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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두교주 Dec 12. 2022

기도하는 마음 - 夫子之言 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제5 공야장 편(第五 公冶長 篇) - 13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기도의 결과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기도했었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기도는 내가 하지만 그 기도를 듣는 대상은 언제나 확실치 않다. 물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 대상이 분명하다고 믿고(싶어) 있을지 몰라도 증명할 길은 없다.

     



  그러다 보니 하느님이 보우하시긴 한다는데 뭘 보우하는지는 분명치 않다. 하나님이 자애롭다고는 하지만 가끔 화를 낸다고도 한다. 부처님이 자비롭다고도 하지만 가출해 부모와 부인 속 썩인 것 생각하면 같은 맥락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된다.     


천지는 인(仁) 하지 않다. 만물을 풀강아지로 여긴다.

성인은 인하지 않다. 백성을 모두 풀강아지로 여긴다.     


  좀 섭섭하게 들리긴 하지만 정확한 통찰이 아닐 수 없다. 자연 세계의 모든 운행은 우리들의 생각과는 아무 관련 없이 무심하게 계속된다.


  하늘이 착한 사람을 살펴 복을 더 준다면 하늘은 타도의 대상이 되어야 맞다. 대통령이라고 법과 원칙을 따르지 않고 꼴리는 대로 나 댄다면 편한 잠 자기는 틀린 것과 같다.


  그러니 천지신명에게 아무리 빌어 봐야 자기만족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냇물 가장자리 빈터에 새끼오리 너댓 마리 엄마 따

라 나아 놀고 있었는데, 덤불숲 뒤에서 까치라는 놈

새끼들 낚아채려 달려드니, 어미는 날개 펼쳐 품속으

로 거두었다


  멋쩍은 까치가 물러나고, 엄마 품 빠

져나온 새끼들은 주억거리며 또 장난질이었다. 그것도

잠시, 초록 줄무늬 독사가 가는 혀 날름대며 나타나

니, 절름발이 시늉하며 어미는 둔덕 아래로 뒷걸음

질 쳤다 그 속내 알 리 없는 새끼들 멍하니 바라만 보

고,


  그때 덤불숲 까치가 다짜고짜 새끼 모가지 하나

를 비틀어 물고 갔다 그리고 차례차례 그 가냘픈 모

가지를 비틀어 물고 갈 때마다, 남은 새끼들은 정말

푸들, 푸들, 떨고 있었다 아, 얼마나 무서웠을까?


  돌아온 어미가 새끼들 부를 때, 덤불숲 까치는 제 새끼

입속에 피 묻은 살점을 뜯어 넣어주고 있었다 아, 저

엄마는 어떻게 살까②     


  위 시의 제목은 「아, 정말 얼마나 무서웠을까」이다. 그런데 오리 새끼가 아닌 까치 새끼의 입장에 서 생각해 보면 「아, 정말 얼마나 맛있었을까」가 맞다. 엄마 오리의 상실감은 엄마 까치의 성취감의 크기와 다르지 않다.

     



  이만큼 말을 해놓고 보니 분명히 잘못한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속상하고 미안한 마음이 생긴다. 괜스레 묻지도 않는 말을 주절 거린 건가? 아니 설령 누가 묻더라도 이렇게까지 선정적으로 할 이야기는 아니었던 건 아닐까? 아마 공자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자공이 말하였다. "선생님의 실질적인 예에 관한 가르침에 대하여는 들을 수가 있었지만, 선생님의 본성과 천도에 관한 말씀은 들을 수가 없었다."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가르침에 충실하며, 증명할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하지 않은 태도는 점잖고 무리 없는 처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야말로 무난한 성인군자의 태도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마주하긴 어렵지만, 반드시 얼굴을 돌리지 말고 똑바로 직면해야 하는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 어쩌면 공자의 이러한 태도가, 훗날 성(性)이니 리(理)니 하며 그 긴 세월 아무 생각 없이 해 주는 밥만 축내며 머리통만 주억거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추운 것은 싫지만 추운 것이 있어서 따뜻함을 알 수 있다. 겨울이 밉기도 하지만 겨울이 아니라면 뉘라서 천지 만물을 거두어들여 새봄을 준비할까?     


  그래서 설령 들어주는 누군가는 없을지 모르지만, 그분들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멈출 생각은 없다.



**  대문 사진 출처 : https://url.kr/y3wo8j (검색일. 2022. 12. 12.)


① 최진석 지음『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소나무. 서울. 2001. pp. 64-65. 괄호 안 한자 표시는 누두교주. 원문은 다음과 같다.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 聖人不仁 以百姓爲芻狗.


② 이성복 지음 『래여애반다라』 ㈜문학과 지성사. 서울, 2013. p.70 「아, 정말 얼마나 무서웠을까」 전문. 문단 구분은 누두교주가.

     

③ 김학주 역주 『논어 論語』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서울. 2009. pp.74-75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貢曰: 夫子之文章, 可得而聞也; 夫子之言性與天道, 不可得而聞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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