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는 자아를 망각하고 뱀(돈)과 착종되어가는 군상들을 추적한다. 이를 위해 몰락하는 도시빈민 군상(량젠(梁坚), 금발소녀(金发女孩) 그리고 슈홍(修红))'과 기회를 잡은 집단인 더췬(德群)과 허 씨형제(贺 氏兄弟)를 우선 살펴본다. 이들의 삶의 모습은 같은 도시의 공간에 살지만 경제적 대척점에 서서 점점 더 넓어지기만 하는 경제적 격차를 뚜렷이 드러낸다.
이와는 다른 특이한 경우로 철저히 파멸의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각고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머쥔 렁옌(冷燕)을 집중 조명한다.
이를 통해 쑤통은 변화하는 중국 사회의 모습을 렁옌에서 찾고 있으며 도시빈민에 대한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묘사는 쑤통의 그들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에서 기인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자 한다.
끝으로 뱀 식당의 화려한 천년 맞이 축제를 배경으로 한 커위앤(克渊)의 펑다린(疯大林) 살인과 커위앤의 '짐 가방을 따라가는 도피'를 결말로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방향조차 불분명한 중국의 도시빈민의 모습을 '사족'으로 마무리한다. 이 부분의 이야기는 앞에서 잠시 언급한 뱀이 도시빈민으로 변주되는 경우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이 되기도 한다.
량젠의 삶은 시장경제 자본주의 삶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는 잘생긴 얼굴로 작은 사업을 시작해 항상 여자 친구를 도구화해서 돈을 벌었다. 처음에 두창가에 란핑궈라 여자 친구와 수박장사를 했다(他卖西瓜的时候是肚肠街的烂苹果)
그다음에는 선녀 골목의 여자 친구 메이란과 함께 음료 장사를 했다.(梁坚卖冷饮的时候女朋友换了仙女巷的美兰)
그다음에는 구리에게 의지하며 화물창고에서 운송업을 해 돈을 벌었다. (如果不是靠谷丽, 梁坚她怎么在货运仓库做他的黄帽子生意?)
량젠은 그렇게 40만 위안을 벌었고 렁옌과 결혼했다. 하지만 그의 방탕한 생활로 가진 돈을 다 날리고 오히려 37만 위안의 빚을 지게 되자 렁옌이 그의 곁은 떠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랑젠은 자본주의의 속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량젠은 죽은 뱀을 안고 입 안을 자세히 보았다. 독니는 보이지 않았다. "난 삼보사(三步蛇), 칠보사(七步蛇) 안경 뱀(眼镜蛇) 할 것 없이 난 한 마리도 본 적이 없어. 단지 들어만 봤지 본 적은 없어. (1)이 뱀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겠어?"
"뱀은 어떤 것이던 다 싫어." 커위앤이 말했다. 그것들은 기이한 종류랬어. 기이한 종류라고 했으니, 뭔가 잡종 뱀이겠지."
(김지연 역, 2008. p.112. 필자 일부 변경)
삼보사와 칠 보사 그리고 안경 뱀은 량젠이 진 빚(37만 위안)을 은유하고 있다. 그는 목숨으로 그 빚을 청산(清账)하길 결심하고도 그를 죽음으로 내몬 '뱀'으로 변주된 자본주의 속성에 대해 "단지 들어만 봤지 본 적은 없어".라고 한다. 심지어 그에게 빚을 독촉하는 친구인 커위앤도 전혀 알지 못하고 그저 '잡종 뱀'으로 짐작하고 만다.
결국 량젠은 6월 10일, 21세기 맞이 괘종시계(世纪钟)위에 올라가 투신하고 만다. 그가 투신할 때 정오를 알리는 21세기 괘종시계는 웅장하게 울려 퍼졌고(宏伟的敲响了)한 편으로 그 종소리는 죽은 자의 아우성 소리(死者的喊叫)같았다. 그가 남긴 유언은
"빚을 청산했다(清账)", "빚을 청산했다(清账)", "빚을 청산했다(清账)"! 였다.
(1) 밑 줄 친 부분은 필자가 수정했다. 번역문은 "난 삼보사(三步蛇), 칠보사(七步蛇) 안경뱀(眼镜蛇) 할 것 없이 다 한 마리씩 봤거든. (김지연 역, 2008p112). 아래는 인용문 원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