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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Nov 27. 2022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이유 - 君子 無所爭 必也  射乎

제2 팔일편(第三八佾篇) - 7

  연일 월드컵 경기를 챙겨 보느라 아침마다 눈이 뻑뻑한 나날을 지내고 있다. 축구도 축구지만 평소 잘 접하지 못했던 여러 나라의 압축된 개성을 보는 맛도 쏠쏠하다.      


  중국 전문가인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미스터리 중 하나가 중국 축구이다.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이며, G2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고 통치자가 축구광인 나라가 축구에 있어서는 절대 후진국인 사실은 기적에 가깝다.     


  그렇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중국인으로 인류사에 존재하는 한, 중국이 중국으로 국제 사회에 존재하는 한, 축구를 절대 잘하지 못하다는 필연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글은 그 점을 설명한다.     




  축구는 매우 격렬한 경기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 필연성이 존재한다. 공자도 2,500년 전에 운동경기에 있어 매너를 강조한 바 있다.     


군자는 다투는 것이 없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활쏘기일 것이다. 읍을 하고 겸양의 뜻을 표한 뒤에 당에 오르며 끝나면 내려와서 술을 마시니 그 다툼은 군자답다.”     


  그런데 이 글을 자세히 보면 우선 ‘다투지 말라(無所爭)’고 한다. 그래야 착한 사람(君子)이란다. 다시 말해 치고받고 쌈박질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는 고백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는 그 해결책으로 쌈박질 말고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없는 활쏘기(射乎!)를 제안한다. 이어서 고도의 매너(揖讓以禮)를 특히 강조한다. 그래야 ‘착한 사람’이고 끝나면 술 한잔해도 좋다고 한다.     


  공자님이 이렇게 간곡히 타일렀는데 2,500년이 지난 지금은 좀 나아졌을까?


https://youtu.be/4hai4Owio3s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내가 존경받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이다. 따라서 중국 축구는 당연히 존중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처럼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 중국의 모든 현상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긴 접두사로 설명될 수 있다. 공산주의 국가이면서 자본주의 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라고 표현한다.     


  습근평이 모든 관례를 깨고 법을 고쳐서 종신 집권을 선포한 것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관철’했다고 하면 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축구’는 전 세계 축구 흐름과 상관없는 중국만의 방식을 지양한다.     


  일반적으로 월드컵 진출에 실패한 국가는, 본선에 진출한 국가에 축하를 보내고 본선 경기를 즐긴다. 동시에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 다음 월드컵에는 본선에 참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축구’는 다르다. 우선 본선 진출에 실패한 감독을 아작 낸다. 그래서 위대한 공산당이 영도하는 국가의 축구팀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이 아니고 멍청한 감독 딱 한 놈 때문에 그랬던 것으로 꼬리를 깔끔히 자른다.     


https://www.hankyung.com/sports/article/2022112664217     




  그 담엔 위대한 중국의 기업들이 월드컵을 통해 돈을 벌어 인민을 풍요롭게 하는 것으로 시선을 확 돌려 버린다. 한참 보고 있으면 월드컵은 중국 없으면 안 된다는 신념이 생긴다.


월드컵이 다가오고 중국 기업들이 사랑의 팀을 구성했습니다.②




  조국의 명예를 걸고 젊은 선수들이 자유롭게 창조적인 경기를 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들의 열정, 노력, 그리고 상대에 대한 배려는 타도의 대상이 아닌 함께 축구들 즐긴 잔치 마당의 상대로 인식할 때 가능하다.    

 

  자유롭지 않은데 창조적일 수 없다. 상대의 존중 없는 나의 존엄은 공허하다. 그래서 중국 축구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며 기본이 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다르지 않다.     



**  대문 사진: 사회주의 혈맹 전우 북조선 인민공화국 선수의 낯짝을 냅다 가격하고 있는 중화인민공화국 축구 선수.


①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 지성사. 서울. 2020. pp.83-84. 원문은 다음과 같다. “君子無所爭, 必也射乎! 揖讓以禮, 下而飮, 其爭也君子.”      


② 출처; https://url.kr/o9s27q (검색일. 2022.11.28.) 원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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