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자신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재판에는 자신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반드시 소송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소송사건을 처리하는 일은 나도 남만큼은 할 것이나, 반드시 송사가 없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①
우선 알 수 있는 사실은 공자가 말한 송사는 형사 소송이 아니고 민사 소송이라는 점이다.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도둑질을 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말한다면 공자는 몽상가에 불과할 테니 말이다. (형사 소송 관련해서는 12-12에서 따로 말했다)
공자가 민사 소송(이하 소송)은 없어야 한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소송은 말이 아니고 글로 하는 것이다. 내가 억울한 점을 글로 써서 법원에 내면, 법원에서 상대에게 보내고, 상대가 답을 써서 법원에 내면 법원이 나에게 보내 준다. 열 불나고 속 터져 죽겠다는 것은 이 절차에 고려되지 않는다.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양쪽이 모두 더 이상할 말이 없을 때까지 이 짓을 한다. 그리고 난 후에 판사가 양쪽의 주장을 살펴 증거를 기준으로 판결한다.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다.
재판은 진실을 밝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재판은 모아놓은 증거로 피고인이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판단에 장소에 불과하다는 것을.②
하지만 소송에 도사리고 있는 진짜 위험은 따로 있다. 소송의 진정한 위험은 원고와 피고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다. 돈은 내면서 주인공 대접을 못 받는 사람을 우리는 '물주'라고 부른다. 원고와 피고는 소송에 있어 '물주'다. '물주'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법률 용어와 절차에 무지하며, 따라서 법률 용어로 자신의 주장을 글로 표현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송을 하려면 나 대신 내 주장을, 법률 용어를 사용해 글로 써서 법률 절차에 따라 판사에게 전달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는 돈을 받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변호사(辯護士)③라고 부른다.
여기서 문제는 돈은 내가 내는데, 내가 돈을 내고 사려고 하는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른다는 데 있다. 바로 이점이 ‘상태가 좋지 않거나 기본이 안된 변호사’도 법률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게 되는 기제이다.
‘상태가 좋지 않거나 기본이 안된 변호사’의 예를 든다면 아래와 같다. 모두 변호사가 한 일들이다④
수임 사무를 수행하지 않고 연락을 두절하였으며, 형사합의금 등 보관금 및 수임료를 반환하지 않았다.(정직 1년 – 이 변호사는 봄이 지나면 다시 누군가의 사건을 수임할 수 있다.)
의뢰인에게 유리한 내용에 대해 청구취지 변경 등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아 재산상의 손해를 입혔다.(견책 – 오늘이라도 사건 수임을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음주 후 주점 여종업원을 강제로 추행하고, 출동한 경찰공무원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였다.(과태료 500만 원 – 오늘 성추행 사건 변론을 받을 수도 있고 이혼 소송의 변론을 할 수도 있다)
음주 후 차량을 운전하였고,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 요구를 거부하였다.(과태료 300만 원 – 오늘 법정에서 음주 운전 관련 의뢰인을 변호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판사(判事)의 사(事)는 일, 직업, 관직의 뜻과 '섬기다'의 뜻이 있어 밝게 가르는 일(判)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검사(檢事)도 같은 사(事) 자를 써서 공공의 이익을 집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변호사는 사(士) 자를 쓴다. 직업의 하나이다.
어떤 사람은 정치가와 변호사를 한데 묶어 바라보기도 한다. 둘의 공통점이 많이 배우고, 뻥 이 세고, 뻔질거린다는 속성을 가진 멤버가 많다는 통찰이다. 핵심은 정치가나 변호사나 믿기 어려운 족속이라는 것이다.
프로타는 에우아라는 전도유망한 청년에게 수업료를 절반만 받고서 변론술을 가르쳤다. 대신 나중에 에우아가 첫 번째 송사에서 이기면 나머지 수업료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에우아는 공부를 마치고 변론을 업으로 삶지 않고 정치에 투신했다. 변론을 하지 않으니 첫 번째 송사에서 이길 일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프로타는 나머지 수업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그는 에우아를 법정에 고발해서 수업료 지불을 요구했다. 에우아가 자기 변론은 맡았기 때문에 상황이 한층 미묘해졌다.
프라타는 만약 이 재판에서 에우아가 이기면 그가 변론은 맡은 첫 번째 송사에서 이긴 셈이니 수업료를 완불해야 하고 에우아가 지더라도 법정 선고에 따라 수업료를 완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에우아는 자기가 이기면 법정 선고에 따라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고 자기가 지면 변론은 맡은 첫 번째 송사에서 패소했으니 프로타에게 수업료를 낼 필요가 없다고 했다.⑤
공자가 어떻게 현대의 민사 소송 체계를 이해하고 (일부) 변호사의 문제점을 정확히 통찰했는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송사(소송)라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조금 손해 보더라도 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공자의 생각은 기각될 수 없을 것 같다.
대문 그림 : 중국 송(宋) 나라 때 유명한 판관 포청천이다. 이 친구가 판결한 대부분의 소송은 형사 소송이었다.
① 子曰 : 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② 문혜정 지음『변호사의 글쓰기 습관』 좋은 습관연구소. 경기, 고양. 2022. p.p. 70. 재인용.
③ 대한변호사협회 윤리강령 첫 번째는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한다.’이다. 그렇지 않은 변호사도 많다.
④ 대한 변호사 협회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시작 페이지 메뉴에 ‘협회 소개’ 다음이 ‘징계정보 공개’이다. 로그인도 필요 없고 그냥 클릭하면 변호사들의 징계 정보가 공개되어 있다.(이름, 생년월일, 소속 포함)
⑤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지음, 이세진 옮김 『에코의 위대한 강연, SULLE SPALLE DEI GIGANTI』주식회사 열린 책들. 경기, 파주. 2022. ('프로타'는 프로타 고라스, '에우아'는 에우아틀로스다. 난 서양 책 볼 때 이름은 내 맘대로 줄여 읽는다. 그렇지 않으면 내용이 헷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