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기준과 원칙 그리고 "차부뚜어~" - 差不多~~

by 누두교주

내가 경험한 중국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라는 점이다.

만일 누군가 잘못을 인정한다면 그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고 작은 잘못을 인정해 큰 잘못과 물 타기 하는 경우이다.


중국사람들이 잘못한 경우는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대신 일단 ‘설명’을 하려고 노력을 한다. 이 경우 두 가지 특징이 있는데 첫째 철저히 자기중심적으로 설명을 한다. 상대방의 낭패에 대해서는 절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만일 상대방이 어려움을 이야기한다면 그때부터는 협상이 시작된다. 서로의 어려움을 줄이기 위한 협상이다. 즉 일방의 잘못으로 빚어진 문제인데 어느 순간 둘은 같은 이익 공동체가 되고 끝날 때쯤 해서는 잘못한 상대에 대해 피해를 본 내가 고맙다고 하는 경우까지 생긴다.

둘째는 불가항력적인 이유를 찾아 누구라도 이해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포섭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비가 와 건조가 늦어 납기를 못 맞춘다’는 것이다. 사전에 대비를 못했다는 지적을 한다면 그때부터는 하늘의 날씨와의 논쟁으로 변모한다.

가장 난처한 것이 누군가 아프거나 다치거나 심지어 죽는 경우이다. 약속한 날짜에 완성이 안돼 전화를 해보면 "담당 기술자가 어제 바로 뇌암 선고를 받았다" 라던지 공장에 불이 난 경우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뇌암은 금방 완치되고 불난 공장이 며칠 지나면 이상 없이 가동되기도 한다)

세 번째는 기준과 관점의 이동이다. 계약할 때 아무리 분명히 이야기했어도 얼마든지 도망갈 수 있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구라’가 있다.

예를 들면 “단위가 헷갈렸다”가 있다. 중국에서 한 근은 500그램이다. '진(斤)이라고 발음한다. 킬로그램은 ‘꽁진(公斤)’이라고 한다. 값은 '꽁진'기준으로 받고 물건은'진'기준으로 준다. 이런 경우 하루 종일 두 사람이 꽁진, 진, 꽁진, 진, 진, 꽁진, 진, 꽁진, 꽁진 하면서 다툰다. 나중엔 '꽁진'이라고 하던 사람이 '진'이라고 하고 '진'이라고 하던 사람이 '꽁진'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길이의 경우도 중국의 단위와 국제 도량형 단위가 지금도 다르다. (가령 1피트는 1영척(1 영국 자, 1英尺)라고 하고 중국은 1중국척 (1중국자,1中国尺)이라고 한다. 중국 자가 대략 1.136배 길다)




그렇다면 칼라의 경우는 어떨까? 자로 잴 수도 없고 저울로 달수도 없고 계약서 문구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중국에서 잘못하다가는 BLACK과 WHITE는 같은 색이 된다.


여기서 사용하는 단어는 "차부뚜어~~"이다. 특히 "뚜어~~"는 1성으로 높은음을 평탄히 길게 발음한다. 대부분 눈을 지그시 감고 발음한다. (특히 칼라가 틀리면 틀릴수록 눈은 더 많이 감고 음은 높아지고 말소리는 길어진다)

"차부뚜어~~"는 差不多로 쓰고 직역하면 '차이가 크지 않다'는 의미이다. 기본적으로 긍정을 의미하거나 긍정을 전제로 한 동의 또는 긍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로 쓴다. "차부랴오뚜어샤오(얼마 차이 나지 않는다, 差不了多少)", "차부따(차이가 크지 않다, 差不大)", "차이땐땐(차이가 아주 조금이다,差一点点)"등으로 변주된다.

차이가 큰지 아닌지 기준이 없는데 여러 사람이 "챠부뚜어~~"를 외쳐 대면 처음엔 완전히 틀렸던 칼라가 점점 비슷해 보인다.


여기에 아주 적절한 대응논리가 중국 고대 문헌에 존재한다. '사이비(似而非)'가 그것이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는 뜻이다.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이니 중국 사람 누구도 그 권위를 부정하지 못할 줄 알았다.


내 앞에서 "차부뚜어~~"를 외치던 주지엔핑(朱建平 - 가명, 이하 주중) 에게 점잖게 '사이비'라고 알려주고 '맹자'의 언급 임도 설명했다. 주중은 잠시도 지체 않고 대답했다. 맹자요? 그 사람 이미 오래전에

죽었는데요!(孟子吗? 他早就死了) 그리고는 다시 "차부뚜어~~"를 외친다.



"

차부뚜어~~"라고 외치는 주중도 이미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안다. 물론 나도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안다. 왜냐하면 둘 다 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중의 경우 차이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다시 칼라를 만드는 시간과 경비 그리고 그렇게 지체된 시간에 대한 추가 책임에 대해 감당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주중이 외치는 "차부뚜어~~"는 그것을 만든 테너리에서도 외쳐대던 것이었으리라.


예를 들어 문제의 핵심이 오리지널 칼라와 BT의 차이가 half tone정도 darker 해 졌다면 이미 준비된 다른 자재 즉 안감과 지퍼, 단추 등과 비교해 허용할 수 있는 지의 여부를 따져 결정해야 한다. 천연 재료인 가죽이나 모피에 비해 화학 합성물인 안감이나 지퍼 단추 등은 칼라 일치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합리적 비교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거절(reject) 했다가는 다음에는 왕중(王总,사장) 또는 진중(金总, 테너리 사장)이 차례로 찾아와서 "차부뚜어~~"를 외치며 저항하게 된다. 이 경우 뱀 두 마리가 서로 꼬리를 물고 뱅글뱅글 도는 상황에 다시 빠지게 된다.

그다음에 고려할 일은 제품을 완성해야 하는 시간을 살피고 중국 측 파트너의 역량을 감안해 합리적인 목표를 재설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계약'을 하면 나는 내 할 임무를 완성하고 상대방은 상대방이 할 임무를 완성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한쪽이라도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면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쪽이 손해를 보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중국의 계약, 즉 '합동(合同)'은 다른 의미이다. 합동하는 순간부터 추적하고 확인하고 점검하고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가는 엉뚱한 설명을 듣거나 황당한 계약 불이행 사유를 만나거나 아니면 "차부뚜어~~"주장에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 된다.




말이나 소를 부릴 때 말과 소의 습성에 따라 부리지 않고 내 목표와 계획에 따라 말과 소가 움직이길 기대하고 몰아붙일 경우 말은 '히히힝~"하고 소는 "음메~" 한다. 중국 사람들의 경우 "차부뚜어~~"한다.

말이 '히히힝~"하고 소가 "음메~" 하는 것은 말이나 소의 잘못이 아니다. 같은 이치로 중국 사람들이 "차부뚜어~~"하는 것은 중국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내가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행하는 데 있어 수단의 활용에 문제가 있다는 알림이다.

잠시 멈추고 차근차근 다시 돌아볼 일이다. 이쯤 되면 중국 사람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인정하지 않고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안된다.



** 사진 설명 : 중국의 한 아주머니가 허리가 아파 거울을 보며 파스를 붙이고 있다. 거울의 허리 부분에 정확히 파스를 붙인다. 자신의 허리에 파스를 붙이지 않고 거울에 붙이면 파스의 효과가 있을까? "챠부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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