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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Mar 15. 2024

따릉이와 인생

2024. 3. 15

 바야흐로 만물이 생동하는 봄. 나에게도 커다란 활기찬 변화가 생겼으니 바로 자전거 출퇴근 개시 되시겠다. 작년부터 따릉이 정기권을 끊어서 출퇴근하고 있었는데 추위 때문에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이제 추위가 가셨으니 바로 따릉이를 개시했다.


 간만에 따릉이를 타니 참 좋았다. 이 속도감, 생동감, 활달함!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가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오늘 아침에는 다소 구린 따릉이를 타게 되었다. 따릉이라고 다 같은 것이 아니고 급이 있다. 연식이 좀 있는 아이와 최신식 따릉이의 차이는 천지차이다. 연식이 있는 친구는 브렉끼도 딱딱하게 밟히고 기어 변속도 잘 안되기도 한다. 여하튼 오늘 탄 친구가 좀 그런 친구였다. 나는 이 친구를 계속 타고 갈 것인가 아니면 다음 정류장에서 바꿔서 갈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그냥 덜덜거리며 가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가다 보니 이러한 일련의 행위가 인생과 사뭇 닮아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선택한다. 작게는 따릉이나 주식 종목 같은 것부터 크게는 차, 집, 배우자 뭐 이런 것들까지. 멋모르고 선택했을 수도 있고 살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는 고민한다. 같이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바꿀(혹은 하차할)것인가?

 어느 쪽이건 정답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계속 따릉이를 타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우리 곁에는 우리가 선택한 모든 것들이 함께 한다. 당신 주변에 있는 것들은 그 시각 당신이 함께 있기로 결정한 것들이다.


 때로는 선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은 사항들도 있다. 우리의 건강, 부모, 배경, 출생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놀라운 사실은 그들 중 많은 부분은 과거의 우리가 선택한 것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의 건강은? 과거에 쵸콜릿 챱챱하던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럼 부모는? 배경은? 그거야말로 선택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는 선택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것은 무언가 풀 것이 있어서이다. 그것은 '회사에 가기 위해' '따릉이를 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풀 것이 있어서' '이 몸으로 세상에 온 것'이다. 이것은 온전한 대구를 이룬다. 이런 조건으로 와서 뭉친 것 풀고 해결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와 희열과 감정의 승화 느끼고 가는 것이다. 그렇게 풀 것도 없고 느낄 것도 없다면 그냥 '무'의 상태로 존재하겠지.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이 몸뚱이로 세상에 온 목적을 찾는다. 그 목적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지금 내 앞에 놓인 갈등, 재미, 행복 그런 것들이 목적이다. 어떤 명사라기보다는 동사에 가까운 그런 인생의 목적을 관조하고 곱씹고 느끼며 행복하게 살아간다. 오늘도 인생이란 따릉이를 타고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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