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치킨을 보고 비비큐 치킨이라고 읽지 않고 669 치킨이라고 읽는 사람을 나는 알고 있다. 그녀의 남편은 비비큐를 육육구로 읽을 수 있는 그녀의 능력에 탄복했다.
66.9로 읽는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그 집은 지금까지도 육육구 치킨만 먹지 bbq치킨은 절대 먹지 않는다.
성묫길에 그녀의 눈에는 튼실하게 잘 자란 칠면조가 보였다. 그녀는 탄성을 지르며 “공작새가 참 예쁘다”라고 탄복했다. 갑자기 칠면조에서 공작새로 변한 그 새는 그다지 유쾌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은 말을 잊었다.
꼬리를 펼친 것이 공작새 같아 보인다고 우길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그 일 이후, 해외여행에서 공작새를 만난 그녀의 남편은 저걸 공작새로 불러야 할지 칠면조로 불러야 할지 매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봐도 얘는 칠면조는 아니다.
눈부시게 화창한 봄날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나들이길에 나섰다. 창밖의 경치를 보고 그녀는 “진달래가 참 예쁘다”라고 했다. 그녀의 남편은 “개나리가 예쁘다”라고 했다. 그리고 둘은 다투기 시작했다. 그들의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개나리, 진달래를 반복하는 광경을 한참 동안 보고 있어야 했다.
개나리도 폈고 진달래도 폈다.
왜 조국의 산하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한꺼번에 피는가? 서로 교대로 피면 이런 다툼은 없을 텐데! 이런 문제로 천지신명을 원망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녀의 남편이 용돈이 궁했는데, 그녀가 지갑 간수를 소홀히 했다. 그녀의 남편은 현금 카드를 몰래 빼서 얼마간 출금을 했다. 보는 눈도 있고 해서 으슥한 곳을 찾다 공중전화 박스가 보였다. 독립된 공간에 불도 환해, 돈 세기에는 그만이었다. 담배까지 한 대 빼어 물고 여유 있게 돈을 세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의 카드에서 인출이 되면 문자로 통보가 된다는 것을 그녀의 남편은 알지 못했고, 문자를 받은 그녀는 ATM 근처 훤하게 밝은 공중전화 박스 안에서 담배를 물고 돈을 세던 누군가를 발견해 빛을 속도로 현장을 덮친 것이다.
그녀의 남편은 돈이 궁한 고통보다는, 몰래 챙긴 돈을 뺏길 때의 고통이 더 크다는 사실에 대해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신대륙의 단일 품종의 가성비 좋은 와인을 즐기는데 바디 감이 묵직하고 아로마가 안정된 상품을 즐긴다. 나는 동생인 그와 와인을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조심스럽게 맛을 물어봤다. 한 모금 더, 시음을 한 그는,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나는데요”라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다음부터 그 상표의 와인을 살 때 나는 그분에게 부탁한다. “타이어 타는 냄새나는 것으로 사지!” 그때마다 나는 주문처럼, 노래의 후렴처럼 속으로 중얼거린다.
bbq/669, 칠면조/공작새, 개나리/진달래, 타이어 타는 맛!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일 들이 전염된다는 사실이다.
마시던 커피콩이 다 떨어졌다. 다음은 어떤 품종을 즐길까? 마침 월드컵도 시작하고 하니 ‘브라질 세하도’ 품종을 골랐다. 이 녀석들의 특징은 ‘고소한 풍미’와 ‘묵직한 바디감’이 일품이다.
나는 항상 해왔듯이 커피콩을 바꿀 때 그라인더와 커피머신을 분해 청소하고 잘 말린 후 제식을 치르듯 새로운 커피콩을 갈아 커피를 내렸다. 침착하게 스티밍 한 우유를 얹어 그분이 좋아하는 카푸치노를 만들어 서빙했다. 행복에 겨워 한잔을 다 비운 그분께 느낌을 물었다.
“음~ 커피에서 참기름이 느껴져”
순간 나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게 되며, 집안의 앞날이 갑갑해 짐을 느꼈다. 먼 훗날 우리 가문을 추억할 누구는 이런 주문을 외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