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과 품질

by 누두교주

우리는 품질과 관련해 두 가지 오해를 하고 있다. 첫째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처럼 품질은 가격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품질을 상품에 나타나는 물리적인 것으로 국한시켜 버리는 것이다.


과거 한국에서 가죽옷을 한 벌 만들려면 오만 원의 공임을 주어야 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만든다면 오천 원에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사용되는 모든 원, 부자재는 한국에서 보내는 것이고 재단, 봉제, 완성, 검사의 관리자는 모두 한국인으로 구성된 공장에서 엄격한 관리 하에 생산해 한 장 한 장 검사해 합격한 제품만 반입해 판매했다. 이 경우 자재와 완성제품의 물류비, 한국인 관리자들의 비용을 생각하더라도 사만 원의 원가 차이가 발생하고 따라서 판매 가격은 최소 이십만 원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지금 한국에서 유통되는 오리털 패딩의 많은 물량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미 중국도 상당 부분 가격경쟁력을 상실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철저한 품질관리가 병행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홈쇼핑, 백화점 등에서 옷을 살 때 원산지를 유심히 확인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품질이 불량할 경우 교환 및 환불이 보장되는 공신력 있는 유통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은 비지떡이 꼭 싸지도 않고 싸지만 비지떡이 아닌 제품들이 혼재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떤 옷은 다 좋아도 딱 하나 눈에 거슬려 사지 않는 경우가 있다. 어떤 옷은 다른 것은 별로지만 뭔가 한 가지 이유 때문에 사는 경우도 있다. 어떤 제품은 살 때는 데면데면하게 샀지만 사용할수록 행복해지는 제품이 있고 반대로 살 때는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싫어지는 경우도 있다. 명품이나 장인의 손길 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Fashion제품을 사용할 때 흔히 겪는 경험이다.


우리나라 Fashion계의 원로 중의 한 분(1)은 이러한 현상을 “공산품의 한계”라고 갈파했다.

Fashion제품은 팔릴 것을 계산한 스타일의 선정 - 원가절감을 위한 대량 생산체제 - 그리고 고객의 반응을 예상한 판매촉진 전략에 따라 소비되는 공산품의 일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의 그의 지론이다. 디자이너의 끊임없는 연구와 고민을 기초로, 한 땀 한 땀 제품의 완성도를 상상해가며 마름질 해 완성한 옷이야 말로 내 몸과 대화하며 함께 할 진정한 Fashion제품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가죽, 모피의류를 생산하는 전체 공원 중에 가죽, 모피 의류를 입어본 사람이 하나도 없는 환경에서 생산된 제품은 사랑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연애편지를 베껴 쓰게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논리이다.



세련되고 깔끔한 라인의 독일 남성복 브랜드 휴고 보스(Hugo Boss)의 가죽제품에서는 전문 장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독일 남부 메칭엔(Metzingen)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재단사인 휴고 보스의 생산 공장에서 시작한 이 브랜드는 튼튼한 작업복을 생산하던 생산능력의 기초 위에 홀리 형제의 디자인 능력이 더해 탄생된 브랜드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유켄트와 국방군의 유니폼을 제작하던 생산 노하우는 ‘강한 남성미가 가미된 절제된 우아함’을 근본으로 하는 디자인 철학과 절묘한 조화를 가능케 했다.

품질 좋은 가죽 브랜드를 언급하며 아이그너(Aigner)를 빼놓을 수는 없다. 아이그너 집안은 헝가리 출신으로 본사는 독일 남부 뮌헨에 있다. 아이그너의 모든 가죽 제품은 최상의 원료만을 고집, 전체 가죽의 8%에 해당하는 최고급 가죽의 가장 좋은 부위만 엄선해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어느 구석에서는 휴고 보스나 아이그너를 능가할 Fashion제품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의 품질 개념의 층위는 객관적으로 의류 공산품에 요구되는 품질의 층위와는 결을 달리한다. 그러한 제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가치에 합당한 값을 치르는 경험을 해본 많지 않은 사람들의 옷장에서 공산품들은 점점 줄어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모든 것이 획일화되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당연히 싸고 질 좋은 공산품 브랜드가 존재해야 하며 ‘근접 기획‘이라는 미명하게 잘 팔리는 제품을 얼른 베껴 매출을 올리는 눈치 빠른 브랜드도 있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가격을 유지하고 패션 환경에 뒤처지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 사입‘(도매시장에서 사다가 파는 것)의 형태도 존재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가 품질을 이야기할 때는 입을 묵직하게 간수하며 눈을 좀 크게 뜨고 멀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내가 K-Fashion의 전도사로 중국을 누비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에 들었던 질문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한국의 명품 여성복 브랜드는 뭐가 있니?

나는 입안에서 몇 가지 브랜드를 우물거리다 말았다. 만일 지금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할 수 있을까?



(1) 위에 언급된 Fashion계의 원로는 나인텐스의 부사장인 남충이 옹이다. 진정성과 지속가능성을 항상 고민하면서도 뒷일 생각하지 않고 오늘을 중시하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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