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꿀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
살아가다 보면
화나는 일도 많고
참아내기 어려운 일도 많다.
이런 일을 그냥 내버려 두면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일을 그르칠 수 있다.
화가 나고 참기 힘들다면
잠시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음의 평수를 넓혀보자.
그 사람의, 상황의 가시가
아무리 크고 날카롭게 다가와도
내 마음의 벽에 상처 입히지 않도록.
레지던트 1년 차 수련을 받을 때 쓴 글이다. 레지던트 1년 차는 직업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 중 하나였다. 이제 막 수련을 시작한 시기이기에 선배들의 인정을 받으려 애썼고, 노력도 많이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노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순간들도 있었고, 때로는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도 있었다. 일이 힘들기보다는 사람이 힘든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마음의 평수를 넓히려고 노력했다. 외부세계에서는 내가 할 일을 다 하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이 올 때마다 할 수 있는 것은 내 마음속을 다스리는 것뿐이었다.
비록 이 행동이 힘든 상황이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마음을 다스리다 보니 점차 힘든 상황에 처하거나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그러더니 레지던트 3년 차가 될 무렵에는 의국이 내 손안에 있었다. 그것은 결코 내가 연차가 올라가서 그렇거나, 일이 쉬워져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 의국은 연차가 올라가면 일이 더 많아지고 나의 윗사람들은 똑같이 존재했으며, 힘들게 할 만한 상황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을 마주 대할 때 내 마음은 더 이상 힘들지 않았다. 물론 일이 익숙해져서 그런 것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런 힘든 일들에 익숙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 또한 내 마음의 평수가 넓어져서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회고해 본다.
마음을 다스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힘든 순간이 닥쳤을 때,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의 언쟁에 처하게 되었을 때, 한 발짝 물러서서 그 순간의 자신을 보라. 굳이 힘든 것을 마음에 다 담으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그 상황의 나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서 미숙한 대처로 상황을 악화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심호흡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는다면, 행여나 마음의 크기가 조금만 늘어나도 이해할 만한 일들은 여유롭게 넘어갈지도 모른다. 힘든 일이긴 하지만 실천해 보는 것이 좋으리라.
이렇듯 살면서 문제에 빠졌을 때는, 그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나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봐야 한다.
살면서 우리 주변에는 많은 문제들이 생긴다. 가족과의 불화, 직장 상사와의 문제 같은 인간관계부터 경제적 문제, 각종 사고들까지... 이러한 문제가 생길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원인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원인을 외부의 것으로 돌린다. 이 문제는 저 나라 때문이야. 저 문제는 저 정치인 때문이야. 등등
하지만 그렇다고 해결되는 것은 없다. 그러기에 나는 내 주변에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변화할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외부의 것은 변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저 사람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해서 저 사람의 인성과 속마음을 바꿀 수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결국 내가 바뀌어야 했다.
그렇다고 항상 나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무조건 나만 희생하고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결국 바꾸기 쉬운 쪽인 나의 생각과 믿음을 바꾸는 것이고, 그 결과가 무조건 나의 희생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 조야한 예지만 나를 괴롭게 하는 사람이 있으면 내 생각을 바꾸어 그와 친하게 지내려는 생각을 버리고 손절하면 된다!
이러한 생각은 고대 그리스 철학인 에픽테토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우리의 믿음이라고 하였고, 우리가 통제하기 힘든 극한의 상황이라도, 우리의 신념을 통제하는 훈련을 통해 그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보다 외부 환경을 통제하기가 물리적으로 훨씬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이론이 더욱 널리 퍼지지 않았을까 한다.
지금이야 세상이 발전하여 훨씬 살기 좋고 인간을 위해 여러 변수들이 통제되는 편리한 상황이라고 하지만, 도처에 문제들이 있다. 특히 앞서 예로 기술하였듯 예전에 비해 물리적 문제보다 심리적 문제들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다. 주어진 길을 변화시키기 힘들듯, 우리 앞에는 통제하기 힘든 외부 변수들이 가득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단 하나, 당신의 믿음만이 당신에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