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변주를 통한 시대의 통찰 (2) 자본주의

by 누두교주

두 번째는 자본주의 모습으로 변주된 뱀의 모습이다.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변화에 내몰린 도시 빈민 군상들은 뱀의 얼굴로 나타난 자본주의의 무한 경쟁의 냉혹함에 절망하거나, 사치와 향락에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소녀는 분주히 목욕탕 안으로 들어갔고, 문이 잠겼다. 조금 지나자 물 흐르는 소리가 욕실 안에서 흘러나왔고, 소녀가 흥얼거리는 노랫소리도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여전히 정상적이었다. 약 오 분 정도 지났을 때 슈홍은 금발소녀가 지르는 비명을 들었다.

“뱀, 뱀, 뱀!”

중국어에서 ‘뱀’이라는 음절은 매우 불쾌하고 명확하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슈홍이 그 순간 놀란 것은 사실 뱀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소녀가 비누거품이 채 가시지도 않은 맨몸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뛰어나온 모습을 바라보았다.

“손님 왜 이래요? 왜 이러는 거예요?”

손뼉을 크게 치며 아주 큰소리로 미친 듯이 내질렀다.

“나체다, 나체다, 나체를 봐!”

"당신들, 시, 시, 실컷 봐, 내일 모두 청맹과니가 될 거야! 모두 백내장에 걸릴 거라고!


한 마리는 놓치고 한 마리만 때려죽이는 솜씨를 보였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책임은 사람이 아니라 뱀에게 있었다.

어디서 뱀이 나온 거지?(김지연 역, 2008. p.24-29)


위와 같은 묘사를 '자본주의 등장'으로 이해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느 날 갑자기 공용 목욕탕에 나타난 뱀에 놀라 알몸으로 뛰어나온 금발의 소녀, 그녀를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은 뱀에 놀란 것이 아니고 그녀의 알몸에 놀란 것이다. 쑤통은 이미 그녀에 대해 금발로 염색한 머리, 성형한 코, 반바지와 비 맞은 티셔츠 차림 등의 묘사를 통해 가장 자본주의 화된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따라서 자본주의의 상징인 뱀을 그녀가 보는 것은 필연이다. 한바탕 소동을 거쳐 사람은 아무도 다치지 않고 뱀만 한 마리 죽었다.


아무도 뱀들이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몰랐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뱀에게 돌리는 것으로 나태한 결론을 내고 말았다. 이러한 나태한 결론은 뱀이 어디서 왔는지, 왜 왔는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를 가늠하는 노력을 무력화시키고 집중되는 화제는 금발소녀의 '나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한 탐색은 기각되고 그 외형에 집중해가는 비극이 이렇게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난간은.... 오로지 사람을 막아서기만 할 뿐, 그 밖의 것을 막는 데는 속수무책이었다. 하늘에서 날아와 지상에 닿은 것 역시 당해낼 수 없었고, 그저 터진 구멍으로 뱀들의 진입을 자유로이 허용했다.


주소는 매우 분명한 듯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대충대충 적힌 것이었다. 기차역 광장 4호 애완동물 하이테크놀로지 유한회사 귀중. 어느 똑똑한 사람이 재빨리 답을 제시했다. 그는 기차역 정면에 자리한 건물인 ‘아름다운 성’을 매우 단정적으로 가리켰다. (쑤통(苏童, (김지연 역) 2008. pp.30-32)


그중 한 명은 어깨에 멘 가방에서 죽은 뱀 한 마리를 꺼내 들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붙들고 이 뱀과 같은 뱀을 아는지 물었다.(김지연 역, 2008. pp.60)


사람들은 난간에 막혀 있을 때 뱀들은 터진 구멍으로 자유롭게 들고 날 수 있게 되었다. 바야흐로 자본의 세상이 도래하는 상황이다. 자본은 하이테크놀로지(科技) , 유한회사(有限公司), 그리고 그들만의 모임인 기차역 앞 '아름다운 성(美丽城)'의 모습으로 오고 있다.


하지만 뱀들의 수신 처를 찾아다니는 역무원들의 태도는 매우 나른하다. 그들은 죽은 뱀을 가지고 다니며 하이테크놀로지 유한 회사와 뱀을 팔아서 돈을 버는 곳을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고 있다.


그것은 식욕을 참지 못한 뱀 떼가 난동을 부린 흔적이었고, 왕성한 식욕은 그것들로 하여금 상자에서 벗어나고픈 욕구에 휩싸이게 했다. 세 보관소에는 뱀들이 과일과 절인 고기가 담긴 대나무 통과 함께 보관되어 있었는데, 뱀들은 마치 개구리며 곤충을 먹는 미식가인 양 상자를 탈출해서는 온갖 것을 먹어치웠다. 남방에서 온 리치나 롱옌 같은 과일, 북쪽에서 온 품질 좋은 배, 이곳 현지에서 나는 식용 조류 역시 뱀들의 위장 속으로 들어갔다. 그것들은 다른 사람의 물건임을 아랑곳하지 않고 깨끗이 먹어치워 정리했으며, 다 먹어치우고도 부족한 듯 먹을 것을 두고 서로 치열한 전쟁을 벌여 서로 먹겠다는 기세로 덤벼 뱀 떼 전체가 다른 뱀을 다 먹어치운 큰 뱀으로 돌변해버린 것만 같았다. (김지연 역, 2008. pp.72)


쑤통은 뱀을 이용해 자본의 탐욕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중국 고유의 '대나무 통(竹篓)', '남방의 리치와 롱옌(南国的荔枝龙眼)', '북쪽에서 온 품질 좋은 배(北国的鸭梨)' '그리고 현지에서 나는 식용 조류(本地出产的一种食咸鸡肫)' 마저 다 먹어치우고 급기야 뱀들끼리 싸울 수 있다는 표현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이미 중국에 깊숙이 자리 잡았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탐욕성의 본질을 적확하게 지적하며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난간'은 이제 더 이상 뱀들의 진입을 막을 수 없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모습으로 이미 곳곳에 침투해 들어온 상태이다.

뱀 식당이 이곳에서 성행하기 시작한 것은 무더운 8월이었다. 황니팡(黄泥坊) 미식(黄美食) 거리에 있는 식당 하나가 최초로 뱀으로 특별 주문 메뉴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천년을 맞는 첫해가 (중국 전통의 역법인) 음력으로 뱀의 해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이천한 마리의 뱀을 먹으면서 2001년을 맞이해야 한다. 뱀을 먹는 것이 일종의 문화로 자리 잡자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미식 거리의 다른 식당들도 서둘러 식단을 갈아엎고 뱀 모양의 네온을 켰으며, 문에는 눈에 번쩍 뜨일 붉은색 뱀을 그려 넣고 뱀 요리와 뱀탕을 큰 글자로 새겨 넣었다. 미식 거리는 금 새 뱀 거리로 바뀌어 버렸다.


"지금 호랑이는 유행이 지났어요. 뱀 문화가 유행이라고요"


완구점 진열대에는 뱀가죽 제품이 그득했다. 붉은 뱀, 푸른 뱀, 전동 뱀, 성공을 기원하는 뱀, 또한 작은 상점에서는 길가에 세워놓았던 춤추는 아이들 모양의 공예품 대신 대나무로 된 뱀을 늘어놓았는데 당장이라도 물어뜯을 듯이 생동감 있는 모습이었다. (김지연 역, 2008. pp.

225 - 228)


쑤통은 뱀 식당을 통해 구체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전개과정을 드러낸다. 뱀 식당의 전개는 복합적 요소를 포함하고 진행된다. 처음에 황니팡에 개설된 뱀 식당은 중국의 전통문화와 결합하게 되고 이 패(这张牌)의 효과는 범상치 않았다. 한 집으로 시작한 뱀 식당은 결국 전체 미식거리를 포괄하게 되어 뱀 식당 거리로 빠르게 바뀌었다. 이러한 묘사는 앞서 인용한 '중국에서 나는 모든 것을 먹어버린 왕성한 식욕'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뱀 식당의 성공은 사회의 전체적인 문화의 변경을 견인한다. 뱀 식당과 아무런 상관없는 동물원에서 호랑이의 인기가 떨어지고 완구점의 진열장도 뱀들로 뒤 덮이게 되는 것이다. 쑤통이 자세하게 묘사한 완구점의 진열장은 마치 개혁, 개방 초기 중국의 수출 상품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뱀(자본주의)의 출현으로 '풍부'해지고 '다양'해 지고 '화려'하게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의 물질적 풍요와 부는 경제적 약자인 빈민층에게는 그저 달콤한 그림의 떡과 같은 허상일 뿐이며, 오직 강자만이 부와 풍요를 독식하는 비정한 공간일 뿐이다. 심지어 쑤통은 당, 국가와 결합하는 자본의 모습을 '복권'으로 표현한다. 뱀 여덟 마리에 별 여덟 개가 인쇄된 1등 상(八蛇加八颗星) 은 오성홍기의 별들이 뱀들과 어우러져 있다는 상상을 가능케 한다.


2000년 12월 31일. 세기말의 도시는 비등점을 향해 끓어오르고 있었다. 렁앤은 뱀 식당에서 성대한 축제일을 위해 특별히 남미에서 공수해온 듣도 보도 못한 아마존의 여왕 뱀과 에티오피아에서 가져온 사막의 왕 살모사를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있었다.(김지연 역, 2008. pp.317-318)


뱀을 소재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울 수 있는 쑤통의 탁월한 묘사이다. 하지만 뱀 식당에서 이렇게 성대한 축제가 벌어지고 있을 때 바로 식당 밖에서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밀려나서 돈에 굴종하고 돈 있는 자들에게 기생하던 자(커위앤, 克渊)와 그의 능력을 오판하고 그에게 무릎을 꿇고 취직을 부탁했던 학력도, 경력도 없고 그나마 반 문맹(一没有学历二没转长,还是半个文盲)인 사내(펑다린, 疯大林)가 다투다가 펑다린이 커위앤의 망치에 맞아 죽어 간다.


쑤통은 이 사내의 죽음을 빌어 장밋빛 희망과 기대 속에 진수성찬을 만끽하는 돈 있는 사람들과 ‘들어갈 만한 구멍들은 엄밀히 봉쇄되어 모두 막혀버린(可洞口都被精心而严密地封堵住了)’ 빈민층의 절망적인 생존 현실을 냉정하게 대비시키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참고한 자료


苏童, 2020,『蛇为什么会飞』,上海, 上海文艺出版社.


수통(苏童), (김지연 역)2008, 『뱀이 어떻게 날 수 있지(蛇为什么会飞)』, 파주, 문학동네.


장윤선, 2016, 飞上을 향한 도시 빈민층의 분투 - 쑤통(苏童)의 『蛇为什么会飞』속 인물들의 욕망과 좌절 양상을 중심으로. 中国文学研究, 제 65집, pp. 116-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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