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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Nov 11. 2022

대따 뚜들겨 맞는 것들 - 天将夫子为木铎

제3편 팔일(第3篇 八佾) - 24

  때로는 옳지 않은 일인 줄 알지만, 오히려 통쾌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 생에 드럼으로 태어나 스틱으로 대가리 대따 뚜들겨 맞을 년이~     


  장애가 있는 친구를 곤경에 빠뜨리는 년을 후려치고 그년에게 일갈하는 동그라미의 위 대사가 그렇다. 같은 반 친구를 때리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년이 장난친 만큼 응징했고, 좋지 않은 말로 들리긴 하지만 욕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동그라미의 탁월한 비유 능력은 합리적 상상을 더욱 명료하게 드러내고 있다. 드럼의 존재 이유는 뚜들겨 맞으며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매우 타당한 표현이다. 드럼은 뚜들겨 맞고 그래서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과거 학교에서는 체벌이 낯설지 않았다. 특히 시험이 끝나고 일정 점수 이상을 받지 못해, 반 평균에 부정적인 성적을 받은 녀석들은 줄 서서 얻어맞았다. 여학교는 손바닥을 자나 회초리로 가격하는 정도였지만 남학교는 차원이 달랐다. 속칭 ‘빳따’라고 부르는 긴 목제 타격 도구로 엉덩이를 가격하거나 심하면 따귀를 때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영화 ‘친구’의 한 장면. 이렇게 타격 목표를 고정시켜 놓고 갈겼다.

 

 반 평균 이하 점수라도 적당한 수준이면 한, 두 대로 끝나지만, 그야말로 맞은 답이 드문 수준이면 ‘억수로’ 맞아야 했다. 이렇게 ‘열나’ 맞는 상황을 ‘예배당 종 치듯 맞았다’라고 표현했다.     


  예배당 종(또는 학교 종)은 시간을 알리는 기능을 위해 소리를 냈고, 소리를 내기 위해 뚜들겨 맞는 것을 감수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시간을 알 수 있었다. ‘귀싸대기 예배당 종 치듯’ 맞고 나면 ‘다음엔 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심대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종이다. 사진에 보이는 종 불알에 끈을 달아 당기면 종 불알이 좌우로 오가며 종의 안쪽을 타격해 소리 낸다. (사진출처:  https://url.kr/ 검색일. 22.11.10)




  지금 절에서 쓰는 목탁은 ‘목어(나무 물고기)’에서 유래된 물건인데 일종의 타악기이다. 목탁은 들고 두들기기도 하고 바닥에 놓고 두들기기도 한다.      


  목탁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는 사람이 있다. 목탁은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 위해 대따 뚜들겨 맞는 것이다.     




  우리는 목탁(木鐸)이 불교를 통해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목탁은 불교가 전래되기 500년 전에 이미 동양에 있었다. 다만 지금 절에서 쓰는 물건과는 다른 모습이다.     


혀①가 금속으로 되어있으면 그냥 ‘금탁(金鐸)’이라고 했다 나무로 되어있으면 목탁(木鐸)이라고 했다.


  불교 전래 이전 중국에 목탁이 있었다는 근거는 『논어』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의()의 봉인이 공자님 뵙기를 요청하며 말하였다.      

  군자가 이곳에 오시면, 저는 만나 뵙지 못한 분이 없었습니다.”   

  

  종자들이 그를 뵙도록 안내해 주자, 뵙고 나와서 말하였다.      


  여러분은 선생님께서 벼슬 못하심을 어찌하여 걱정하십니까? 천하가 무도(無道)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늘은 선생님으로 목탁을 삼고자 하시는 것입니다.”     


  당시 목탁의 뜻은 ‘민중을 깨우치는 음향 기구이다.③ 따라서 ‘의(儀)라는 동네 공무원이, 공자를 목탁에 비유한 것은, 공자가 ’ 민중을 깨우치는 위대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결국 드럼이나, 예배당 종이나, 절집의 목탁이나, 중국의 목탁이나, 모두 소리를 내기 위한 기구이다. 소리를 내는 방법은 채로 대따 두드리거나, 끈으로 종 불알을 당기거나, 목탁 혀를 부딪힌다. 다만, 안에서 가격하느냐, 밖에서 부딪히느냐가 다를 뿐이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사람들이 즐겁고, 시간을 알 수 있으며, 공부하겠다고 결심하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 주며, 나아가 세상을 깨우치는 하늘의 사자가 되는 것이다.     


다만, 이 효과를 위해 뭔가는 대따 두들겨 맞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대문사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화면 갈무리


① 종의 경우 ‘불알’이라고 부르지만, 목탁의 경우 ‘혀’라고 부른다. 그 이유에 대한 후학의 연구를 기대한다.     


②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48-49. 원문은 아래와 같다.


儀封人請見曰: 君子之至於斯也, 吾未嘗不得見也. 從者見之, 出曰: 二三子何患어喪乎? 天下之無道也久矣. 天將以夫子爲木鐸     


③ baidu.com 검색 : https://url.kr/hvlg4j (검색일. 2022. 11.9)

木鐸是鐸的一種。中國古代用以警衆的響器。流行於全國大部分地區。鐸大約起源於夏商,是一種以金屬爲框的響器,也可以說就是一種銅質的鈴鐺,形如鐃、鉦,體腔內有舌可搖擊發聲。舌分銅製與木製兩種銅舌者爲金鐸木舌者即爲木鐸如唐賈公彥解釋《周禮·天官·小宰》“徇以木鐸”時說:“鐸,皆以金爲之,以木爲舌則曰木鐸,以金爲舌則曰金鐸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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