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서 못마땅한 구절 중 하나가 흉기를 말한 대목이다. 그것도 칼이 두 자루나 나온다. 거기에 더해 공자는 칼 이야기를 하며 빙그레 웃기까지했다.
닭을 잡는 데 어째서 소 잡는 칼을 쓰느냐?①
중국 사이트에서 '할계언용우도'를 割鷄焉用牛刀을 검색하면 나오는 그림 (출처, baidu.com. 검색일, 2023. 4. 12.)
일반적으로 이 말은 ‘작은 일에 어울리지 않게 큰 대책을 쓰는 것’을 지적하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비유를 해도 꼭 이렇게 불편한 느낌을 주는 표현을 골랐어야 하는가? 닭이나 소가 들으면 어쩌려고!
닭에도 여러 품종이 있는데 그중에 청계(靑鷄)라는 품종이 있다. 수탉은 매우 늠름하게 생겼고 암탉은 매우 야무지고 토실하게 생겼다. 이 녀석들의 알은 옅은 푸른색이 감돈다.
지난가을 시골집 어른들이 수평아리 한 마리, 암평아리 두 마리를 비싼 가격에 들이셨다. 그저 달걀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심산이셨다. 그런데 자라고 보니 수탉이 두 마리, 암탉이 한 마리였다. 거기에 더해 수탉 한 마리는 거의 맹금류 수준으로 덩치도 크고 성질도 포악해 다른 수탉 한 마리를 무척 못살게 굴었다. 난 그 녀석이 오래 못 갈 줄 알았다.
겨울을 나는 동안에 ‘극악스럽던(어른들 표현)’ 큰 수탉은 사라지고 궁둥이가 토실한 작은 잿빛 암탉이 들어왔다. 매일 쪼이던 수탉은 어느새 의젓한 가장이 되어 암탉 두 마리를 거느리는 횡재를 했다. 닭 팔자 모를 일이다.
추위가 가시고 향기 섞인 바람이 솔솔 부는 때에 이르러 어른들은 낮이면 닭을 그냥 풀어놓으셨다. 녀석들은 어디 멀리 가지도 않고 집 근처를 오갔다. 아직 갈지 않은 밭을 헤집기도 하고 집안 여기저기를 기웃거리기도 하며 봄볕을 한껏 즐기며 돌아다녔다. 어스름이 되면 녀석들은 모이 든 주인을 따라 자기들 집으로 들어간다.
그런 나른한 봄날이 계속될 줄 알았는데 어느 날 큰 사달이 났다. 수탉이 평소 내지 않던 큰 소리를 내며 집 문 앞에서 마치 사람을 부르듯 소란을 피우는 것이었다. 웬일인가 나가 보았더니 북쪽 남의 묵힌 밭에 암탉 한 마리가 솔개에 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솔개는 자신의 몸보다 큰 암탉을 채 가지는 못하고 움켜쥔 채로 막 털을 뽑고 있었다.
큰소리를 쳐 솔개를 쫓고 암탉을 살펴보니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고마운 일이다. 사람을 부르듯 소란을 피운 수탉도 기특했다. 녀석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꽃그늘 아래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흙을 파고 옹송거리며 모여있기도 했다.
늦은 오후 수탉은 슬그머니 잿빛 어린 암탉의 등을 타고 날개를 펄럭였다. 그리고 무심한 듯 딴청을 부렸고 흰색 암탉은 애꿎은 잿빛 암탉을 한, 두 번 쪼다가 그만두었다.
새벽녘 수탉은 여러 번 홰를 치며 울어댔고 아픔을 기꺼이 참는 암탉의 끙끙거리는 소리가 몇 번 이어졌다. 이른 아침 “한 마리는 걸렀어!” 하시며 닭장을 나오시는 어른의 손에는 푸르슴 한 달걀 하나가 빛나고 있었다.
심한 당뇨에 이도 안 좋으신 노인이 갓 난 신선한 달걀을 드시고, “참 고소하다!” 하면 시골의 아침이 그렇게 시작된다.
이 봄엔 달걀을 며칠 거르더라도 병아리 한배 까면 좋겠다.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 꽃그늘 밑에서 뭔가 열심히 하는 청계 식구들. 나는 이 닭들을 '꽃 닭'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미 수 천 년 전부터 사람들은 닭 잡을 칼과 소 잡을 칼을 따로 만들어 사용했다는 증거를 『논어』에서 확인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공자의 비유는 적절치 못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짐승의 고기를 먹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도롱뇽이나 두꺼비 때문에 터널이나 도로공사를 못하는 것이 좀 심한 행동이듯이 고기도 좀 적당히 먹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고맙다는 생각, 미안하다는 생각도 하면서 말이다.
닭은 이렇게 기르면 10년 넘어 20년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른바 ‘치킨’을 만들려고 두 달도 안돼 ‘수확’을 한단다. 삼계탕을 끓이려면 뚝배기 안에 들어가야 하니 더 일찍 ‘수확’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아마 닭 잡는 칼을 사용할 것이다.
대문 그림 : 청계 가족사진. 수탉 한 마리에 암탉이 두 마리이다. "수탉은 좋겠다! "하는 의견도 있고, "하나도 아니고 얼마나 힘들까" 하는 의견도 있다.
① 류종목 지음 『논어의 문법적 이해』 ㈜문학과지성사. 서울. 2020. pp. 552-554. 원문은 다음과 같다. (이글에 인용된 부분은 밑줄을 쳐 표시했다)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莞爾笑, 曰: “割鷄焉用牛刀?” 子游對曰: “昔者偃也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子曰: “二三子!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