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단상
새 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 관계로 걸어서 하는 출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감사함을 만끽하기 위해 다소 시원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내딛는다.
출근길은 늘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 걸어서 출근하는 길 자체는 매일 변함이 없어 신호등 타이밍까지 다 외울 정도지만, 그럼에도 복잡계로 이루어진 이 삶은 경이로운 다양성을 선물해 준다.
주기에 따른 변화, 이를테면 가을에 흩날리며 선명한 색깔을 뽐내는 단풍의 향연이나 겨울에 온 세상을 뒤덮는 눈이 자아내는 아름다움, 그리고 여름에 생동하는 초록 잎들의 자태와 같은 아름다움을 출근길에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주기가 없이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자그마한 일들, 그러니까 길을 가는 어린 꼬마의 귀여운 모습, 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사랑 어린 눈길과 몸짓, 거리를 청소하는 어르신의 따뜻한 손길,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녹색어머니의 감사한 행동들 같은 일들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오늘의 출근길도 그와 같아서 겨울의 청명하고 시원한 날씨,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매일 마주치는 어린이집 선생님, 길을 건너는 까만 강아지의 복슬한 엉덩이가 귀엽고 행복하게 다가오는 출근길이었다.
그러면 나의 출근길은 정말로 좋은 것들로만 가득 차 있었을까? 사실 그렇지만은 않다. 거주지를 조금 벗어나면 시작되는 거리의 차들의 소음과 매연, 좁은 거리를 막는 많은 행인들, 나의 앞으로 지나가는 담배 피우는 사람 등 부정적인 요소들 또한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더 이상 나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그것들에 시선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의 출근길에는 행복만이 남았다.
매일 1시간을 할애하는 출근길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면, 혹은 그것을 넘어서 부정적인 경험들로 가득 차 있다면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결정하는 것 또한 우리 자신의 몫이다.
사실 이런 출근길은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것 같은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오늘도 출근길을 행복으로 의도했다. 우리네 인생도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