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게 다해야 할 의무에 대해서
대단한 마음의 결심을 하고, 사촌집에서 나와 해외에서 나의 첫 독립을 이뤄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대도시의 주거상황을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알이 만무하니, 홈스테이를 하는 곳을 찾아서 그곳에서 살며 동생이 19살이 되어 사촌집에서 나올 때 함께 살 집을 구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고심해서 선택한 집은 한 특별한 부부가 운영하는 홈스테이였다. 부부가 운영하는 홈스테이란, 지신의 독립된 공간을 가지되, 집주인의 주거공간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주거형태이다. 기본적인 가구들을 제공해주고 일주일 중 5일 저녁은 주인 부부와 함께 먹어야 한다는 규칙이 마음에 들었다. 한마디라도 더 영어로 떠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리고 샤워시간 10분, 오후 10 시인 소등시간 등등 까다로운 룰들이 많았지만 걱정이 한 보따리인 부모님을 안심시키는데 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홈스테이에 들어가기 전, 인터뷰를 보는 부분에서도, 그냥 방 한 칸 내어주고 월세를 받는 형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함께 정말 '사는'사람을 찾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안심이 되었다.
'Moms' '엄마들'이라고 부르게 된 두 부부는 캐서린과 자넷이라는 이름의 중년의 여성들이었다. 그러면서 자넷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캐서린은 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공부 중이었고, 두 사람 모두 인종차별주의, 여성인권 신장을 위한 노조의 장을 맡고 있는 상당이 강력한 캐릭터의 '센 엄마들'이었다. 그렇게 이 부부와 말레이시아, 프랑스, 브라질 등지에서 온 학생들과의 합숙이 시작되었다.
그 사람들이 물론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분명하게 이들에게 배운 가르침이 있다. 어느 날, 오랜 기간 호의를 베풀고 더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질타를 받는 일에 대해 조언을 구한일이 있다. 엄마들은 이렇게 말했다.
" 도움을 줄 때 도움을 받는 사람이 고마워할 수 있게 가르치는 것도 의무야."
순간 뒤통수를 띵~하게 맞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돌보는 삼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폐가 있어 7살 정도밖에 지능이 안 되는 삼촌을 돌보고 있었는데, 면도도 해주고, 용돈도 주고, 아플 때 병원도 데리고 가고 아주 살뜰히 보살피고 있는 중이었다. 엄마들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가 삼촌을 열심히 보살피지만, 우린 절대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은 아니야. 굉장히 공평한 관계(Fair Relationship)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가 해주는 일에 대해 삼촌이 알게 말해주고, 삼촌이 할 수 있는 일은 꼭 하게 해서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게 해. 삼촌이 수염을 못 깎고, 병원에 혼자 못 가고, 용돈도 받아서 써야 하지만, 크리스마스에 땡큐카드는 써줄 수 있는 사람이거든. 그리고 삼촌이 우리에게 무례하게 대하면, 단호하게 우리는 이 호의를 거두겠다고 말하지."
엄마들의 상황 대처방식은 정말 멋졌다. 엄마들은 내가 그동안 정확히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었던 공평한 관계 (Fair Relationship)에 대한 정립을 다시 할 수 있게 도움을 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더했다.
"호의를 베풀 때 고마워하는 것도 함께 가르쳐야 하는 것이 주는 사람의 의무야. 그걸 안 했다면 주는 사람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거지. 네가 온 나라의 문화가, 특히 여자의 경우, 나이 많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나이 어린 사람을 챙기고 희생해야 하는 문화가 깔려있어서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은 건 알지만. 그건 공평한 관계가 아닌 거 같아. 상대방이 어떤 정도의 일을 감당할 수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고, 그에 합당한 의무를 다할 수 있게 그들에게도 '책임감을 다할 일을 줘야 해. 이제 너는 캐나다에 왔으니 그렇게 바꿔보도록 노력해봐."
똑똑하게 호의를 베푸는 방법을, 그녀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에 진심을 다해 감사했다.
Playground, Acrylic on Canvas, 25.8xm x 17.9cm,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