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 생각이 없어진다는 것
초등학교 3학년 때였나, 속으로 말하는 것을 멈추기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성공할 수 없었다. 말은 멈출 수 있을지언정 속으로 말하는 것은 멈출 수 없었고, 지금은 그것이 생각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니까 나는 어렸을 적부터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것, 생각이 많다는 것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무진장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사소한 것에 얽매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예민하기 일쑤이다.
그러던 중 레지던트 무렵 장거리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나는 달리기를 하는 도중에는 생각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들었지만, 레지던트 4년 차 무렵 무리한 달리기로 족저근막염이 생기며 장거리 달리기는 막을 내리게 된다.
그러다가 아기가 생기고 육아를 하면서 다시금 생각이 멈추는 시간을 경험하게 되는데, 바로 육아의 시간이다. 아기와 함께 있는 시간에 아기를 바라보며 자주 멍 때리게 되는데 이 시간이 생각이 없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불언하고, 무위 하는 것이 도에 이르는 첩경이라 한다. 도 닦는 기분으로 아기를 보다 보면 나도 언젠가 진정한 무위의 경지에 이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