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변주를 통한 시대의 통찰 (1) 농민공

by 누두교주

쑤통은 이 소설에서 뱀을 여러 의미로 변주하고 있다. 어떤 경우는 마치 직유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선명히 그 비유를 설명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마치 퍼즐 문제를 낸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상상력을 따라가다 보면 지나친 비약이 아닐까 하고 멈칫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쉽게 드러나는 수통이 변주한 뱀의 모습은 농민공의 고단한 얼굴이다. 두 번째는 자본주의 또는 시장경제의 냉혹한 무한 경쟁과 사치와 향락이라는 두 면을 함께 보여주기도 한다. 세 번째는 뱀을 통해 1989년 북경 천안문 6.4 민주화 운동을 소환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결론 부분에 가까워지면서는 착취되고 주변화 되고 배척되는 도시 빈민의 모습으로 변주된다. 작가가 의도한 은유도 있고 필자의 억측으로 작가의 의도를 왜곡한 잘못일 수도 있겠으나 본문과 함께 살펴 쑤통이 표현하고자 했던 뱀의 변주를 통한 시대의 통찰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농민공으로 변주된 뱀의 경우이다. 수통은 '작가에 말'에서 기차역과 이른바 농민공 (그는 외부 유입 노동자라고 표현했다)이 소설의 중요한 소재가 됨을 밝히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기차역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21세기 전야, 설을 쇠기 위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기차역 광장에서 갑자기 내가 사람들로 이루어진 늪에 빠져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천을 헤아리는 외부 유입 노동자들이 찬바람 속에 광장에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인지 기차역을 배회하며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소설에는 실제 농민공은 등장하지 않고 뱀 떼와 금발소녀만이 외지에서 유입된 경우이다. 수통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물결에 어쩔 줄 몰라하는 도시 빈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며 나머지 요소는 전부 뱀으로 처리하고 있다.


오후 세시 사십오 분.............. 장거리 여행을 마친 출처를 알 수 없는 엄청난 수의 뱀 떼가 물결을 이루며 정거장 난간을 넘어갔다. 폭동과도 같은 기세였다.(김지연 역, 2008. p.30)


윗글의 조수(潮水)와 같이 떼로 밀려오는 모습의 표현은 농민공의 물결(民工潮)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장거리 여행(长途旅行)이란 표현에서 이미 성(省)을 넘어 동부 연해 발달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표현했다는 것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그 두 마리 뱀은 이 휴게실에 와서 무엇을 했을까? 설마 그것들이 잡역부 기관에 진입하여 광동(广东) 지역에 가서 건설업에라도 종사하려 한 것인가? 뱀이 무엇을 건설하려 한 걸까? 설마 광둥에 가서 광둥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배를 열어 피와 내장을 제공해 보양식으로 만들게 하고, 자신의 피를 제공해 한 입 한 입 사람들이 마시게 하고, 자신의 가죽을 제공해 최신 유행 가방을 만들게 하여 귀부인의 어깨에 매달릴 생각이었을까?(김지연 역, 2008. p.65)


농민공을 인민공(人民公)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농민공을 묘사한 것임은 분명히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도시로 나가 차별받고 착취되는 이주 노동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또한 농민공에 대한 착취와 도시지역의 사치스러운 삶을 극적으로 대조시켜 그로테스크(grotesque)한 느낌마저도 갖게 한다.


여러분이 알다시피 뱀은 거주 환경에 민감하고 정결한 곳을 찾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김지연 역, 2008. p.66)


농민공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구조적인 것으로 현실에 있어서는 정결한 곳을 찾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상의 경우를 제외하면 뱀을 통해 농민공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부분을 찾는 것은 어렵다. 이 소설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농민공 이라기 보다 도시에 주변화 된 하층민인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하지만 낯선 모습으로 어린(小男小女) 농아(聋哑)들이 갑자기 등장한다. 등장하는 시점은 기차역 광장에 축제 열기가 가득한 11월이다. 등장하는 방식이나 장소도 뱀 떼의 그것과 흡사하다.

여러분의 주의를 끄는 한 무리는 귀가 안 들리고 말을 못 하는 소년, 소녀들인데 11월 이래 그들은 계속 길에서 뛰어다니며 혼이 달아난 사람처럼 기차역 출구 근처와 공중 화장실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곤 했다. (김지연 역, 2008. pp. 275-276)


이들은 밝은 눈으로 사람들의 짐과 지갑을 주시하고 있어(明亮的眼睛盯着人家的行李和钱包) 사람들의 주의가 필요한 대상이다. 이들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았다. 그래서 크게 긴장할 필요는 없는 존재 들이다. 문명화된 기차역의 명예는 절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지 않으나(车站方面绝不会让任何人毁了好不容易创建的文明车站的荣誉) 기본적인 주의는 요구되는 대상이라고 한다.


이들은 누구일까? 농촌에서 유수 아동으로 자라 미처 학업을 마치지도 않고 도시로 나온 신세대 농민공을 묘사한 것일까? 아니면 도시에서 나서 도시에서 자랐지만 도시화되지 못하고 주변화된 농업 호구의 비농업 청년들’을 묘사한 것인가? 쑤통은 이들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진행하지 않는다. 돌려진 말머리는 불필요한 긴장을 하지 말라(当然过分的紧张也是不必要的)는 안내와 같이, 신뢰가 가는 기차역 파출소의 조치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기차역 파출소에서 비밀스럽게 이 사람들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고, 몰래 그들의 과거를 조사 하고 있으며, 또 일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차역 파출소에 임시로 수화가 가능한 경관 세 명을 보충했다는 사실이다. (김지연 역, 2008. pp. 276)


과연 구체적이고 치밀한 대처방안은 뱀 떼가 처음 출현했을 때 허둥대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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