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생긴 풍산개가 오랜 산통 끝에 새끼를 낳았는데, 딱 한 마리 낳았다. 풍산개 견주는 허탈했지만 좋은데 입양 보낼 수 있어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처남에게 강아지를 넘겼고 처남은 충북 영동의 부모님 댁으로 데리고 왔다.
주변에서 보기 힘든 순종의 토실한 풍산개 강아지는 금방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외롭게 있던 ‘상태(1)’와 함께 지내도록 했다. 이날이 보름(full moon) 날 이어서 이름을 보름이로 정했다. 상태는 보름 이를 품에 품어가며 추운 겨울날을 잘도 넘겼다.
어른들이 계시는 시골집 주변에는 두더지, 다람쥐는 물론 고라니와 가끔 멧돼지도 심심치 않게 출몰하는 지역이다. 그러나 진돗개와 풍산개가 지키는 집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상태는 점점 사고뭉치가 되어 갔다. 틈만 나면 줄을 풀고 달아나 다른 집 개들을 임신시켜 온 동네를 일가를 만들어 버렸다. 특히 여러 작물을 아무 생각 없이 훼손해 시끄러운 일이 여러 번 있었다. 급기야 어른께서 매일 아침 한, 두 개 잡수실 요량으로 정성껏 가꾼 토마토 포기에서 잘 익은 토마토만 골라서 따먹다가 발각되었고 이 일을 계기로 팔려갔다.
보름이는 무럭무럭 자랐고 이내 기품 있는 풍산개가 되었다. 나는 풍산개가 그렇게 멋있는 개인 줄은 몰랐다. 괜히 ‘호랑이 잡는 개’가 아니었다. 개털이는 돼지 족발의 뼈를 주면 살을 발라먹고 뼈 표면을 조금 갉아먹는 정도인데 보름이는 그 큰 뼈를 그냥 와작와작 씹어 먹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개털이에게는 꼼짝도 못 했다. 개털이도 처음부터 자기보다 열 배 이상 큰 보름이 근처에 가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 잠깐 서로 냄새를 맡고 코를 맞대고 킁킁 대더니 마치 오래 알았던 사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고 뭐랄 것도 없는 아는 사이’가 되었다. 낮에 개털이는 보름이 와 놀고 밤이 되면 보름이는 밖에서 집을 지켰고 개털이는 방에서 자며 발치에서 아내를 지켰다.
보름이 집이 판자로 얼기설기 되어있고 바닥이 그냥 맨 흙이라 들쥐가 보름이 집 근처로 접근해 보름이 사료를 훔쳐 먹어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그래서 시골집 가는 길에 보름이 집을 제대로 지어 주기로 했다. 아주 더운 여름이었는데 보름이 집을 짓는 동안 보름이는 개털이 와 정자 그늘에 널브러져 자고 아내와 처남은 이미 지붕과 펜스가 완성된 보름이 집 안 그늘에서 보도블록으로 바닥을 깔고, 나는 뙤약볕 밑에서 외바퀴 수레에 보도블록을 담아 하염없이 날랐다. ‘두 치’의 숙명이려니 했다.
(1) ‘상태’는 진돗개 남자아이다. 원래 ‘혼수’와 한 쌍을 데리고 왔는데 ‘혼수’가 어릴 적 죽어 혼자 있었다. ‘보름이’보다 1년쯤 큰 개였다.
위 사진 설명 : 보름이 와 자두 꽃
보름이의 늠름한 모습을 덕분에 잠깐씩 녀석이 암놈인 것을 잊어버린다.
자두 밭의 자두 꽃을 배경으로 서 있는 보름이 가 예쁘다.
‘혼수’ 신랑 ‘상태’
진돗개로 볼 수도 있는 개 한 쌍을 데려와 ‘혼수’와 ‘상태’로 이름을 붙였다. 어릴 적에 두 녀석이 뭔가 잘못 먹고 둘 다 혼수상태에 빠졌는데, 혼수는 가고 상태는 살아나 온 동네 강아지들의 아빠가 되었다.
풍산개 보름이.
호랑이 잡는다는 풍산개 보름이(암놈)의 모습이다.
뒤에 보이는 보름이 집은 재건축 이전의 집이다.
보름이 와 개털이.
둘은 ‘아무렇지도 않고 뭐랄 것도 없는 아는 사이’가 되었다
신축한 보름이 집.
집을 짓는 동안 보름이는 개털이 와 정자 그늘에 널브러져 자고 아내와 처남은 이미 지붕과 펜스가 완성되어 그늘진 보름이 집 안에서 보도블록으로 바닥을 깔고, 나는 뙤약볕 아래서 외바퀴 수레에 보도블록을 담아 하염없이 날랐다. 여기서도 ‘두 치’의 숙명이려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