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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온실 Dec 08. 2024

내면의 아이를 찾아서

명상을 통한 ptsd에의 접근


 나의 내면에는 9살짜리 내가 있다. 그때의 강렬한 기억에 의해 그 시절부터 해소되지 않은 채 뭉쳐진 감정으로 형성된 아이다. 나는 오랫동안 그 아이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지만 아이는 나의 삶에 순간순간 영향을 미치면서 그 존재감을 피력하고자 했다. 정신과 의사인 나의 경험을 통해 우리가 겪은 트라우마가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자.


 내면의 아이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명상을 통해서다. 그전에도 여러 책들을 통해 해소되지 않은 기억, 무의식이 어떻게 내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배워왔지만, 직접적으로 그런 경험들을 형상화해서 내면의 아이로 만나게 된 것은 명상 덕분이다.


 나는 아홉 살의 나를 만났다. 가이드 명상을 통해 아홉 살의 나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다. 아홉 살의 내가 그 순간 거기에서 멈춘 채 나의 무의식 속에서 계속 있었던 이유는 그 순간의 감정이 너무 강렬해서 미처 소화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두려움, 무서움, 흥분됨, 화남의 감정이었고 그 경험을 통해 인정받고 싶은 나, 버림받고 싶지 않은 나, 사랑받고 싶은 나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색한 것이다.


 아이는 내 안에 있다가 두려워할 만한 일, 특히 누군가가 싸우는 부정적인 경험들로 나를 이끌었다.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작은 다툼도 큰 싸움으로 번지게끔 했다. 아이가 그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 그런 경험들을 통해 미처 해소되지 못한 감정을 다시금 느껴보고 싶어서다. 그리하여 나는 원치 않은 경험과 그로 인한 감정들을 삶의 곳곳에서 마주해야 했고, 아이는 그때마다 간접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동시에 무의식을 해소하고자 했다.


 그리고 이제 각종 수련과 명상을 통해 비로소 내면의 아이와 마주하게 된 나. 명상을 시작하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아이가 거기서 혼자서 24년이란 세월을 기다리고 있었음에. 이제야, 아이와 비슷한 나이의 자식을 낳고 나서야 아이를 만나러 온, 아이를 알아보게 된 나이기에. 눈물이 흘렀다.


 아이와의 만남은 가이드 명상만큼이나 짧았지만 그 강렬한 경험은 나에게 이 글을 쓰게 한다. 24년을 기다려온 만큼, 아이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나는 아이가 사라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아이는 자신이 느낄 것을 온전히 느끼고 때가 되면 떠나갈 것이다. 그것이 1년이든 2년이든 혹은 더 시간이 걸리든 아이가 쌓인 것을 모두 해소하고 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간 다시 또 만나기를 바란다.


 여기까지가 나의 진솔한 경험이다. 환자들도, 특히 PTSD 환자들도 과거에 순간에 멈춘 나를 만나고 느끼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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