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의사 아빠의 육아법
둘째 아이가 아파 급하게 반차를 쓰고 아이와 병원에 다녀와서 집에서 아이를 돌봤다. 아픈 아이를 돌보다 보니 정말 의미 있었다. 오롯이 아이와 둘이 집에서 있는 시간이 좋았다. 아이가 아파서 눈물이 났지만 그런 감정 또한 느낄 수 있음이 감사하고 또 아이가 아플 때 돌볼 수 있는 직장이어서 감사했다.
나의 육아는 위함이 없는 육아다. 무언가를 위해 육아를 하지 않고 그냥 육아 자체가 내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위해 육아를 하곤 한다. 때로는 내 욕심을 위해, 만족을 위해, 안정감을 위해, 아이의 성취를 통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 육아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육아를 통해 얻어지는 것임이 맞을지라도 이것들을 위해 하는 육아는 아쉽다. 육아는 무엇을 위해 할 때보다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답다.
혹자는 이를 방임과 혼동하곤 한다. 그러나 비어있는 것과 아예 없는 것은 다르다. 나의 육아는 비어있을 뿐, 지금 여기에 오롯이 존재한다. 그 자리를 채워가는 것은 자라 가는 아이. 나는 그 자리를 온전히 비워놓음으로써 아이에게 다가올 미래를 예비한다. 아이의 내면에 숨겨진 조각을 서서히 스스로 조각하게끔 인도한다. 그 빈 공간에 어떤 작품이 탄생할지 모르기에 아름답다.
육아는 위함이 없고 비어있을 때 그 과정과 결과에 아름다움이 깃든다. 아이에게 중요성을 과도하게 부여하고 싶을 때, 또 욕심이 들 때 이런 마음을 온전히 느끼고 바라본다. 그리고 비우고. 육아 또한 수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