 큰 못가의 둑에 앉아 잠이 들었는데 꿈에 (용) 신을 만났다. 이때 천둥 번개가 치고 (못 가는) 어둠이 싸였다. (유방의 부친인) 태공이 가서 보니 교룡이 유오의 위에 있었다. 유오는 그때부터 잉태하여 마침내 고조를 낳았다.

其先刘媪尝息大澤之陂 夢與神遇, 是時雷電晦明.

太公往視卽見蛟龍於其上. 已而有身 遂産高祖.

(司马迁, (최대림 역해), 1996, p.205. 한글 해석은 필자.)


결론적으로 한 나라를 건국한 고조 유방은 용(蛟龍)의 자식이라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한나라의 뒤를 이은 현대의 중국인도 '용의 후손'이라는 논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고조가 술을 마시고 밤에 늪지대의 작은 길을 가며 부하 한 사람으로 하여금 앞길을 살피게 하였는데, 그자가 돌아와 보고하기를, "앞에 큰 뱀이 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했다. 고조가 술에 취해 말하기를 "대장부가 가는 길에 무엇이 두려울까!" 하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가 칼을 뽑아 뱀을 내려쳐 베어 버렸다. 뱀은 두 동강이가 나 버렸다.

高祖被酒 夜徑澤中. 令一人行前. 行前者還報曰 前有大蛇當徑. 願還. 高祖醉 曰 壯士行 何畏. 乃前 拔劍擊斬蛇. 蛇遂分爲兩經開.

(司马迁, (최대림 역해), 1996, p.206. 한글 해석은 필자.)


용의 자식이 큰 뱀(大蛇)을 베어 황제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중국에서는 뱀을 뱀이라고 부르기보다 ‘작은 용(小龙)'이라고 부르며 특히 자신이 속한 띠를 이야기할 때는 항상 '작은 용' 띠라고 한다. 즉 뱀 과용은 서로 호환될 수 있는 존재이다.


뱀을 죽인 유방은 몇 리를 더 가다 술에 취해 잠에 골아떨어졌고, 뒤이어 따라오던 부하가 뱀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 어둠 속에 울고 있는 노파를 발견하고 그 이유를 묻자 노파의 대답이 아래와 같다.


"내 아들은 백제의 아들인데 뱀으로 변신해 길을 막고 있었는데, 지금에 이르러 적제의 아들이 내 아들을 베어 버렸으니 그게 슬퍼 울고 있는 거요"

嫗曰 吾子白帝子也. 化爲蛇 當道. 今爲赤帝子斬之. 故哭.

(司马迁, (최대림 역해), 1996, p. 206. 한글 해석은 필자)


백제(白帝)든 적제(赤帝)든 왕을 나타내는 기호로서 '뱀'이 사용되었다. 흰색(白)은 방위로 하면 서쪽과 통하니 서쪽에서 발흥해 천하를 통일한 진 시황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유방이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한 나라를 건국한다는 은유이다. 따라서 진 나라를 뜻하는 백제(白帝)의 상징을 용 대신 뱀을 사용한 것이다.



참고한 자료


정재서, 2004,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 서울, (주) 황금부엉이.

司马迁, (최대림 역해), 1996, 『新译 史记(本纪·世家』

苏童, 2020,『蛇为什么会飞』,上海, 上海文艺出版社.

수통(苏童), (김지연 역)2008,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蛇为什么会飞)』, 파주, 문학동네.

위앤커(袁珂), (전인초, 김선자 역) 2005,『중국신화전설 1』,서울, (주)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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