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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Mar 28. 2024

지각을 안 하는 법

2024.3.28

 봄비가 온다. 차가 막힌다. 하지만 나는 지각을 하지 안

는다.


 지각 안 하기는 나의 오랜 특기 중 하나이다. 기억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나는 일터에 지각한 적이 없다. 학창 시절 때 개근상은 따논 당상이었고, 공식적인 기록상으로 따져봐도 레지던트 때 지각비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근 8년 간은 지각한 기록이 없다.


 지각을 안 하는 나의 anxiety에 대해 다루어 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건설적인 글이 되기 위해 바로 비법으로 넘어가 본다. 지각을 안 하는 나만의 비법은 바로 일찍 가는 것이다.


 근데 그냥 일찍 가는 게 아니다. 일찍 가서 무언가를 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당시 나의 관심사와 관련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딩 학창 시절에는 0교시 시작 40분쯤 전에 가서 영단어를 외웠고, 던트때는 회의 전에 환자를 보거나 발표 준비를 하고, 군의관 때는 진료 시작 전에 책을 읽거나 투자 공부를 했고, 지금은 진료 전에 명상을 한다.


 이렇게 일 시작 전에 뭔가 해야 되는 것이 있으니 그 시간만큼 일찍 움직여야 한다. 그러다가 혹시 출근길에 뭔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부분은 30분 내외면 해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지각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출근해서 일 시작 전 루틴을 못할 뿐이지.


 또 좋은 점은 관심사에 관련된 것을 하다 보니 일찍 간다 하더라도 딱히 기다린다거나 손해 본다는 생각이 안 든다. 또한 대부분 기다림의 시간은 아침이니까 집중도 잘 되어서 관심사에 대한 숙련도 올라가는 속도가 배가된다.

 

 하지만 이렇게 일찍 가서 나의 관심사를 하는 방법에는 단점도 조금 있다. 바로 일찍 가는 행위 자체가 상대방에게 미안함을 줄 수 있을 때는 쓰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적 모임(회사 또는 회의)에서는 해당사항이 없긴 하지만 사적 모임의 경우 상대방에게 날 기다리게 했다는 미안함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이 방법은 자제한다. 그래서 아주 가아끔 사적 모임에서는 늦는 경우도 발생하긴 한다.


 오늘도 출근길에 사소한 소동이 발생해서 명상을 첨부터 끝까지 하지 못 했다. 하지만 이런 일에도 불구하고 정시 출근할 수 있는 나의 루틴에 감사하며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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